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버튼?” ‘차체 자세 제어장치’ 함부로 해제하면 안되는 이유

누구나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이나 사고를 피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핸들 조작으로도 차량이 전복되거나 큰 이탈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중심을 곧바로 잡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안전한 주행을 보장해 주더라도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꺼야 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항상 켜둬야 될까요?

차체 자세 제어장치
도대체 무슨 기능?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ESC, ESP, DSC, VDC 등 제조사별로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그 기능과 목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가지고 있는 한계를 단 1%라도 넘으면,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무게중심이 흐트러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이 한계상황에 도달하기 전에 엔진출력 제한, 브레이크 등의 시스템 개입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개발하여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미끄러지는 버튼?" '차체 자세 제어장치' 함부로 해제하면 안되는 이유
현대 기아의 경우 ESC란 명칭으로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운전자들은 차량 주행 시 차량의 한계로 도달하는 상황을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체 자세 제어 장치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차량의 한계를 넘었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현상들이 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더스티어는 차량이 코너를 돌 때 운전자가 의도한 핸들 조향보다 자동차의 선회가 덜 이루어지는 현상입니다. 주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언더스티어는 충분한 감속을 하지 않고 코너에 진입할 때 타이어가 선회할 수 있는 접지력이 확보가 되지 않아 도로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코너를 진입할 때 감속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면 안쪽 뒷바퀴 쪽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합니다.

반면에 오버스티어는 운전자가 핸들을 돌린 양에 비하여 차량이 더 크게 회전하면서 선회 구간 안쪽으로 파고드는 현상입니다. 마찬가지로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바깥쪽 앞 바퀴 쪽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합니다.
 
무엇보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미끄러운 노면에서 속도를 내거나 급제동으로 인하여 불안정한 차량의 움직임을 유발하는 경우 일정 개입을 통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실제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발표한 차체 자세 제어장치 의무 도입 후 단독 사고율이 도입 전보다 35% 가량 낮아진 통계치만 보더라도 안전에 있어 필수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수 안전 장비인데
왜 해제 버튼이 존재할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동차에서 마치 차량이 미끄러지는 모습과 함께 off가 쓰여있는 버튼을 한 번쯤 봤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해제하는 버튼입니다. 그러면 운전자를 위험 상황에서 지켜주는 차세 제어 장치를 해제하는 기능은 왜 있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경우는 타이어가 눈길이나 진흙 등에 파묻혀 헛도는 경우입니다.
이때, 차체 제어 장치가 활성화돼있는 차량은 눈이나 진흙탕에 빠지게 되면 타이어가 미끄러진 상태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탈출을 위해 아무리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체 자세 제어장치의 개입으로 인하여 탈출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해제하여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 밖에 차체 자세 제어장치의 해제는 서킷 주행이나 드리프트와 같은 스포츠 주행에서 가장 많이 활용합니다. 특히, 퍼포먼스 드라이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드리프트는 차량의 순간적인 구동력을 이용하여 뒷바퀴를 미끄러트려야 하기 때문에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완전히 해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서킷 주행에서 최고의 랩타임을 내기 위해서는 연석(Curb)과 같은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차체 자세 장치는 연석을 지나는 타이어가 그립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엔진출력을 제한하거나 브레이크로 개입을 합니다. 이는 랩타임의 큰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베스트랩을 달성하기에는 큰 방해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함부로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해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간혹 스포츠 주행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바로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완전히 해제하고 주행하는 드라이버들이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서킷 주행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난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방해되는 요소라 할지라도 함부로 해제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킷 주행을 포함한 스포츠 주행 시에는 운전자가 차량의 한계를 어느 정도 확인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항상 본격적으로 차량의 한계 주행을 하기에 앞서 바로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완전히 해제하기보다는 일정한 개입을 인식하면서 차량의 한계를 어느 정도 확인하면서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드라이버가 차량의 한계를 넘었을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입니다.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드라이버가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조차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 주행에 알맞은 드라이빙 교육을 받거나 지속적인 연습을 하는 것은 서킷에서의 스포츠 주행에서 필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차량의 경우 한계 주행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힘든 일반 운전자들을 위해 차체 자세 제어장치의 개입 강도에 따른 다양한 스포츠 드라이브 모드(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ESC 스포츠 등)를 단계별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드라이브 모드들은 일반 모드 대비 시스템 개입 강도는 낮지만 일반 운전자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직전에 개입 강도를 극대화하여 비교적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 스포티한 주행을 제공합니다.
 
안전의 관점에서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수 안전 장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제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들을 제외하고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해제하지만 않는다면 사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글 곽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