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말하는 ‘금수저’인 라포 엘칸은 ‘피아트(FIAT)그룹’ 회장의 외손자로 6조 이상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피아트’ 그룹의 마케팅 담당이사,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의 대주주, 이탈리아 안경 및 선글라스 브랜드인 ‘인디펜던트’의 대표 등 화려한 이력과 남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하며 ‘살아 있는 피아트’라 불리고 있다. 자동차 기사 보다는 가십 기사 면에 많은 할당량을 가지고 있을 만큼 다이내믹한 이력을 가진 남자 라포 엘칸을 탐구해보려 한다.
‘라포 엘칸’의 모든 것은 할아버지인 ‘지아니 아그넬리’ 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아니 아그넬리는 1899년 피아트(FIAT)를 설립하여 자동차 제조, 엔진, 금융 산업 등으로 이탈리아의 피아트 제국을 만들어 낸 창업주다. “자동차는 부자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라는 말을 남기며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어 냈으며 독특한 패션감각으로도 유명했다.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셔츠 위에 시계를 차거나 넥타이를 일부러 삐뚤게 메는 등 개성 있는 액세서리를 활용한 패션의 장본인으로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세기의 멋쟁이로 통했다. 라포 엘칸은 그런 지아니 아그넬리의 옷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옷장만 물려 받은 것이 아니다.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거나 전통적으로 강한 축구팀의 구단주로써 열광하는 모습, 패션에 대한 색다른 감각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고스란히 닮아있다.
“오늘 무엇을 입을지 정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차를 타고 나갈지에 달렸다.” 라포 엘칸이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신념이다. 수많은 종류의 자동차를 보유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라포 엘칸은 자신이 좋아하는 패턴이나 컬러로 자동차를 도색하곤 한다. 하운드체크가 유행할 당시 자신의 피아트500을 하운드체크로 도색하기도 했고, 람보르기니를 평소 좋아하던 카모플라쥬로 도색, 마세라티 그란쿠페를 스트라이프로 도색하는 등 자신이 평소 좋아했던 패턴들로 자동차의 옷을 바꿔 입혔다. 또한 피아트500을 색깔별로 구입해 자신의 수트 색상에 맞춰 바꿔가며 타기도 한다. 항상 차와 옷이 매치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보고 ‘살아 있는 피아트’라 한다.
앞서 살펴봤듯 라포 엘칸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패션업계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영국 남성패션지 ‘GQ’가 선정한 2013년 베스트드레서 2위, 싱가폴 유력지 ‘The Straits Time의 Men of style’ 7위에 뽑히는 등 옷 잘입는 남자에 관한 설문이 있을 때마다 항상 상위권에 속할 만큼 뛰어난 패션감각을 갖고 있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 톰 포드가 극찬한 ‘이 시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라포 엘칸은 이탈리아 패션의 특징인 투 머치(Too Much)의 정석을 보여주는데 투 머치는 보통 너무 과장된 패션을 지적할 때 쓰이는 표현이지만 라포 엘칸의 투머치는 장점만 살린 적당한 투머치 이다. 그가 보여주는 패션 스타일링 법칙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어렵고 난해한 컬러의 옷을 쉽게 입을 줄 안다. 비슷한 색을 맞춰 입는 ‘톤온톤’ 스타일을 즐기는데, 아무리 튀는 색을 입어도 위아래 옷을 비슷한 계열로 매치해 전체적으로 키가 커 보이는 효과까지 준다.
두 번째, 자신의 단점을 커버할 줄 안다. 다소 작은 키에 긴 얼굴형을 가진 라포 엘칸은 넓은 라펠(옷깃)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으로 얼굴보다 옷으로 시선을 분산시켰다. 옷의 길이에도 신경 썼는데 셔츠 소매가 살짝 보이는 재킷의 소매 길이, 발등이 보이는 바지 길이까지 맞추어 스타일링 했다. 바지가 길다면 소매부분을 올려 입고 상의로 시선을 가게 하는 등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스타일링을 할 줄 안다.
세 번째, TPO(시간, 장소, 상황)의 경계를 허물었다. 라포 엘칸은 ‘양복에 운동화’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수트에 나이키 코르테즈를 매치한 사진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는데 나이키 외에도 아디다스 스탄스미스 등 수트에 운동화를 믹스매치하는 것을 즐긴다. 스타일링의 중심은 잃지 않되 패션센스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이 라포 엘칸의 스타일링 법이라 할 수 있다.
2013년에는 <나의 스타일링 규칙 Le Regole Del Mio Stile> 이라는 스타일북도 출간했다. 내용 중에는 “옷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입느냐가 차이를 만든다. 창의적으로 옷을 입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고 규칙을 알아야 한다.” 라는 등의 조언이 들어가 있다. 또한 같은 연도에 ‘구찌(gucci)’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라포 엘칸 라인’을 론칭했다. 2015년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위블로(Hublot)’와 자신의 운영하는 안경 및 선글라스 브랜드 ‘인디펜던트’가 협력하여 ‘빅뱅 유니코 이탈리아 인디펜던트’를 선보이는 등 패션업계에서도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포 엘칸은 과거 국내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웨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안경과 선글라스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 예술, 철학, 자동차, 음식 등 모든 면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 말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닌 문제아였지만 ‘고정관념 없는 실험정신’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라포 엘칸.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