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매력, 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어쩐지 비슷하다는 느낌적 느낌을 주는 차들이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자동차 모델비교 기능을 통해 보면 정말로 ‘Ctrl C, Ctrl V’를 한 것 같다. 이럴 경우에는 제조사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 대부분 다른 브랜드지만 모기업이 같은 경우가 눈에 띌 것이다. 즉 그 차들은 같은 가문 안에서 기술적 공통분모를 공유한다는 뜻이며, 이것이 바로 플랫폼 공유다.


같은 듯 다른 매력,
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FIAT 500X


같은 듯 다른 매력,
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크라이슬러 지프 레니게이드(Jeep Renegade)

비단 같은 모기업을 둔 경우만이 아니라 인수 합병을 통해 한 가족이 된 회사들의 경우나 전혀 다른 회사들이 플랫폼을 공유하기도 한다. 플랫폼은 넓은 의미로 파워트레인까지도 아우르지만 통상 엔진의 위치 및 구동방식과 서스펜션을 포함한 차체의 구조 전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더 많다.

SCCM 플랫폼이란?

FCA 그룹의 피아트 500X와 크라이슬러 지프 레니게이드도 대표적인 플랫폼 공유 모델이다. 이 두 차량의 플랫폼 명칭은 SCCS(Small Common Components and Systems), 2005년 피아트 그랜드 푼토에 처음 적용되었다. 이 플랫폼의 최초 연구는 2000년대 초 피아트와 오펠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따라서 당시 피아트와 GM SCCM 플랫폼을 공유하는 한편 두 거대 회사가 합병할 것이라는 루머도 나돌았다. 그러나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한 식구가 되며 이 소문은 말 그대로 루머로 그쳤다.

피아트와 지프, 전장이 인연이 낳은 형제

전생에 부부는 원수고 형제는 은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지프의 경우를 부부라고 한다면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이들은 원래 75년 전 유럽의 전쟁터에서 만났으나, 70여 년의 세월이 지난 2007년 사실혼 관계에 들어섰고, 2014년에는 공식적으로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의 호적에 입적했다.
 
그 사이에 두 자식을 두었으니 피아트 500X와 크라이슬러 지프의 레니게이드가 그들이다. 각각 집안의 가장 오래되고 두드러진 개성의 유전자가 만나 하나의 형제로 태어난 셈이다. 두 차량은 올해 전세계 브랜드들이 뜨거운 경쟁을 벌이게 될 서브 콤팩트 SUV(B세그먼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FCA의 미래 책임질 9단 변속기 조합 파워트레인

피아트 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 두 차종 모두 2.0리터(1,956cc) 싱글 터보 디젤 엔진과 2.4리터(2,360cc) 멀티젯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라인업을 갖고 있다. 또한 변속기는 9단 변속기를 공통적으로 채용해 파워트레인을 조합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파워트레인은 2.0리터 디젤 엔진과 9단 변속기를 조합한 라인이다. 물론 응답성 좋은 가솔린 엔진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소형이라도 SUV 유저들이 갖는 기대감은 등판주행이나 오프로드 주행을 견뎌낼 만한 단단함을 향한다. 피아트 500X의 디젤 라인은 크로스와 크로스 플러스의 두 트림이며, 지프 레니게이드의 경우는 론지튜드와 리미티드 두 가지 트림이 디젤 엔진과 9단 변속기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모델이다.
 
같은 엔진이지만 두 모델의 최고 출력과 그 범위는 조금씩 다르다. 도심 운전 중심의 500X 4,000rpm에서 140hp, 오프로드 주행에 조금 더 특화된 지프 레니게이드는 3,750rpm에서 170hp의 최고출력을 낸다. 파워 면에서는 지프 레니게이드가 조금 더 형다운 면모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대 토크는 모두 35.7kg·m(1,750rpm)로 동일하다. 최고 출력 면에서나 최대 토크 모두 경쟁사의 2.0리터급 디젤 엔진 서브 콤팩트 SUV보다도 수치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 형제차, 500X와 Jeep의 질주.

