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기준으로 경기도는 전국 수입 자동차 등록의 지역별 비율에 있어 서울보다 불과 0.59% 포인트 뒤진 18.07%를 기록했다. 하지만 리스 구매 시 등록지가 경기도 이외의 지역인 경우까지 선택하면 실제 그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기도 지역, 그 중에서도 신도시 쪽의 자동차 트렌드는 어느 정도 수입 자동차 트렌드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좋은 표본이다.
현재 신도시 중에서도 서비스업이나 유통업 전반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사는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판교다. 대부분 분당이나 용인 수지, 서울 강남 쪽에 거주하는 부모님들의 재력을 기반으로, 생애 주기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중산층에 진입한 부부들이다. 이 판교 지역에 오면 눈에 부쩍 많이 띄는 차종이 컴팩트 SUV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부부들이 많은 인구 구성을 생각해볼 때 납득 가능한 현상이다.
이미 많이 팔린 폭스바겐 티구안
그래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자동차도 폭스바겐의 티구안이다. 특히 2.0 블루모션은 실제 지난 2015년 수입 자동차 중 전 등급을 통틀어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자동차이기도 하다. 이 자동차가 인기를 누린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높은 연비와 실용성,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바로 그랬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있어, 논란이 더 커졌는지도 모른다. 이 자동차가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홍보 전략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이용자들의 긍정적 경험 전파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 자동차가 국내에 선보인 것은 2008년이었다. 그 때와 비교해 동력 성능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2.0리터(1,968cc) 직분사 엔진에 싱글 터보, DCT 기반 7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140hp(4,200rpm), 최대 토크 32.6kg∙m(1,750~2,5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논란이 된 연비는 복합 13.8km/l로, 풀타임 4륜구동임을 감안했을 때 확실히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물론 전장 4,430㎜에 휠베이스가 2,604㎜로 실내 공간이 다소 좁고 트렁크가 작다는 단점은 분명하다. 한동안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나 포털 사이트에서 티구안을 입력하면 ‘골프백’이 연관검색어로 올라올 정도였다. 골프백이 실리지 않을 정도로 협소한 트렁크 때문.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우 이 자동차가 한 가구의 유일한 자동차인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폭스바겐은 2016년 부산 모터쇼에서 섀시의 전반적 수치가 모두 증가한 새로운 티구안을 선보였지만, 불행히도 내년까지 판매가 재개될지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워낙 기존 판매량이 많았기에, 계속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7월 수입차 판매량 동급 1위 메르세데스 벤츠 GLA
2014년 벤츠가 국내에 이 자동차를 공개했을 때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국내에 출시되고 2개월 정도만에 국내 재고분이 전량 소진되었을 정도. 2010년대 들어서 벤츠는 엔트리급 기종의 국내 마케팅을 강화해오고 있다. 그리고 A 클래스, CLA와 함께 젊은 수요자를 벤츠로 끌어들이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차종이다. 2016년 7월에는 전체 수입차 판매량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동급 1위에 해당한다. 앞으로도 이 자동차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이 자동차는 출력이 낮다. 과거 C클래스에 장착되었던 220CDI와 같은 2,143cc 싱글 터보차저 디젤 직분사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출력이 136hp(3,200~4,000rpm)에 불과하다. 하지만 0→100km/h 가속 시간은 9.9초로, 10초대인 티구안을 근소하게 앞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400~3,000rpm에서 형성되는 30.6kg∙m의 최대 토크로 인해 높은 효율성이 매력이다. 전륜구동 기종은 복합연비 16.2km/l, 4륜구동은 14.8km/l로 동급 최고의 효율을 선보이고 있다.
동급 디젤 엔진 최강 출력 BMW X1
BMW X1은 글로벌 판매량 80만 대를 넘는 베스트셀링카다. 콤팩트 SUV 부문에서는 현재 최강자라 할 수 있는 기종이다. 무엇보다 2.0리터급 디젤 엔진을 장착한 동급 기종에서 가장 높은 출력이 메리트라 할 수 있으며, 브랜드의 후광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X1은 지난 2월 풀 체인지 모델로 국내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여전한 명성을 지키고 있다.
