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교통법규와 제도 변경이 꽤 많다. 해마다 연초는 교통법규 변경 사항을 알려주는 콘텐츠들이 많은데 올해는 특별히 더 많다.
이미 연두색 번호판과 1종 보통 자동변속기 면허, 양방향 무인 단속 정도는 다들 알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한 데 모아 정리했다. 올해 변경된 교통법규와 제도는 무려 16가지나 된다. 중복되는 내용은 간단하게, 그렇지 않은 것들은 상세하게 설명한다.
운전면허 관련 변경된 3가지
올해는 운전 면허 체계와 관련된 변경이 꽤 많다. 새로운 운전면허가 생기고, 기술발전에 따라 안전교육에 새로운 과목이 신설된다.
1종 보통 자동변속기 운전면허
그동안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나 화물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1종 보통(수동변속기) 운전면허가 필요했다. 그러나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화물차에도 자동변속기 차량이 많아지는 만큼, 1종 보통 자동변속기 운전면허가 신설된다.
새로운 운전면허의 도입 시기는 올해 하반기다. 우선 7년 이상 무사고인 2종 자동변속기 면허 보유자에게 시험 없이 1종 자동 면허로 갱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신규 발급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참고로 기존의 2종 운전면허도 7년 이상 무사고라면 같은 조건의 1종 운전면허로 갱신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교통안전교육
최신 차량에는 운전자 보조(반자율 주행) 기능이 들어간다. 이렇게 자동차 운행 환경 변화에 따라작년 연말 경찰청은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도로교통안전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중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를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과목이 신설된다. 이 교통안전 교육에는 운전 제어권 전환 의무, 운전자의 책임 등을 설명한다. 내년 중 교육이 이뤄지도록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될 예정이다.
운전면허 적성검사 할인
도로교통공단이 밝힌 2024년도 운전면허 적성검사 대상자는 전년보다 140% 증가한 400만 명이나 된다.
특정 기간에 적성검사 대상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은 1~2월 온라인 적성검사 시 발급 수수료 10%를 할인한다. 온라인으로 신청 시 일반면허증(국문, 영문)은 발급수수료가 10,000원에서 9,000원으로 IC면허증(국문, 영문)의 경우 발급수수료 15,000원에서 13,500원으로 적성검사(갱신)를 신청할 수 있다.
스쿨존과 관련된 2가지
이미 스쿨존 내 횡단보도는 눈에 더 잘 띄는 노란색으로 변경된 곳들이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곳에 적용되며 밤 시간대 보행자가 적을 때는 스쿨존 속도 제한을 완화하는 노면표시가 도입된다.
이제 스쿨존 내 횡단보도는 노란색
노란색 횡단보도는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여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22년 8월부터 시범운영 됐다. 경찰청이 발표한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차량 운전자의 88%가 ‘스쿨존임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를 기반으로 노란색 횡단보도는 2023년 하반기부터 도입되었으며, 2024년 내에는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마다 설치될 예정이다.
스쿨존 시간제 시행
밤 시간대 보행자가 적은 스쿨존에 대해 속도 제한을 완화하는 시간제 속도제한 구역에 새로운 노면 표시가 도입된다. 이름처럼 시간대별로 제한 속도가 조종된다. 종일 시속 30km/h로 제한되는 스쿨존은 심야 시간대(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에는 시속 40∼50km/h로 속도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 기본 제한 속도가 시속 40∼50km인 스쿨존은 등하교 시간대(오전 7시부터 9시,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 시속 30km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시간대는 각 지역의 실정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우회전 신호등
2023년 변경된 교통 법규 중 우회전 방식에 대한 혼란이 큰 이슈였다. 혼란을 줄이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별도의 우회전 신호등 설치다. 올해부터 우회전 신호등이 본격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우회전 신호등은 기존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변경되며, 전방 신호등 아래나 옆에 ‘우회전 신호등’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설치된다. 2023년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던 이 신호등에 대한 반응이 좋았기에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우회전 신호 위반은 다른 신호 위반과 마찬가지로 6만원의 범칙금과 15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 의무 부착
올해 10월 25일부터 상습 음주 운전자들은 차량에 음주 운전 방지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대상은 5년 이내에 재차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며, 면허를 다시 취득할 때는 ‘음주 운전 방지 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 받게 된다.
이 조건에 따라 운전자는 면허가 박탈된 기간만큼 차량에 이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이 장치를 이용해 음주 상태가 아님을 입증해야만 차량에 시동이 걸린다. 아울러 이 운전자들은 연 2회 장치의 작동 상태와 운행 기록을 경찰에 제출해야 하며,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이 장치가 없는 차량을 운전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장치를 손상 시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양방향 단속 카메라
이미 예고 되었던 것이지만 올해부터 양방향 무인 단속 장비가 확대 설치된다. 일단 농촌 지역의 단일도로, 주택가 이면 도로, 어린이보호구역 등 왕복 2차로 이하의 도로가 우선이다. 차량의 전면·후면 번호판을 사진 중앙에 정확히 담을 수 있는 2차로 이하에만 설치된다. 이로서 기존 후면 번호판만 부착된 이륜차들도 과속 카메라 단속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 지난해 후면 무인 단속 장비가 설치된 이후 이륜차의 교통 법규 위반 행위는 18.9% 감소됐다.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단속이 아닌 차량 속도를 늦춰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통학 차량과 택배차량 경유차 금지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대기관리권역 내에서 어린이 통학용 차량과 택배 운송차량은 경유차를 사용할 수 없다. 경유차를 전기차나 가스차로 대체해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하고, 노약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취지의 법이다. 제조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럭 10만 대가 경유 대신 LPG로 연간 1만 km를 주행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6만 톤 줄어든다고 한다.