파워트레인을 조합하면서 다단 변속기에 희망을 거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는 CVT의 효율성과 유연함, 기존 변속기에서의 확실한 반응 등 각기 다른 포맷의 장점을 모은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차량 제조사들은 효율성을 위해 순발력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FCA 역시 그들만의 방법으로 효율과 파워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차의 복합연비는 500X쪽이 12.2km/l, 레니게이드 쪽이 11.6km/l 이다. 아무리 고연비차 전성시대지만 풀타임 4륜 구동방식에서 이 정도의 복합연비를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이를 때까지 9초대를 사수했다. 사실 도심과 아웃도어 스타일을 두루 커버하는 서브 콤팩트 SUV가 이 정도의 가속력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한 등급 위의 준중형 SUV 모델 중에서도 아우디 Q3, 메르세데스 벤츠의 GLA가 9초대임을 감안하면 FCA의 두 형제가 보이는 달리기 실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최고속도는 500X와 레니게이드 모두 190km/h.

피아트 측은 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에 적용한 9단 변속기를 이 두 차종만이 아니라 2018년까지 FCA 집안의 다른 라인업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 두 형제에게 FCA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 모두 전•후륜 서스펜션에 맥퍼슨 스트럿을 채용했다. 또한 두 차종의 최상위 트림에는 모두 18인치 타이어가 장착됐다. 제원으로만 봐도 하체의 힘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낮은 대역의 엔진 회전수부터 발휘되는 강력한 토크가 어우러져, 등판주행이나 산허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주행에서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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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피아트가 심혈을 기울인 9단 변속기의 일부.

500X, 이탈리안 감성의 크로스오버

플랫폼은 공유하지만 개성은 분명하다. 500X의 크로스와 크로스 플러스가 500X의 라인업 중 오프로드에 강한 장기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4륜 구동 방식 역시 500 라인업 최초로 적용됐다. 하지만 애초에 스타일리시한 도시 생활인들을 위한 크로스오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피아트는 말 그대로 운전자가 느끼는 분위기를 존중한다. 500X의 전 트림에 모두 적용되는 무드 셀렉터는 연비와 승차감 중심의 오토, 곡로 구간을 포함한 다이내믹한 주행을 지원하는 스포츠 그리고 오프로드나 빗길, 결빙 구간 등에서 안정감을 주는 트랙션 플러스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인은 500X의 속성을 단적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곡면의 아름다움을 살린 것부터가, 인적 드물고 보는 눈도 거의 없는 험로만 주행하고 있기에는 다소 아까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피아트의 500은 국내에서도 패션계나 예술, 대중문화 관련 전문가들이 선호해 왔다. 일상의 매 순간을 스타일리시하게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자동차도 패션 아이템이어야 하고, 그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500이였기 때문이다. 500X 500의 유전자를 이어받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모던하게 해석해 내 그 스스로 또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 계기반을 비롯해 다이얼과 버튼의 원형은 500의 유산이지만 좀 더 대담한 윤곽과 크기로 재해석해, 기능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한다. 전반적으로 여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는 인상을 전달하는 UI/UX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편의와 여유로움은 분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브 콤팩트 SUV의 한계를 훌쩍 넘는 공간 활용으로 탑승은 물론 수납과 적재 공간의 여유로움도 구현했다. 글로브 박스는 듀얼로 배치했고, 암 레스트에 슬라이딩 기능을 추가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또한 뒷좌석은 평평히 접을 수 있는 60/40 분할 폴딩 시트를 채용해 상황에 맞게 최적, 최대의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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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도시적 라이프 스타일 유저와 아웃도어 지향의 유저를 모두 타깃으로 한 500X.
지프 레니게이드, 강력한 아웃도어형 SUV

지프 레니게이드는 다양한 레저활동을 지향하는 차량이다. 유저층 역시 임도 주행 혹은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의 집단에 널리 분포돼 있다. 지프에는 수치로 드러나는 파워트레인 자체의 퍼포먼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70년의 시간 동안 윌리스 MB, 랭글러 등을 거치며 축적된 노하우의 견고한 차체를 통해 제원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작은 체구지만 지프의 혈통에 깊이 밴 오프로드 장악력을 이어받았다.
 
