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전성시대, 포드의 재발견

지난 1월의 디트로이트 모터쇼로 시작해 11월에 진행된 LA 오토쇼까지, 2016년 주요 모터쇼는 SUV로 시작해 SUV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인 인기 장르였던 왜건의 영역마저 SUV가 접수해가고 있으며,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같은 최고급 세단 제조사는 물론 페라리와 같은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도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 체급을 가리지 않는 SUV의 인기 속에서, 2017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제조사가 바로 포드.


아시아, 포드 SUV의 동력

현재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성장 동력은 아시아로 서서히 이동 중이다. 포드의 2016년 하반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누적 판매량은 이미 100만대를 넘어섰다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7% 판매량 증가를 보인 SUV의 힘으로, SUV는 전체 판매량에서도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포드는 지난 11 9일부터 19일까지 3회에 걸쳐 포드 SUV 익스피리언스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포드 SUV의 다양한 라인업을, 각 국가 자동차 시장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내용으로, 한국의 자동차 블로거들도 초청되었다. 행사에 사용된 차량들은 에베레스트와 익스플로러를 포함한 기함급 SUV와 에코스포츠, 쿠가 등의 콤팩트 SUV까지, 1965년의 브롱코로부터 시작된 포드 SUV의 전통을 다양한 목적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용하고 계승해온 기종들이다.

포드는 가장 미국적인 제조사로 알려져 있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자동차 역사 속에서 포드는 그 어떤 제조사보다 현지화에 충실했던 제조사이기도 하다. 유럽 대륙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 지역의 법인을 통해 현지 시장의 성격에 맞는 자동차들을 공급해 온 것이 포드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러한 행사 역시 포드의 SUV 라인업에 대한 아시아 각국 수요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평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의도라고도 할 수 있다.


글로벌 SUV 총집합, 한국 시장

한국 시장 역시 SUV의 점유율이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수입차 시장으로만 보면 30% 이상이 SUV. 수입 자동차 시장의 SUV 성장세는 지속적이었으며, 세단의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수입 SUV의 면면은 세그먼트별로 다양하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독일 제조사들을 필두로 일본 제조사들과 미국 제조사 및 독일 외 유럽 제조사들이 이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언뜻 다양한 차량들이 모여 있는 것 같지만, 주류를 이루는 것은 2.0리터 이하의 터보차저 장착 디젤 엔진에 전륜 및 4륜 구동 방식을 택한 준중형 SUV가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그런 차량이 아니라면 해당 장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1억 원대의 풀 사이즈 SUV. 이는 해당 차량들이 그만큼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입자동차 업계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SUV 라인업을 제안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풀 사이즈 SUV의 매력적인 대안, 익스플로러

이런 가운데 한국 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매 월 발표해 온 수입 자동차 판매실적 중 10월 지표가 눈에 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E 클래스를 필두로 오랜만에 세단이 상위권을 독식한 가운데, 10위에 SUV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차량이 바로 포드의 익스플로러다. 익스플로러는 한 때 국내에서 연예인들의 SUV로 이름 높았던 차량이자, 미국 제조사의 자동차 중 최상위권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기종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기종은 2014 LA 오토쇼를 통해 선보인 페이스리프트 기종이다. 전장 5,030, 휠베이스 2,860의 넉넉한 크기를 자랑하는 대형 SUV인 익스플로러는 현재 2.3리터(2,261cc)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에코부스트, 3.5리터(2,496cc) V6 자연흡기의 두 가지 엔진 장착 기종을 시판 중이다. 변속기는 모두 6단 토크컨버터다.
 
특히,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기존 2.0리터 엔진이 이 자동차를 감당하기엔 다소 버거웠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274hp(5,500rpm)의 최고 출력과 41.5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또한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 장착 기종은 기존 2.0 리터 엔진 기종에 없던 4륜 구동 시스템을 추가하는 한편, 3.5리터 엔진 장착 기종과 같은 편의사양을 모두 탑재했다진흙, 모래 등 다양한 노면에서의 주행을 돕는 터레인 매니지먼트 등 주행 분야의 편의시설은 물론, 2열 시트의 안전벨트 에어백까지 적용하였다.

이러한 제원과 사양은, 가격과 연관지어 본다면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6,000만 원 미만에 이 정도 사양의 풀 사이즈 SUV를 독일 제조사의 라인업에서 찾기는 극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세그먼트인 GLE의 경우 1억 원대에 육박한다. 또한 유럽 제조사의 차량들은 대부분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흡기의 디테일하고 부드러운 맛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익스플로러의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매력적인 대안인 것이다.


실속파 SUV, 소비자들의 선택 폭 넓히다

이전까지 미국 자동차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쪽으로는 고배기량의 낭만이 살아 있는 머슬카, 부정적인 면으로는 엔진 배기량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포드 SUV의 여러 라인업들을 보면, 해외 시장, 특히 아시아 시장의 탐구를 통해 이런 문제를 풀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기종이 쿠가와 에코스포츠다. 국내에도 시판 중인 쿠가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준중형 SUV 세그먼트에 속해 있으며, 2.0리터(1,997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한 기종이다. 180hp(3,500rpm)의 최고 출력과 40.8kgm의 최대 토크를 가진 이 엔진은, 역시 해당 세그먼트 차량들에 다수 적용되는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함께 파워트레인을 이루고 있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해 뛰어난 등판력과 13.0km/L의 복합 연비를 발휘한다. 가격도 상위 트림인 티타늄이 4,000만 원대, 하위 트림인 트렌드가 3,000만 원 후반으로 국내의 동급 SUV와 비교해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실제로 이 차량은 2016 10월 수입차 판매량에 있어 비슷한 등급의 차량들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GLA나 미니 컨트리맨 등에 비해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러한 다양한 선택지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차량에서 그 가치를 더 극명히 발휘한다. 1.0리터(999cc)의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에코부스트)으로 무려 125hp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전장 4,010의 초소형 SUV인 에코스포츠가 대표적이다. 이 차량은 최대 토크도 17.2kg∙m에 달해 더 큰 배기량을 지닌 소형 SUV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등판력을 발휘한다. 필리핀에서 진행된 포드 SUV 익스피리언스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끈 차량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는 저유가 기조에 한숨 돌리고 있지만, 언제 다시 유가가 오를지 몰라 불안한 한국의 유저들에게는, 포드의 SUV 중 가장 기다려지는 기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터보 차저를 장착한 디젤 엔진 SUV가 인기를 끌면서, 이 분야에 많은 기종들을 보유하고 있던 독일과 유럽 제조사들이 수입 SUV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흐름은 시쳇말로 몰빵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처음 입문하는 소비자에게 선택과 판단과 선택의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수입 SUV를 고려한다면 지구본을 좀 더 넓게 보며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중 포드의 SUV들은 가장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일 것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