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심심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네이버를 기반으로 생산(제공)되는 UGC(User Generated Content, 이용자 제작 콘텐츠) 중, 사이다처럼 ‘톡‘쏘는 알싸한 콘텐츠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자동차, 모터사이클과 다양한 테크놀로지 소식을 포함한 ‘모빌리티 콘텐츠의 모든 것‘, 이번 주 화제의 UGC를 시작합니다.
매년 초 세계 산업계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와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 국제 오토쇼로 분주하다. 국내외 매체들도 이 박람회에서 소개되는 신기술을 소개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런 박람회와 신기술에 장밋빛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몰랐거나 혹은 놓치고 있었던, 박람회의 화려함 뒷면에 감춰진 속사정에 관한 콘텐츠들을 살펴본다.
몇 년 전 디트로이트의 한 노동자 제임스 로버슨은 매일 33km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느라 하루 고작 4시간밖에 잘 수 없는 딱한 사정으로 세계 각국 미디어에 등장했다. 이 사례는 높은 범죄율로 인한 사회 간접자본 투자 전멸, 손보사의 손해 회피로 인한 주민들의 안전 보장과 삶의 질 하락이 이루는 악순환을 잘 설명했다.
디트로이트가 이렇게 몰락한 것은 1950년대 이후 자동차 산업의 자동화, 그리고 1967년 폭동 이후 기업의 철수 등을 거치며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강력 범죄의 온상이 됐다. 도시 전체의 슬럼화가 진행되는 데는 민간과 정부의 노력 등 백약이 무효였다. 2010년 기준 디트로이트의 연간 소득은 1만 4,000 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낮았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진정된 오바마 재선 이후에도 디트로이트에는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자동차 생산 시설을 유치한 멕시코 등의 탓으로 돌렸다. 지칠 대로 지친 디트로이트 사람들에게는 이는 어떤 제안보다 달콤했을 것이다.
현재 디트로이트는 마지막 재건을 시도하고 있다. 2013년 7월 파산 신청 후 70억 달러(8조 3,510억 원)을 탕감받고, 14억 원을 출자해 도시를 정비하는 ‘뉴 디트로이트’ 건설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예측불가다. 그러나 한 도시의 경제적 수익 구조가 한 가지 산업에 몰려 있을 때, 그리고 양극화가 진행될 때 오랜 시간의 노력도 통하지 않을 만큼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디트로이트다.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NAIAS가 진행되는 디트로이트의 또 다른 진실이다.
자율주행 기능의 발전, 전기차 보급의 가속화 등 자동차 산업 전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변화에 있어서 항상 무풍지대, ‘마이웨이’일 것 같던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드는 2020년부터 픽업트럭의 상징인 F-150, 머슬카 그 자체인 머스탱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예정이다.
포드보다 더한 머슬카 제조사들 역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쉐보레는 2018년 선보일 콜벳에 FR 레이아웃이 아닌 미드십 후륜 구동 레이아웃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닷지의 챌린저도 ‘머슬카=후륜 구동’이라는 등식을 거부하고 4륜 구동 방식을 채택해 머슬카 마니아들의 원성을 샀다. 아예 사라지는 차량도 있다. 8.4리터(8,390cc) 자연흡기 엔진으로 645hp의 최고 출력과 82.7kg∙m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닷지 바이퍼는 25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질 예정이다. 각종 모터쇼에서 나오는 신기술과 변화의 바람에 미국의 머슬카 마니아들은 입이 ‘댓발’은 나와 있겠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역설적 진리다.
패러데이는 테슬라를 잡는 전기차, 페라리를 압도하는 스포츠카, 1,000hp가 넘는 최고 출력 등으로, CES에서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화제성만큼 회사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고, 이 제조사 또한 그런 비우호적 시선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정작 2017년 CES에서 FF91의 공개 시연 당시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침묵하기만 했다. 계속되는 시도에 그제야 잠을 깬 듯 했지만 FF91은 불과 수 미터를 움직이는 데 그쳤다. 물론 자율주행 기능이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였던 것은 아니다. 유튜브로도 중계된 야외 주차장 자율주차에서는 제법 멋지게 주차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제반 움직임도 자유로웠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전시장 메인 무대에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패러데이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패러데이 측은 네바다 공장이 내년 완공 예정이며 4,500명을충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 사업을 위해 1,400명을 먼저 채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네바다의 공장은 착공도 채 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패러데이의 CEO인 지아 위에팅이 CES에서 과장된 프리젠테이션을 펼치는 점도, 재정난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라고 보기도 한다. 참고로 패러데이에는 한국의 LG 화학이 130kw급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패러데이가 2017년 CES에서 유효한 투자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서 이 경우 LG 화학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인지과학, 감성공학 연구 수준은 이미 20세기 후반에 높은 수준에 올라왔다. 사람의 얼굴 근육 변화 패턴을 계량화하고 거기서 감정을 유추하는 식의 모델은 이미 그 당시에 나온 연구 결과다. 토요타는 현지 시간으로 1월 5일 개막한 CES에서 ‘콘셉트 i’를 공개했는데, 이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컴퓨팅 기술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i(아이)는 사랑을 의미하는 한자 ‘愛’의 일본식 음독이다.
콘셉트 i에는 인공 지능 컴퓨터가 탑재되어, 운전자의 컨디션 및 생활 패턴, 감정 상태 등을 살피고 이에 적응해 가도록 했다. 이는 IT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실제적인 기술로 구현되고 있는 ‘딥 러닝’의 결과이며, 아우디와 폭스바겐, 푸조 등 많은 제조사들이 이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을 자동차에 이식 중이다. 토요타는 여기에 ‘유이’라는 인격을 부여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연애 경험이 없는 남성이 미혼 남성의 1/4을 넘어섰으며, 이들을 위한 인공지능, 가상 연애 캐릭터 산업이 활황을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열에 자동차가 합류할 날도 머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글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