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시간으로 7월 12일, 준중형급 SUV 시장 최강자인 혼다 CR-V 6세대의 익스테리어 및 인테리어 디자인이 완전히 공개됐습니다. 물론 이미지로 봤을 때 실물은 아니고 3D 모델링입니다. 짧게 공개한 영상 클립에서도 그래픽 티가 나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11세대 시빅, 2세대 HR-V의 디자인에서 나타났던 심플하고 스포티했던 디자인 큐에 힘과 단단함을 더한 모습입니다. 크기도 더 커졌습니다.
파워트레인 및 트림 구분은 1.5리터 가솔린 터보의 EX, EX-L, 2.0리터 직분사 앳킨슨 사이클 엔진+2모터 기반 하이브리드의 스포츠, 스포츠 투어링으로 총 4가지입니다.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트림은 역시 상위 모델로 예상됩니다. 미국 시장에서 1.5리터 가솔린 터보는 곧 인도될 예정이고, 하이브리드는 하반기 출시 및 인도 예정입니다.
강인하고 정교한 디자인,
커진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
6세대 CR-V의 외관 디자인이 주는 인상은 매우 심플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5세대 기준으로, 전면과 후면은 보다 낮고 넓으며, 측면에서는 길고 시원해 보입니다. 전체적인 입체로서는 무척 단단한 느낌입니다. 전장은 43㎜ 길어진 4,673㎜, 휠베이스는 2,700㎜로 기존 대비 40㎜ 길어졌습니다. 전폭도 약 10㎜ 넓어진 1,864㎜인데 전고는 그만큼이 낮아진 1,681㎜입니다. 최신, 보편의 SUV 디자인 방법을 충분히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하 폭까지 훨씬 넓어진 심플한 형태의 그릴, 보다 길어진 헤드라이트 유닛은 전면부의 수평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단 범퍼 역시 기하학적인 볼륨감을 통해 강인하고 스포티한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혼다의 상위 브랜드 어큐라의 볼륨 모델인 MDX와도 닮았습니다.
측면에서 봤을 때 루프 라인은 더욱 매끈해졌습니다. 루프에서 전후로 뻗는 선이 무척 심플하며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윈도우 윤곽도 샤프해졌습니다. A 필러의 각은 완만해졌고 보닛의 길이와 수평성이 돋보이는데다, 도어 핸들과 윈도우 하단 사이를 지나는 날카로운 캐릭터라인 덕분에 측면이 더욱 길어보입니다. 휠은 기본 18인치까지 적용되는데 전체적으로 측면 이미지가 날카롭다 보니 상대적으로 볼륨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10스포크 타입이며 역시 강인한 느낌을 주는 블랙입니다.
후미 역시 수평성과 단단함이 강조됐습니다. 기존 CR-V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시각적인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보이도록, 하단부가 넓고 탄탄하게 설계됐습니다. 리어 하단 범퍼의 경우 하이브리드 스포츠까지는 고광택의 블랙 스포츠 투어링은 여기에 플래티넘 컬러가 적용됩니다. 여기에 리어 윈드실드를 따라 좌우로 올라가는 후미등은 모두 LED입니다 .
사실 CR-V는 현행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마니악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있었는데, 적어도 이번 디자인은 보편성과 강인함으로 누구든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법합니다.
와이드한 대시보드와 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실내 디자인은 혼다다운 깔끔함과 젊음이 조화됐습니다. 특유의 넓은 시야를 보장하는 전면 윈드실드 그리고 역시 수평성이 강한 대시보드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새로이 적용된 9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있습니다. 크래쉬패드를 가로지르던 우드 트림이 사라지고 허니컴 타입의 송풍구와 금속 소재로 보이는 트림이 자리잡았습니다. 5세대 모델의 스크린 위로 놓였던 송풍구도 이 공간에 정리됐습니다. 공조기기 조작 시스템은 물리 버튼과 다이얼인데 역시 샤프한 윤곽 속에 정렬됐습니다. 사실 주행 중 조작할 일이 있는 공조기는 물리 버튼이 더 편한 측면이 있습니다.
공개된 인테리어 이미지를 볼 때, 기어봉이 있습니다. 기존 기어봉 좌우에 있던 버튼은 왼쪽으로 깔끔하게 정돈됐습니다. 동력원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설명하겠으나 사진 파일 명에서 분명 하이브리드로 표기되는 차종에도 기어봉이 있습니다. 2022년 말에 하이브리드를 공개할 때는 지금과 같은 버튼식이 적용될지는 살펴봐야겠습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나 국내에서나 버튼식 변속기보다 기어봉 타입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클러스터도 7인치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바뀌었습니다. 구성 요소들은 아날로그의 경험을 살린 방식입니다. 하이브리드인 스포츠와 스포츠 투어링 트림에는 디지털 파워플로우가 표시됩니다. 이 외에 USB C 타입 포트 및 무선 충전패드 등이 적용됩니다.
