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S의 다음 단계 기술로 조금씩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험로에서의 운전자 보조 및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물론 차를 주로 소비하는 국가들은 도시화율과 도로포장률이 높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운전자가 험로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주행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인 ‘쓰리세컨즈(3Secondz)’는 이런 험로에서의 주행 테스트에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술은 양산차 기반이 아니라 자동차 시험장의 컷칩 로드(Cutchip road) 구간에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쓰리세컨즈는 지난 5월,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네시스 G80 기반 테스트카를 한국타이어 테크노링의 컷칩 로드 구간에 투입해 성공적으로 시험을 수행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자율주행 기술의 최초성에 대해, 대해 쓰리세컨즈 측은 차량과 노면의 특성을 파악하여 원하는 테스트 시나리오를 설정하면, 최적의 주행 패턴으로 시험을 수행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로를 입력해 그대로 주행을 수행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차종이나 센서의 부착 위치 등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캘리브레이션까지 수행하는 경우는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해 봤을 때 드러나는 내용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자율주행 셔틀버스 같은 개념의 운행이 고속 / 1g 이상의 가속도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컷칩 로드’는 단순한 오프로드가 아니라 크고 작은 파쇄석으로 이뤄진 오프로드 시험주행 구간입니다. 타이어의 접지력과 내구성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확인하는 가혹환경 주행테스트가 진행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타이어와 운전자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테스트인 만큼, 자율주행 기술 적용 시 운전자 없이 보다 많은 주행 데이터를 일정하게 수집할 수 있어 타이어 및 차량 개발에 큰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불규칙한 가혹주행 시험 특성 상 운행 중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처 등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컷칩 로드는 마찰력의 한계로 스티어링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없고 고속에서는 안정성을 쉽게 잃을 수밖에 없어서 그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유효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테스트 드라이버 투입 시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쓰리세컨즈의 자율주행 테스트카는 1,700km 이상의 비포장 테스트 구간 주행을 단 9일만에 완료했습니다. 특히 체력에 한계가 있는 테스트 드라이버와 달리 야간 및 휴일에도 테스트 수행이 가능해져 시험기간을 80%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쓰리세컨즈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일반 주행 테스트에 활용되는 타사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달리, 스티어링 휠과 페달, 기어 시프트 조작 등을 담당하는 로봇 없이 동작합니다. 이는 자체 개발한 테스트 트랙의 중앙관제 소프트웨어와 연동되어, 기존 대비 50% 수준의 운영비 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은 쓰리세컨즈의 관제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통제되며, 주행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돼 제품 개발에 이용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오프로드에서의 경로 추종 및 차체 제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쓰리세컨즈 측은 RTK GNSS(Real Time Kinematic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실시간이동측위 위성항법시스템)와 INS(Inertial Navigation System, 관성항법장치)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율주행 확대 적용시에는 CAM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쓰리세컨즈 황윤진 기술총괄이사는 “가혹환경 주행테스트에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오랜 주행 데이터 수집과 개발 기간을 통해 이룩한 회사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특히 트랙에서 전문 레이서 수준의 기록을 낼 정도로 뛰어난 쓰리세컨즈의 자율주행 제어 기술은 향후 자사의 주행 데이터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접목돼 관련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쓰리세컨즈는 레이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으며 2020년부터 CJ 슈퍼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인 슈퍼 6000 공식 테크니컬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재우 대표는 카이스트 재학 중이던 2014년부터 직접 레이스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이기도 합니다.
쓰리세컨즈는 지난 5월 25일, 충남 태안 한국타이어 테크노링 준공식에서 한국타이어의 차세대 타이어 개발에 도입되는 자사의 관제시스템과 R&D 데이터 수집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쓰리세컨즈가 한국타이어 ‘테크노링’에 도입한 관제 및 주행 분석 소프트웨어 ‘팀솔루션(TeamSolution)’은 시험주행 차량의 관제 시스템과 타이어 개발에 필요한 R&D 데이터 수집 기술을 통합한 것으로, 많은 장비와 인프라를 요구했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자체 개발한 컴팩트한 사이즈의 ‘자이로(XYRO)’ 장비 장착만으로 차량의 위치는 물론 차량 거동, 내/외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관리할 수 있습니다.
주행 데이터는 실로 방대한 양을 갖고 있으며 분석하기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합니다. 쓰리세컨즈의 이런 무지막지한 데이터가 모빌리티 업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퍼져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