판교신도시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은 고급을 지향하면서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성향을 바탕으로 BMW X1 역시 신도시 지역에서 견고한 지지를 얻고 있다. 1,991cc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과 토크컨버터 방식인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은 언급한 대로 동급 최강이다. 190hp(4,000rpm)의 최고 출력, 40.8kg∙m(1,750~2,500rpm)의 최대 토크는 티구안과 GLA가 가진 각각의 장점을 합친 것보다 뛰어나다. 0→100km/h까지 7.6초로, 가속 성능 역시 BMW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륜 구동 방식인 X드라이브 기종의 경우 연비가 14km/l로 GLA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결코 나쁜 연비는 아니다. 다만 이 자동차의 약점 아닌 약점은 가격 경쟁력. 앞서 열거한 티구안과 GLA가 모두 4,000만 원 중후반대인데 비해 이 자동차는 5,6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후일을 기약해야 할 아우디 Q3
아우디는 독일 4사 중에서는 SUV 시장에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으며, 콤팩트 SUV인 Q3 역시 2012년에야 선보인 기종이다. 그간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2016년 들어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2016년 4월에는 BMW X1을 제치고 수입차 판매량 4위에 올랐다. 아우디 역시 검증된 브랜드 가치 선호가 높은 해당 지역 소비자들의 특성에 의해 사랑받아 온 제조사다. 그러나 이는 잠정적으로 과거형이 됐다. 하지만 Q3는 자체적 판매 중단 기종에 포함됐다. 재인증이 금년 내에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Q3는 같은 집안의 티구안과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자동차다. 따라서 제원 성능과 섀시 등의 수치가 거의 비슷하다. 2.0리터(1,968cc)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에 7단 DCT 자동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최고 촐력도 140hp(4,200rpm), 최대 토크도 32.7kg∙(1,750~2,500rpm)으로 티구안의 수치와 비슷하다. 0→100km/h는 9.9초로 오히려 GLA와 유사한 점도 있다. 하지만 GLA와 달리 이 자동차의 장점은 하위 트림에도 상시 4륜 구동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자동차 역시 판교를 비롯해,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거주하는 신도시에서 종종 보이는 차종이다. 물론 이제 이 자동차의 신차를 보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Q3 역시 아우디의 자발적 판매중단 차량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까닭이다.
동급 유일 가솔린, 가격도 ‘혜자’ 인피니티 Q30S
사실 앞에서 살펴본 독일 4사의 콤팩트 SUV는 모두 디젤 엔진 장착 기종이다.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라고는 하지만 시장이 디젤 일변도인 것은 아쉽다. 소비자들 중에도 분명 그렇게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GLA에 2.0리터 가솔린 엔진 장착 기종인 GLA 250 있지만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았다.
그런 이 시장에 최근 인피니티가 Q30S를 출시하며 틈새를 공격하고 나섰다. 기존 Q30의 유럽 출시 기종에는 GLA와 같은 2,143cc 디젤 싱글 터보 엔진 장착 기종이 있으나, 어차피 디젤 엔진으로는 독일 4사의 견고한 아성을 깨뜨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이 확률 높은 공격법일 것이다. Q30S는 211hp의 최고 출력과, 디젤 엔진 못지 않은 35.7kg∙m의 최대 토크를 갖추었다. 인피니티 자신감의 원천은 디자인. 여기에 성능까지 갖추었으며, 가격 역시 동급 최저라 할 수 있는 3,000만 원대 후반이다. 모든 면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이 바로 긍정적인 신호로 연결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판교를 비롯한 신도시에서 이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찾아보기는 어렵다. 다만 인피니티 역시 독특한 디자인으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필해 온 이력이 있다. 보수적인 자동차 구매 패턴을 가진 신도시 유저들 중에서도 ‘반골’이 없으란 법은 없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인피니티 Q30의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