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도약과 남겨진 과제

2월 셋째 주 어느 날, 전국 지자체 33곳의 관공서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민들이 전기자동차 보조금 접수를 위해 영하의 날씨에 밤을 새가면서 대기한 것이다. 결국 이 주에 각 지자체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접수는 완료되었다. 이제 전기차는 시험 단계가 아니라 시장 형성 단계로 들어섰다. 세계 유력 경제 리서치 기관들은 2025년이면 전기자동차가 대세를 점하며, 원유 수요를 하루 200만 배럴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했다. 과연 이러한 전망의 흐름이 한국에서도 진행될 것인지, 그 가능성과 과제를 최근의 추세를 통해 살펴본다.

스타급 전기자동차의 효과

하나의 시장이 확실히 형성되기 위해서는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 전기차가 오늘날 이렇게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테슬라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의 상황도 세계적 트렌드와 궤를 같이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 역시 2016년 테슬라 모델 3의 사전 계약 개시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테슬라는 최근 지지부진했던 국내 전기자동차 인증을 마치고,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이 전략적으로 오픈한 쇼핑몰과 청담동에 스토어 오픈을 준비 중이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모델 3의 고객 인도 예상 시기는 2018년 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테슬라의 등장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타 브랜드의 전기자동차에도 관심을 갖게 했다. 이에 힘입어 각 제조사들은 본격적으로 국내에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쉐보레는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18.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트(Volt)를 지난 2월 1일 국내에 출시했다. 배터리 용량은 적지만 엔진과 외부 전원으로 충전이 가능한 이 자동차는, 가솔린과 배터리 모두를 완충했을 때 676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7년 상반기 내에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차(EV) 볼트(Bolt) 역시 1회 완충 시 238마일(약383km)를 달릴 수 있다.

이런 자동차들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구매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그간 순수 전기자동차의 경우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191km, 기아 쏘울 EV가 148km, BMW i3가 130km 정도로 도심을 벗어나 장거리를 운행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새로운 ‘스타급’ 전기자동차들은 운전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한 것이다.

충전 시설 등 인프라 개선은 쾌속 진행 중

전기차가 활성화 되기 위한 또 다른 과제는 충전 인프라의 구축이다. 그간 부족한 충전소와 더딘 충전 시간은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있어 망설여지는 요소로 꼽혔다. 2016년 말, 전기차 등록대수는 1,0855대인 데 비해, 충전기는 1,600여 대에 불과했다. 각 국가 관계기관 및 민간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인프라 확충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지난 2월 9일, 용산역 아이파크몰 주차장에 도심 생활형 전기차 충전소를 열었다. 이는 국가의 에너지 신산업 전력분야 10대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향후 코레일과 전국 대형 마트 등 곳곳에 충전소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전은 전국 한전 사업소의 충전기를 공용으로 개방했다. 단, 환경부나 한국환경공단에서 발급받은 전기자동차용 회원인증 카드를 소유한 운전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아래 절차 링크 참조). 이에 앞서 2월 7일에는 KT와 한국 주유소협회가, 협회 소속 주유소에 급속 전기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편 환경부는 전국의 롯데마트와 전기자동차 충전기 설치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2017년 내에 전국 롯데마트 110여 개소의 매장에 전기 자동차 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완속 충전방식으로 5핀 방식, 급속충전 방식으로는 차데모(CHAdeMO), 교류 3상, 콤보1 세가지를 사용 중이다. 향후 국가기술표준원은 급속 충전방식을 콤보1으로 통일하고, 어떤 충전방식의 차량에도 맞도록 할 계획이다. 이 방식은 미국 자동차학회의 표준이기도 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이용 중이라고 국가기술표준원은 밝혔다.


전기차의 도약과 남겨진 과제
각 전기자동차 충전방식 별 특징(자료 제공, 한국전력)

연관 산업도 전기 자동차 충전 인프라 지원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BC카드의 경우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BC 카드의 친환경 제품 구매 관련 카드인 그린카드로 전기 자동차 충전요금 결제 시 50%를 할인하기로 했다. 현재 주행거리 100km를 기준으로 충전했을 때 약 2,500원 대로, 그린카드를 이용하면 약 1,300원 정도에 충전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한다면 7,000원 정도인 셈이다.
  
  또한 보험사 역시 전기자동차가 엔진자동차에 비해 사고위험도가 낮다는 산업통상부 및 보험개발원의 연구자료에 따라 전용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해당 보험상품의 가입 대상은 10인승 이하의 자가용 전기자동차로 제한되며, 2월 11일부터 판매 중이다. 특히, 이 보험은 사고 시 감전, 배터리 교체 등 기존 엔진 자동차들의 보장사항과는 다른 보장내용을 담고 있다. 고가 배터리의 교체 엔진 자동차와는 다른 사안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전기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한 보험 상품의 카테고리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요금을 할인해주는 그린카드를 선보인 BC카드(왼쪽)과 전기자동차 전용 보험상품을 선보인 KB 손보
문제는 충전이 아니라 주차 인프라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인구 과밀 지역이나 공동 주택에서의 충전 인프라 구축은 교통이나 자동차 문제와는 결을 달리한다. 즉, 이보다 복잡한 주거 문제 및 거주자들 간 합의, 거주자들 중 전기 자동차 미 이용자들의 인식과 합의 등이 과제로 남는다.
  
  한국전력은 2016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방안’의 후속조치로, 약 9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에 최대 4,000개소 공동주택 단지에 충전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의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해 12월 19일부터 30일까지 3차 공모가 진행되었으며, 잔여 예산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공모는 계속된다. 그런데 이 공모의 전제 조건은 입주민 간 충전 인프라 설치의 합의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일정 주차 공간을 전기차 충전 전용으로 두어야 하는 까닭이다. 한데, 2017년 상반기 자동차 등록 대수가 2,2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1가구 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평균 1.8대에 이르는 까닭에 공동주택에서는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이웃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피해 충전기가 있는 곳을 찾아 다니는 운전자들을 칭하는 ‘충전 노마드’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전기차의 도약과 남겨진 과제
한국전력공사의 충전인프라 구축사업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이동형 충전기 및 차량 무선 인식장치(아파트 주차장 벽면 콘센트 이용) 설치를 관리주체와 협의만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의 개정안을 지난 1월 초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전기자동차 이용자들은 이동식 충전기를 이용하면, 그 요금을 고지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적은 기존 거주자들과 전기 자동차 이용자들 간의 합의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에서 기능과 큰 관계 없는 한 부분이 바뀌는데도 설왕설래가 따른다. 하물며 자동차 산업의 탄생 후 200년 가깝게 이어져오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점이다. 또한   급격히 발전해 온 한국의 자동차 산업환경과 문화 속에서 전기자동차는   많은 과제와 가능성을 동시에 지녔다. 성능에 대한 시험 조건만을 언급하는 단계를 넘어 시장을 형성하고   삶 속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온 전기자동차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 일부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