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비자들이 신차를 시승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원표를 잘 들여다보면, 해당 자동차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가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자동차를 시승하게 됐을 때 꼭 검증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제원표 해부학은 새로운 자동차들의 제원표 속에 숨은 퍼포먼스와 감성의 비밀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코너다.
지난 11월 2일, BMW M2는 4개월 간의 인증 절차를 마치고 드디어 한국 고객들에게 인도됐다. 그 목마름을 보상하듯, BMW 코리아는 선계약자 22명을 상대로, 보기 드문 차량 전달식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그 다음 계약자들이 차를 인도받기 위해서는 또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도대체 시승도 해 보지 못한 자동차를 많은 사람들이 계약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상상만으로도 몸을 떨리게 하는 쾌감 때문일 것이다. 차량 교체주기를 앞두고 M2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이들을 위해, 진짜로 궁금해 할 사항 몇 가지를 프리뷰로 풀어본다.
2016년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BMW의 M2가 드디어 국내의 주인들을 찾아갔다. BMW 코리아 측은 숫자 ‘2’에 많은 상징성을 둔 듯, 11월 2일 공식 출시했고 차량 전달식도 ‘럭키 22 포 M2(Lucky 22 for M2)’라고 붙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약자 수도 22명이다. 따라서 다음 계약자들의 자동차가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국내에서 볼 수 있는 M2도 22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제 M2를 목격하고 싶다면 주요 출몰 포인트에서 끈기 있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M2의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실물을 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이 자동차의 외관은 파워트레인 이상의 데이터를 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과거 직렬 6기통 320hp의 M235i 쿠페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사진 자료만으로는 일견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M2의 이미지를 조금만 살펴보면 본질적인 차이가 느껴진다는 점을 발견하게 있다. 우선 ‘로우 앤 와이드’를 지향하는 M디비전 차량의 섀시다운 인상이다. M2의 실제 전고는 1,410㎜로 1,408㎜인 M235i보다 오히려 근소하게 높다. 하지만 전폭과 후륜의 윤거가 각각 1,854㎜, 1601㎜로 M235i보다 80㎜ 정도 넓다. 이는 M 디비전의 형들이라고 할 수 있는 M3와 M4의 리어 액슬과 M특유의 액티브 디퍼렌셜을 장착하기 위한 설정이다. 여기에 M특유의 라지 그릴과 그 아래 에어인테이크 홀 그리고 그 좌우의 스플리터 역시 M의 물리적, 시각적 전고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에 국내 계약자들에게 인도된 M2에는 카본 소재의 프론트 스플리터 등 퍼포먼스 패키지의 에어로파츠가 장착되었다.
그러나 그 어떤 점보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M2의 키 컬러라고 할 수 있는 롱비치 블루가 한국의 도시에서, 이미지로 보던 것만큼의 감각을 선사할지 여부다. 사실 자동차 컬러에서 블루는 해외에서도 그리 선호되는 색상은 아니다. 특히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선계약된 M2 22대 중 무려 9대가 롱비치 컬러였다. 이는 한국 유저들에게도 M2가 감각적 만족을 위한 ‘펀카’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유튜브 영상이나 모토GP 세이프티카로 등장한 M2의 이미지는 날렵한 움직임을 갖고 있지만, 선의 흐름이나 윤곽이 그리 예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닌 게 아니라 공기저항 계수가 0.35cd다. 최근 스포츠카들이 0.30cd 아래를 노리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낮은 공기저항 계수가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의 결정적 요건이라 할 수는 없다. 적당한 공기저항은 고속 주행 시 차체를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M의 넓고 낮은 섀시 구성 전략과도 맥이 통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국내에 들어온 22대의 M2의 퍼포먼스 패키지에는 카본 사이드 스커트와 리어 스포일러 등 고속 주행 시 차체를 누르는 데 역량을 집중한 파츠들이 대거 적용되었다. 길거리에서나 주요 고속도로에서 이 자동차를 만난다면, 고속 주행 시 얼마나 ‘저공비행’을 시전하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M2는 M3, M4와 같은 3.0리터 직렬6기통(2,997cc)의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과급방식은 트윈스크롤 터보로, 최고 출력은 370hp(6,500rpm), 최대 토크는 47.4kg∙m(1,400~5,560rpm)에 이른다. 같은 엔진이지만 최고 출력 면에서 M3, M4보다는 최고 출력에서 약 60hp, 최대 토크에서는 약 9kg∙m 정도 낮은 수치를 보인다.
