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빌런을 막는 안전하고 현실적인 방법

주차빌런
여러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주차 빌런 응징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다. 볼 때마다 운전 실력과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한 집당 한 대는 댈 수 있다 해도 두 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가구들도 많기에 많은 아파트들이 주차난을 겪는다. 그래서 잘못된 주차 방법이나 장소에 대한 응징에 대해 많은 이들이 환호를 보낸다. 물론 주차 구획선에 제대로 주차를 안 하거나, 두 대가 댈 수 있는 자리를 혼자 차지하거나, 공동 현관문이나 통로에 주차해 사람이나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다고 모두 다 주차 빌런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되면 타인을 생각하지 않거나 불편함에 공감하지 못하는 빌런이다. 이런 주차 빌런은 직접적인 응징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적용 가능한 법조항이 있다?

아직까지 주차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법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로교통법 제34조(정차 또는 주차의 방법 및 시간의 제한)에는 주차와 관련된 조항이 있기는 하다.

주차 빌런
이미지 : 인터넷 커뮤니티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아파트 주차장에는 해당 법률이 적용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상 주차장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하지만, 아파트 주차장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입주민’이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차를 한 차량이 통행로를 막고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고의성 여부

주차를 한 차량이 다른 차량의 통행을 못하게 하는 경우라면 일반교통방해죄, 차량이 두 군데 이상 걸쳐 주차하는 바람에 바로 옆 칸에 주차가 불가능할 정도라면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는 있다. 처벌 수위도 사이다처럼 시원하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의 벌금형이니까.

주차 빌런
이미지 : 인터넷 커뮤니티

다만 이 경우 ‘뚜렷한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2018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불법주차 경고 스티커를 자신의 차량에 붙였다는 이유로 7시간가량 지하주차장 입구를 차량으로 막아버린 운전자에게 업무방해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이 경우는 불법주차 경고 스티커 때문이란 고의성이 있었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했다.

 

참교육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빌런이 이동하지 못하도록 옆에 바짝 대서 주차를 해버려 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참교육만 답일까? 사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사진을 보면 사이다의 시원함이 느껴지지만 오히려 이런 행위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

주차 빌런
이미지 : 인터넷 커뮤니티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상대 차주와 싸움이 날 수 있다는 것이며, 실제로 참교육을 한 사람이 오히려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재물손괴죄다. 그런데 이 재물손괴가 주차된 차를 빼다가 차가 부서지거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차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막으면 차의 효용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재물손괴가 적용될 수 있다. 정말 어렵고도 알 수 없는 것이 법이다.

 

물론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입주민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것은 입주자 대표위원회에 지속적인 압력을 넣어 많은 사람이 이 일을 알게 만드는 것이다. 입주자 대표가 나서 차주에게 연락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받고 해결한 뒤 아파트 관리 규약을 수정해 규약 반복 위반 차량의 차량등록을 취소 처리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다. 물론 쉽지 않은 방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영할만한 법안이 등장했다.

주차빌런작년 4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차공간을 차지한 뒤 타인의 주차를 방해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노상 및 노외주차장의 주차구획에 물건을 쌓거나 사람의 통행을 가로막는 등의 주차 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주차 관련 문제가 심각하기에 등장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도움이 되는 법이다. 물론 아직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사실 주차장은 모두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란 사회적 합의와 내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주차장법 같은 것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다 내 마음 같지는 않으니 법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이 법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글 / 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