이 조치에 따라 이미 국내 제조사의 1톤 트럭 중 경유 모델은 단종되었고, LPG 모델과 전기 트럭이 판매되고 있다.
서울시에만 해당되는 2가지 변화
아래 내용은 서울시에만 적용되는 상항이다. 먼저 자동차 공회전 제한이 이륜차까지 확대되며, 여성 전용 주차장의 이름이 가족 배려 주차장으로 변경된다.
이제 이륜차도 공회전 단속
서울시는 2023년 7월 ‘서울특별시 자동차 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공회전 제한 대상이 기존 사륜차에서 이륜차까지 확대되었고 올해부터 이륜차 공회전 단속이 시행된다. 대형 아파트단지, 배달음식점 등 이륜차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단속이 진행될 예정이며 제한 규정 위반 이륜차 적발 시의 과태료는 5만 원이다.
공회전 제한의 조건은 대기 온도가 5℃ 이상~25℃ 미만일 경우 공회전 제한 시간은 2분 이내, 0℃ 초과~5℃ 미만이거나 25℃ 이상~30℃ 미만일 경우에는 5분 이내다. 0℃ 이하거나 30℃ 이상이면 공회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운전자 부재 시에도 경고 없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가족배려 주차장
서울시 공공주차장 내 설치된 여성우선주차장이 ‘가족배려주차장’으로 변경된다. 가족배려주차장은 아이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배려한 정책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지자체의 복지로 볼 수도 있다. 대상은 6세 미만의 미취학아동 및 영유아, 임신부와 출산 후 6개월 미만의 임산부, 일상생활에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 노인 등이 탑승 차량이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가족배려주차장은 사각지대가 없고, 출입구와 가깝고, 승강기와 접근성이 높고, 승, 하차 시 넓은 공간이 필요한 자리에 해당된다. 주차선을 흰색 바탕에 꽃담황토색 실선으로 칠해 다른 주차칸과 구분한다. 올해는 우선 공공주차장 위주로 적용되며, 내년에는 민간 주차장까지 확대된다.
사고기록 장치(EDR) 기록 항목 확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에 기록되어야 하는 항목이 늘어난다. 기존 45개에서 67개며, 새롭게 추가된 것은 비상 자동제동장치의 작동 여부와 제동 압력 값 등이다.
나머지 정보들 역시 사고 발생 시 원인 분석과 책임 소재 파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아울러 기록 조건도 강화되어 과거에는 주로 에어백이 전개된 사고 발생시만 EDR 데이터를 기록했지만, 개정안에 따라 보행자와 충돌하는 상황도 기록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전조등과 후미등 자동 점등
최신 차량은 주변 조도에 따라 자동으로 전조등과 후미등이 점등된다. 하지만 극히 일부 차량을 제외하면 운전자가 이 장치를 껐을 때 그 상태가 유지된다. 그래서 도로에는 소위 스텔스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야간에는 꽤 위험하다. 조만간 이런 위험이 사라질 전망이다. 운전자가 운전 중 임의로 전조등과 후미등을 끌 수 없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및 부품의 성능 및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이 요건을 집어넣었다. 따라서 올해 9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신차는 임의로 전조등과 후미등을 끌 수 없다. 기존 모델은 생산 계획 변경을 고려해 2027년 9월부터 이 규정이 적용된다.
스마트국민제보 안전신문고에 통합
올해 1분기 내에 경찰청의 교통법규 위반 신고 시스템인 스마트국민제보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안전신문고로 통합된다. 안전신문고는 생활 속 위험요인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과속 및 난폭운전 또는 이륜차 인도 주행 같은 경찰청 소관 교통법규 위반 사항을 안전신문고의 자동차·교통위반 메뉴에서 신고해야 한다.
대학 등 시설 내부 도로 교통안전 관리 강화
대학 내 전동킥보드 등 이륜차 사용 및 배달 이륜차의 교내 진입 증가로 학교 내 교통사고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대학교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도로교통법이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 내 도로의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교통안전법이 개정되어 대학교 도로의 교통안전 관리가 강화된다. 개정 내용은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사이버대학, 기술대학 등의 학교 내 도로를 ‘단지내 도로’에 포함시켜 안전표지(일시정지, 횡단보도), 과속방지턱, 도로반사경, 조명시설 등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관리가 의무화된다. 이 내용은 올해 8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법인 업무용 차량의 연두색 번호판
올해 1월 1일부터 공공 및 민간 법인이 이용하는 업무용 승용차에는 일반 등록번호판과 구별되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다. 기준은 1월 1일 이후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하는 8,000만 원 이상,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 자동차들이다. 목적은 고가의 차량과 슈퍼카를 기업이 구매해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기존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소유 자동차, 렌터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은 이 규정에서 제외다.
매년 바뀌는 교통법규와 관련 제도들이지만 올해는 정말 많다. 그 동안 바꿔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것들도 있고 굳이 필요할까 싶은 것도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강화하는 측면과 함께 낮은 출산율과 기후 위기 등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의 규정들이 많다. 바뀐 것이 많아졌지만 지금까지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서 운전을 해왔다면 크게 어려운 내용은 없다.
글 / 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