특히 눈에 띄는 기능은 해당 세그먼트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드라이브 로우 시스템이다. 20:1의 낮은 크롤 비는 저속에서의 강력한 토크를 보장하며, 지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험로 주파력의 실체라 할 수 있다. 또한 구동축 분리 기능(Power Take-off Unit)도 빼놓을 수 없다. 군 복무 시 운전병으로 근무한 예비역들이라면 이해가 빠를 텐데, 아마 데후(디퍼런셜 기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뒤쪽 구동축으로 보내는 동력을 잇거나 끊을 수 있는 별도의 기어 박스로, 이 역시 서브 콤팩트 SUV에서는 지프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오토, 스노우, 샌드, 머드 등 지형 및 지표 상황에 따른 최적의 주행 모드인 지프 셀렉터레인(JeefSelec-Terrain) 기능 역시 오프로드 명가 지프의 명성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디자인면에서도 윌리스 MB와 랭글러로부터 전해지는 유전자를 토대로 한다. 시쳇말로 곤조가 느껴지는 차체와 지프의 문장이라 할 수 있는 7슬롯 라디에이터 그릴 등 전통적 요소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디테일로 들어가면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범퍼는 상하로 나눠 위쪽은 바디 컬러를 연장 적용하고, 아래쪽은 블랙 컬러를 택해 스타일의 유지와 오프로드 주행 모든 것이 가능하게 했다.
 
실내로 들어서면 조상 대에서 표현하지 않았던 세세한 멋도 돋보인다. 센터페시아에 자리잡은 중앙 송풍구는 스포츠 고글을 연상시킨다. 계기반에는 머드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적 요소 등이 돋보인다. 중앙콘솔 매트에는 험로로 유명한 유타 주 모압(Moab) 지역의 지도 아이콘이 그려져 있다. 거친 길을 달리면서도 스타일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지프 레니게이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반역자, 반항아라는 사전적 의미의 레니게이드(Renegade)’라는 이름이 더 크게 다가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같은 듯 다른 매력,
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오프로드 하면 지프다. 그 가문의 반항아 기질 가득한 막내 레니게이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합리성과 매력

4륜 구동SUV를 갖고 싶다. 그리고 수입차를 사고 싶다. 이 두 가지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차의 범위는 극히 좁다. 독일차로 시선을 옮기면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일본차는 디젤 엔진 라인업을 확실히 갖춘 브랜드가 드물다.
 
FCA의 형제차인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는 이 난감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차들이다. 피아트와 지프 모두 오랜 기간 디젤 엔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4륜 구동 SUV에 대해 갖고 있는 데이터 역시 방대하다.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업데이트해오고 있는 것도 신뢰의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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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도시적인 팝스타, 오프로드 지향의 크로스 & 크로스 플러스 세 가지 트림을 가진 피아트 500X.

특히 피아트 500X의 경우 6월까지의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에는 3,0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500X 가솔린 엔진의 팝스타 트림은 미국보다 저렴하며 디젤 엔진의 크로스 플로스 모델은 현지 생산되고 판매되는 이탈리아 가격보다도 800만 원 가량 낮게 책정되었다. 500X의 이러한 가격 정책은 피아트가 그 간의 가격 논쟁을 불식시키고 시장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지프 레니게이드의 경우 최상위 트림인 리미티드가 4,100만 원이다. 엔트리급인 가솔린 모델은 3,200만 원대까지도 내려간다. 이미 지프 레니게이드는 국내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꾸준한 지지를 얻으며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플랫폼을 공유한 차들은 기본적으로 차체 구조나 파워트레인의 퍼포먼스 면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그러나 차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다른 기질과 매력을 갖게 된다. 또한 차의 매력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차의 특성이 지닌 간극을 최대한 좁히고, 차와 능동적으로 교감할 때 유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FCA의 형제차인 피아트 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의 매력 역시, 유저들의 경험 속에서 후천적으로 새롭게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듯 다른 매력,
FIAT 500X & 지프 레니게이드
국내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지프 레니게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