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표 해부학, 렉서스 IS200T

모든 소비자들이 신차를 시승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원표를 잘 들여다보면, 해당 자동차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가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자동차를 시승하게 됐을 때 꼭 검증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제원표 해부학은 새로운 자동차들의 제원표 속에 숨은 퍼포먼스와 감성의 비밀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코너다.


최근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2.0리터급 자동차들의 전력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그만큼 특별한 감성의 선택지는 쉽게 찾기 어렵다. 그러나 눈을 돌려 일본 제조사의 자동차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2016년 토요타 그룹은 2.0리터 가솔린 부문에서 흥미로운 차량들을 국내에 다수 출시했다. 특히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12월 초에 출시된 렉서스의 IS200t가 방점을 찍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제원표를 바탕으로, 렉서스의 2.0리터 터보 차량인 IS200T를 재구성해본다.

렉서스 투 트랙 전략의 합일체인 IS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한 실속화 전략과 고효율에 고성능까지 더한 럭셔리 전략을 투 트랙으로 활용해오고 있다. 그 중 IS는 후자에 속한다. IS의 이러한 포지션은 2세대부터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생산된 1세대가 젊음과 실용성에 초점을 두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한 원인이다.

따라서 렉서스는 2세대(2005~2012) IS부터 젊은 층이 바라는 패션카로서의 스포티함과 주행성능은 물론, 젊은 소비자들도 럭셔리카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 기종 안에서의 성격을 최대한 존중하는 보수성과 동급의 경쟁 차종 대비 과감한 디자인을 채용하는 진보적 성격을 동시에 구현했다. 또한 실내외 곳곳에 밴 세심한 배려 등은 IS를 단시간에 인기 차종 반열에 올린 비결이기도 하다. 지금은 단종되었지만, 5.0리터(4,969cc) V8 자연흡기 엔진의 IS FIS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베이징 모터쇼에서, 렉서스는 2017년식 IS를 공개했다. 2013년부터 생산 중인 3세대 IS의 페이스리프트 기종으로, 국내에는 지난 12월 초에 출시되었다. 3세대 IS는 렉서스의 실용성, 고급화 전략을 한 몸에 반영하고 있는데, 2016년에 공개 및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기종은 이러한 성격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표 파워트레인이 된 2.0리터 터보 엔진

3세대 IS의 파워트레인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기종을 포함하면 다양하다. 우선 출시 초기부터 2015년까지 적용된 IS2502.5리터(2,499cc) V6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있다. 후륜 구동과 4륜 구동을 모두 갖추고 있었던 IS250은 최고 출력 204hp, 최대 토크 25.5kg∙m와 최고 출력 212hp, 최대 토크 26.5kg∙m의 두 종류가 있었다. 또한 3.0리터급 이상으로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생산 중인 3.5리터(3,456cc) V6가 있으며 이는 IS300 IS350에 적용되었다. 변속기로는 IS350의 후륜 구동 기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1,995cc)리터 직렬 4기통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인 SPDS(스포츠 다이렉트 쉬프트)를 조합한 것이 바로 IS200T의 파워트레인이다.

이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IS200T는 이미 지난 해에 선보인 바 있다. 따라서 동력성능은 동일하다. 최고출력 245hp(5,800rpm), 최대 토크 35.7kg∙m(1,650~4,400rpm)에서 고르게 발휘한다. 변속기는 민첩성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2,000rpm 미만에서 변속을 시도한다. 따라서 실내에서는 정숙하고, 외부에서 들리는 배기음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와 인텔리전트 밸브타이밍 개폐 테크놀로지(VVT-iW)가 조화를 이루며, 마치 디젤 엔진을 방불케 할 만큼 넓은 최대 토크 구간을 자랑한다. 0→100km/h 가속도 6.9초로 동급 배기량에서는 인상적인 수준인데, 최대 토크 구간까지 넓다 보니, 230km/h의 제한 속도에 접근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러한 성능은 효율화의 산물이기도 한데, 강력한 주행 성능에도 복합 연비는 10.2km/L(도심 8.7, 고속 12.9km/L)에 달한다.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과 후륜 멀티 링크 타입이다. 국내 출시된 IS200T의 세 트림 중 F 스포츠 트림의 경우는 댐퍼와 스프링의 높이를 조정해 보다 차체를 낮추었으며 와인딩 로드 주행 시 훨씬 단단한 지지력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IS 특유의 디자인과 사용감이 좋은 시프트 패들로 수동 변속을 시도한다면, 훨씬 다이내믹한 곡선 주행은 물론 후륜 구동답게 코너를 격렬하게 빠져나가는 드리프트 주행도 가능하다.

