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에 있어 확실한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행정적 절차를 비롯한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튜닝은 기존 법 질서 존중과 성능 증대 및 개성 표현이라는 상반되는 가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가치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튜닝카야말로 퍼포먼스와 실용성 둘 다 잡을 수 있는 자동차가 될 수 있다.
2016년 8월 21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핸즈 모터스포츠 6전과 함께 진행된 튜닝카 선발대회에서의 자동차들은, 튜닝 업계 및 튜닝 카 마니아들의 꿈과 고민을 보여 준 행사였다. 8월 8일부터 16일까지 사전 접수 후, 사전 심사를 통해 등록된 튜닝카는 모두 27대.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 위한 퍼포먼스 튜닝을 한 자동차부터, 차주의 ‘기분전환’ 수준으로 가벼운 드레스업 정도가 적용된 차량들까지 고루 모여 있었다.
사실 규모가 큰 행사는 아니었지만, 눈여겨볼만한 자동차들도 나와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1990년대 포르쉐 911과, 이를 모토로 튜닝과 드레스업을 가미한 2000년대 초반의 포르쉐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여기에 국산 자동차 중 튜닝카 베이스로 인기가 높은 제네시스 쿠페 기반의 이색적인 튜닝카도 출품되었다. 또한 BMW 마니아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BMW M3(E30, 1991)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기종의 경우 해외에서는 리스토어링을 거쳤거나 관리 상태가 좋을 경우 약 5만 달러 상당의 경매가를 기록하는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동차 중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전문가들의 심사와 차량 앞에 세워진 스티커판을 통한 인기투표 결과를 50:50으로 반영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신한대 자동차공학과의 하성용 교수는 “개성의 표현, 서킷을 달렸을 때의 주행성능은 물론 공도 주행 시 규제 준수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심사의 기준”이라 밝혔다. 하 교수는 과거 환경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튜닝카에 관한 실제 규제 등이 적용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진 전문가로 알려졌다.
3위를 기록한 자동차는 이덕진 씨가 출품한 현대자동차 i30였다. 국토교통부의 튜닝카 기준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개선된 주행 및 제동성능을 구현한 튜닝으로 평가받았다. 튜닝 내역은 전륜 브레이크의 피스톤을 2개로 하고, 후륜 브레이크 로터의 지름을 확장했다. 서스펜션과 에어로파츠 튜닝을 통해 접지력을 높이고 차체 제어 능력을 개선해 서킷에 투입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2위를 기록한 자동차는 스피젠 레이싱 팀의 정기용 씨가 출품한 포르쉐 930 RSR 자동차였다. 스피젠 모터스 측에 따르면 이 자동차의 튜닝 프로젝트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진행되었다고 한다. 공랭식 수평 대향 엔진인 M64/21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이른바 ‘파워트레인 스왑’을 적용한 기종이다. 뿐만 아니라 엘리펀트 레이싱용 서스펜션과 996 터보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채용해 차체 제어와 제동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특히 사고 시 운전자를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레이싱 퓨얼 셀의 적용 및 풀 사이즈 롤 케이지 등 안전 관련 튜닝도 적용했다.
최고상은 드리프트 전문가 ‘카자마콴’으로도 잘 알려진 권용기 레이서의 차량에 주어졌다. 현대자동차 2.0리터 세타 엔진을 기반으로, 단조 피스톤을 적용해 엔진 내구성을 강화하고, 터빈을 교체해 최고 출력을 400hp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서스펜션은 국내 제조사인 네오테크의 드리프트 전용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브레이크 역시 국내 제조사인 펠라의 소형 사이즈 4피스톤 캘리퍼와 경량 디스크 로터를 적용하는 등 성능 면에서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참고로 1위 상의 시상자로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관리관 김용석 국장이 참석했다. 최근 튜닝 산업 장려와 단속 강화라는 정부 정책 시행 부조화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튜닝카 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한편, 핸즈 모터스포츠의 마지막 경기인 7전은 오는 11월 5~6일 양일간 마지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