그런데 휠베이스가 거의 200㎜가까이 차이가 나는 M3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세팅의 목적이 궁금해진다. 변속기는 같은 M DCT로 드라이브로직 시스템에 의해 콘트롤된다. M3, M4와 같은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로 세팅했다 하더라도 변속기가 버텨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실제 0→100km/h까지의 소요시간도 4.3초로, M3의 4.1초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세팅은 어딘지 수상쩍다. 참고로 M2에는 미국과 유럽에 판매되는 6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지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최대 토크의 발생구간이다. M2의 최대 토크 발생구간은, 1,850~5,500rpm인 M3보다 400rpm 일찍 시작된다. 특히 1,450~4,750rpm 구간은 오버부스트가 가능한 구간으로 최대 토크는 51kg∙m에 이른다. 이러한 세팅은 감속 이후에 다시 신속한 가속이 필요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떤 상황일까?
M2의 드리프트 주행을 접했던 이들은, 마치 도루를 감행하는 야구선수의 슬라이딩처럼 코너로 미끄러져 들어오다가 잽싸게 탈출하는 M2의 드리프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자동차가 처음 몬테레이 라구나 세카 서킷에서 베일을 벗었을 때, 급격한 코너에 차체를 내던지게 되면 M3나 M4처럼 견고하게 버티기보다는 다소 거칠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자세를 회복해가며 탈출하는 데 있어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태평하다는 평가도 함께 따라붙는다. M2가 가진 독특하고도 수상한 드리프트의 재미는 여기서 구현되는 셈이다.
M2의 서스펜션은 전륜 스트럿 타입, 후륜 5링크로 익숙한 구성이다. 전륜과 후륜 서스펜션 모두 유연성을 강조하는 M 특유의 엘라스토키네매틱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고속 선회 시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차체가 직진으로 돌아올 때, 급격히 튀어오르는 현상을 막고 접지력을 유지한다.
물론 이는 M의 액티브 디퍼렌셜과 코너링 브레이크 콘트롤 등이 연결된 M의 통합 섀시 매니지먼트 시스템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M2만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결국 M2 특유의 ‘탈출’의 맛에 기여하는 것은 M3, M4보다 낮은 영역에서 시작되는 최대 토크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자동차의 드리프트 주행 능력은 트랙에서 코너를 탈출하는 등의 스포츠적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도 구간에서 만나게 되는 급커브나 노면 습기, 예상치 못한 결빙 등으로 인해 차량이 급격하게 제어력을 잃고 스핀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 성능이기도 하다. 따라서 M2의 시승 차량을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경험할 기회가 있다면, 코너를 향해 좀 더 과감히 진입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M2에 대해 또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드리프트 주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코너 진입 시의 효과적인 다운시프트다. 코너 진입 시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게 되면, 엔진의 회전수가 떨어진다. 터보차저를 장착한 엔진이라면 자칫 터보랙에 걸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사실 M2를 구입하는 모든 운전자가 터보랙에 걸리지 않을 만큼의 엔진 회전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7,450만 원이라는 다소 무난한 가격을 생각하면, M2는 고성능 분야에 입문하는 이들이 선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스티어링 휠 뒤에 M 특유의 칼날 같은 디자인의 시프트 패들을 자유자재로 콘트롤 할 수 있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궁금증은 M DCT 자체가 가진 다운시프트 시의 능력과 감성을 향한다.
이 부분에서 참고할 만한 언급들이 있다. 해외 각국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M2의 ‘차분한 시프트 다운’을 언급한 것이다. 취향에 따라 과거 자연흡기 세대의 M3(E46)처럼 강세가 분명한 시프트 다운이 아니라 마치 토크컨버터를 연상시킨다는 언급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는 M DCT를 콘트롤하는 드라이브로직 시스템이 M2를 위해 숨겨놓은 비결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조금 방법은 다르지만 경쟁사인 메르세데스 AMG 역시 부분적으로 원 맨 원 엔진을 포기하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조종의 용이성을 내세운 기종으로 AMG 대중화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M2, M3, M4와 같은 배기량인 3.0리터 엔진의 43AMG가 그런 움직임의 대표주자이다. 이는 각 제조사의 고성능 디비전 역시 보다 많은 입문 고객을 끌어들이고, 이들을 다시 해당 디비전의 플래그십 고객으로 양성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M2 역시 M 디비전의 그러한 성장 전략을 반영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 M3, M4와 같은 파워트레인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력 성능을 다소 낮은 수치로 조정했는지, 그리고 같은 변속기와 서스펜션을 갖고도 특이한 코너링 감각을 전하는 까닭은 무엇인지가 궁금해진다. 이 자동차는 과연 운전 고수들을 위한 펀 카이기만 한 걸까? 아니면 고성능 차량 입문자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인 것일까? 2017년 5월 이후 ‘나도 M2’를 외치고자 하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이 프리뷰에서 제기한 궁금증을 각자의 방식으로 곰곰이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