도시의 밤 풍경을 장악할 패셔니스타

앞서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동일 차종 안에서는 보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렉서스 디자인의 지론이다. 그러나 핵심적인 부분에서 강렬한 포인트를 주어 전체적으로 뭐가 달라져도 달라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렉서스의 장점이기도 하다. 스핀들 그릴과 일명 프레데터라고 불렸던 화살촉 모양 주간주행등 그리고 C필러 쪽으로 날카롭게 찔러 들어가는 후미등은 그대로다.
 
그러나 전면 디자인은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우선 가운데로 향하는 헤드라이트의 라인이 좀 더 샤프해졌다. 위쪽은 보닛의 라인을 반영했으며 아래쪽은 이전 세대와 달리 호를 그리며 돌출한 부분을 없애 정리된 라인을 보이고 있다. 헤드라이트 구성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F 스포츠 트림에는 알파벳 ‘L’ 형태로 3개의 LED 등이 자리하고 있다. 밤에는 보조등으로 켜지는 주간주행등과 함께 훨씬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어낸다. 물론 F 스포츠의 메쉬 그릴도 이러한 인상에 일조한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IS200T(왼쪽)와 페이스리프트 이전 차량의 헤드라이트 디자인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전장도 이전에 비해 약 15㎜늘어난 4,680㎜로 길어졌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쉬운 차이는 아니지만, 좀 더 길이가 길어진 후미등과 더불어 늘씬함을 강조하고 있다. F 스포츠 트림에는 앞쪽 펜더에 F 스포츠 로고가 부착돼 있다. F 스포츠의 경우에는 전용 휠이 적용되어 있으며 전륜 225/40R/18, 후륜 255/35R/18의 사이즈다. 다른 두 트림에는 전, 후륜 모두 225/45R/17의 휠이 적용되어 있다.

티가 안 났더라면 좋았을 비용절감의 흔적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렉서스 IS200T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최대한 만족시키면서도 비용을 절감하고자 했다. 우선 인테리어에서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던 뒷좌석 공간의 협소함도 개선되었다. 특히 F 스포츠 트림의 타공(두들겨 무늬를 만듦) 알루미늄 인테리어 트림은 엔트리급 고성능 기종의 경쾌한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면에서 렉서스 운전자들이 가장 기대할 만한 마크 레빈슨 카오디오 옵션을 빼고 파이오니어를 장착했다. 물론 경쟁 차종에도 이러한 고성능 오디오가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종 최고 트림의 페이스리프트 차량에 고급 오디오 옵션이 빠진다는 것은 경쟁력 면에서 다소 마이너스가 될 만한 요소다. 그런데도 F 스포츠 트림의 경우 가격이 5,700만 원을 넘는다. 가장 가격이 낮은 트림의 경우 디스플레이에 터치 방식도 지원되지 않는다. 같은 세그먼트의 독일 제조사 차량 보다 동력 성능 면에서는 우월한 면을 보이고 있으며, 디자인 역시 세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고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기본기+α로 승부해야 할 포지셔닝

사실 IS가 가진 디자인적 성과와 동력 성능의 장점, 실내 편의 사양에 보이는 원가 절감의 흔적과 상승한 가격 등, 제원표상에서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종합해 보면 한 가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렉서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미국 시장을 공략해 온 브랜드라는 점이다. 한국이나 유럽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신경 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은 다른 자동차의 경우에도 증명되어 왔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