골프에서 홀인원이 나오면 캐디들의 무전을 통해 그 사실이 공유됩니다. 그러다 보니 앞, 뒷조 플레이어들은 알게 되는 일도 있는데, 경우에 따라 기다렸다가 홀인원을 한 골퍼가 앞조와 뒷조 플레이어들과 악수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3년 안에 홀인원을 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골프에서 홀인원은 그만큼 행운입니다. 통상 거리가 짧은 파3 홀에서는 두 타를 줄이는 이글이고 파 4 홀에서는 한꺼번에 3타를 줄이는 알바트로스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전장이 조금 짧은 ‘서비스 파4’에서 나오는데 파3 홀인원보다 훨씬 확률이 낮습니다.
그러나 프로들의 경우는 쉽게 세팅된 파 3홀이라면 정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샷들을 쳐냅니다. 특히 아이언 샷은 그 자체로 세계 정상급인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선수들의 파3 샷을 보면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트 던지기를 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KLPGA에는 3년에 한 번도 힘든 홀인원을 3년 연속으로 기록한 선수가 두 명이나 있습니다. 바로 조윤지와 인주연(골든블루) 두 프로입니다.
사실 홀인원을 하고도 한 번도 부상이 걸린 홀에서 하지 못했거나, 혹은 그 전에 이미 다른 선수가 해당 홀인원 부상을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불운했던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올해 인주연이 기록한 홀인원은 개인적으로도 큰 성과였습니다.
인주연의 올해 홀인원은 2022년 4월 8일, 시즌 개막전인 2022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라운드 14번 홀(파3)에서 나왔습니다. 147야드(134미터) 거리에서 자신의 장기인 송곳 같은 8번 아이언 샷으로 이뤄낸 결과입니다. 바로 이 홀에 걸려 있던 자동차가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 SUV EQA였습니다. 사실 이 대회에서 5위를 기록해 상금 2,275만 원을 받았는데, 이 차량의 가격이 최하위 트림 기준으로도 5,999만 원이니 실제로는 7,700만 원이었던 2위 상금을 넘는 소득이었습니다.
통상 홀인원 부상이 자동차일 경우, 선수가 원하지 않으면 바로 해당 차량을 인증 중고로 넘기고 그 금액을 전합니다. 그러나 선수가 차를 받겠다고 하면 이렇게 증정식을 하기도 합니다. 단 해당 선수가 기존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서 후원을 받는 선수라면 이런 증정식 등은 어렵다고 합니다.
인주연 선수는 이 차를 흔쾌히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차가 필요했다면서요. 골프백을 포함한 다양한 짐의 수납에 용이한 SUV라는 점도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겁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5월 30일, 강남 지점에서 인주연 선수에게 이 차를 전달하는 증정식을 가졌습니다.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평생 한 번 하기도 어려운 홀인원을 3년 연속 기록한 인주연 선수에게 진심 어린 경의와 축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주연이 받은 메르세데스 벤츠 EQA는 2021년 1월 글로벌 프리미어 후, 7월에 국내에 공식 출시됐습니다. 전장 4,465㎜, 휠베이스 2,729㎜, 전폭 1,835㎜의 준중형급 SUV로, 66.5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입니다. 구동 모터의 최고 출력은 140kW(190ps), 최대 토크는 38.2kg∙m이며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306km 수준입니다.
인주연은 172cm의 큰 키에다 태권도와 육상을 했을 만큼 뛰어난 순발력에 의한 강력한 임팩트가 장기입니다. 드라이브 비거리 역시 250야드에 육박해서 거의 매년 15위권 내에 이름을 올려 왔습니다. 2021 시즌에는 상금 순위 87위로 부진해 시드를 잃었으나, 시드전을 통해 2022 시즌 주요 대회의 시드권을 확보했습니다. 2022년 현재 상금 순위는 62위로 조금 처져 있으나, 홀인원을 기록한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을 포함 2개 대회에서 탑10에 드는 등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상은 걸려 있지 않아도 홀인원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루 5,000원 정도의 보험만 들어놓으면 홀인원 기념 ‘턱’도 큰 부담이 없겠죠. 이번 주말 라운딩 나가시는 모든 분들에게 이런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