기존 혼다 CR-V의 약점이었던 오디오 시스템도 개선됐습니다. 스포츠 투어링의 경우 보스의 12 스피커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NVH 기본기가 우수한 차종인만큼 오디오 성능도 기대됩니다.
여유와 안락함, 안전까지 더한 공간 진화
동급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CR-V 답게, 전체적인 수납 공간이 확장됐습니다. 트렁크 공간은 이전 세대 대ㅣ 33~88리터 더 커진 1,028리터에 달합니다. 여기에 2열 시트를 접으면 적재 공간은 2,166리터에 달합니다.
1열 시트에는 주행 중 몸을 더욱 안정적으로 잡아 주는 스태빌라이징 시트가 적용됐습니다. 기존 시트가 조금 푹신한 느낌의 벤치 시트의 느낌이었다면 사이드 신형 CR-V의 시트에는 사이드 볼스터가 강조돼 있습니다.
또한 이번 CR-V에는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에어백이 적용됐습니다. 11세대 시빅을 통해 처음 선보인 운전자 전면 에어백은 도넛 형상으로 뇌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강한 충격 시 목이 돌아가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1열 측면 에어백의 경우 2개의 챔버의 에어백이 요람 형태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는 3 챔버 구조가 적용됐으며 무릎 에어백, 2열 측면 에어백을 포함한 10 에어백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전 트림 기본입니다.
섀시 면에서도 충돌 안전성을 강화했습니다. 차세대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바디는, A, B, C 각 필러 및 차체 하단과 루프 여기에 더해 도어 패널과 휠 아치의 강성을 높여 어떤 방향에서의 충격으로부터도 승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혼다 CR-V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NHSTA(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IIHS(손해보험협회)의 최고 안전 등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토크 강화된 파워트레인
4세대 하이브리드에는 직분사 엔진 적용
1.5리터(1,499cc)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 출력은 미국 기준 190hp(192.6ps, 6,000rpm)입니다. 현행 수준이 194 ps인 점을 감안하면 약간 하향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최대 토크 발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수는 현행 24.8kg∙m와 동일하나 터빈 하우징으로 이어지는 배기 포트의 설계의 개선을 통해 터보차저의 응답성을 높여, 최대 토크 전개 시점을 300rpm 앞당긴 1,700rpm에 맞췄으며 이를 5,000rpm까지 유지할 수 있도롣 했습니다. 따라서 저속, 중속, 고속 전 영역대에서 강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4세대로 진화했습니다. 적용된 2.0리터(1,993cc)의 가솔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기존 포트 분사식에서 직분사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엔진과 구동모터의 상세 출력은 분리돼서 나오지 않았지만 우선 합산 출력은 204hp(206.8ps)입니다. 또한 0~2,000rpm에서 발휘되는 구동모터 최대 토크가 34.2kg∙m로 기존 대비 2kg∙m 향상됐습니다. 이를 통해 86~115mph(138~186km/h) 구간의 지속적인 가속력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인 리얼타임 AWD도 업데이트됐습니다. 약 3.2~19.2km/h 범위로 작동할 수 있는 힐 디센트 컨트롤, 전후륜 50:50 구동력 배분을 포함한 인텔리전트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돼 원래도 우수했던 주행 안정성은 강화하고 험로 주파력은 높였습니다.
인식 범위 넓어진 혼다 센싱
2050 혼다 연관 사망자 제로의 비전
일본 내수 한정판 레전드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혼다는 전세계 최초로 국가가 인증하는 양산형 3단계 자율주행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CR-V에 적용된 혼다 센싱도 업데이트됐습니다.
특히 광학 카메라의 인식 범위가 기존 90º에서 120º로 확장됐습니다. 이를 통해 카메라 센서를 사용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개선됩니다. 기존 혼다 센싱의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나 도로 이탈 경감(RDM)은 물론이고 우회전(일본, 영국 기준 좌회전) 시 보행자나 자전거, 모터사이클과의 충돌 위험성도 낮췄습니다.
또한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도 적용했습니다. 기존 저속 추종 시스템(LSF)에서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과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을 연동시킨 것으로, 2020년 11월 인증받았던 3단계 자율주행 중 트래픽 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를 현재 북미 시장의 기술 인증 기준에 맞게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저속 추종 시스템에서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CR-V는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약간의 침체를 겪었으나 이후 도래한 고유가로 인해 연비가 우수한 1.5리터 VTEC 가솔린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목받으며 브랜드의 부활을 이끌었습니다. 고유가 기조가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수한 효율은 물론 더 큰 공간과 힘있는 디자인, 개선된 편의 기능까지 갖춘 6세대 CR-V는 국내 시장에서도 주목받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