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표 해부학] 2세대 미니 컨트리맨

모든 소비자들이 신차를 시승해볼 있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제원표를 들여다보면해당 자동차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가늠할 있다뿐만 아니라 실제 자동차를 시승하게 됐을 반드시 검증해야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제원표 해부학은 새로운 자동차들의 제원표 속에 숨은 퍼포먼스와 감성의 비밀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코너다.


젊은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삶의 열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모든 이들에게, 미니 컨트리맨은 가장 환영받는 기종 하나다. 그런 컨트리맨의 2세대 기종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3 31일부터 4 9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도 공개되며 관람객들을 주목시켰던 새로운 컨트리맨의 제원을 살펴본다.

더 커지고 보다 SUV답게 변해 돌아온 컨트리맨

현재 서브 콤팩트 SUV 분야의 자동차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높은 지상고로 험로 주파를 염두에 기존 SUV 타입과 크로스오버 타입으로 나눌 있다. 1세대의 미니는 후자에 속했다. 전장은 4,097, 휠베이스는 2,595㎜였으며, 최저 지상고는 150㎜에 못 미쳤다. 미니와 SUV의 성격을 조화시키되 미니의 골수 지지자들을 함께 포섭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1세대 컨트리맨

1세대 미니는 2010년에 등장한 이후, 글로벌 판매 실적 50만 대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시장이 글로벌 판매량의 20%를 꾸준히 책임졌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해당 세그먼트에서 경쟁 제조사의 약진은 더욱 성공적이었다. 미니 역시 변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전장은 4,29920㎜ 가까이 길어졌으며 휠베이스 역시 2,670㎜로 약 75㎜ 늘어났다. 기민한 선회 성능을 담보하는 짧은 오버행을 지키면서도 체격을 한 체급 키운 것이다.

여기에 최저 지상고도 165㎜로 이전 기종에 비해 15㎜ 이상 높아졌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경쟁 기종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GLA 페이스리프트 역시 2014년에 처음 선보인 기종 대비 30㎜ 정도 최저 지상고를 높게 설정했다. 이는 그만큼 해당 세그먼트의 자동차를 원하는 이들이 레저와 아웃도어 활동을 선호하는 이들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증명한다. 사실 미니의 오랜 지지자들에겐 반갑지 않은 변화겠지만,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높아진 차체와 관련해, 미니로부터 그 확고한 답을 듣고 싶은 분야는 고객 타깃팅보다 다른 분야다.

서스펜션, 2세대부터가 진검승부다

그것은 서스펜션에서의 설계다. 험로주파력의 제고를 위해 최저 지상고를 높였다면, 아웃도어 활동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와인딩 로드에서 대응할 만한 선회력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결과를 속단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니의 결과물이 실망스러울 확률은 적다. 하지만 2~3㎜ 차이로도 주행감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최저 지상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BMW가 이 자동차의 변화에 적용한 해법이 궁금해진다.
 
1990년대 에 BMW가 로버 그룹을 삼켰다가 단단히 체했지만, 그 중에서도 흡수한 양분이 있었으니 그것이 미니의 FF 레이아웃과 그에 따른 서스펜션 설계의 노하우였다. 특히 컨트리맨은 가벼운 FF 차량에서 고속 주행 및 급격한 선회 시 후륜의 마찰력 안정과 전륜의 조향성 제고라는 과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자동차로 꼽힌다. 우선 이 자동차의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이다. 특히 전륜 로어암 측의 앞쪽 부분을 바퀴의 중심보다 약간 뒤쪽에 두어, 급가속 시 앞쪽에 쏠려 있는 무게 중심에 의해 발생하는 토 아웃(toe out: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바퀴의 앞쪽 폭이 뒤쪽 폭보다 넓어지는 상태로 직진 주행성에 나쁜 영향을 미침) 현상을 막는다.

후륜 서스펜션은 멀티링크라고 표기되지만, 사실 차축식의 일종인 트레일링 링크 시스템이다. 강철로 이루어진 가로방향 크로스멤버에, 상하 움직임에 대응하도록 하는 패러렐 링크를 좌우륜 각각 1쌍씩 상하로 연결했으며, 코일스프링과 댐퍼 유닛을 조합한 방식이다. 이는 미니 컨트리맨이 기본적으로 후륜 서스펜션의 구조를 간략하게 구현할 수밖에 없는 소형 자동차임에도, 상하의 급격한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조향성을 안정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FF 차량으로서 언더스티어의 경향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으나, 미니의 서스펜션은 불규칙한 노면 상황에서도 각 바퀴가 마찰력을 잃지 않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고속에서도 기존FF 레이아웃 소형자동차와 다른 의젓한 후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었다. ‘컨트리맨이라는 명칭에 대한 지분은 바로 이 후륜 서스펜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지상고는 이전보다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수납공간은 1,390리터로 1세대 컨트리맨 대비 200리터 이상 늘어난 적재 공간을 보이고 있다. 1세대의 경우 후륜 크로스멤버와 휠허브를 연결하던 상하 패러렐 링크의 간격이 컸던 만큼 다소간 적재 공간은 희생해야 했다. 그러나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마찰력을 잃지 않던 진득함은 이러한 구조의 힘이었다. 이러한 부분 대신 적재성을 선택한 미니가 이전 세대와 다르지 않거나 그 이상의 안정적인 후륜 마찰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일까?
 
우선 제원표상으로만 보면 특별히 해답으로 보이는 부분은 없다. 다만 다이내믹 트랙션 콘트롤(DTC)이라든가 전자식 디퍼렌셜 록 콘트롤(EDLC)의 개입 시점의 계산을 더욱 정교하게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경우, 오랫동안 미니 컨트리맨을 운행해 온 베테랑 유저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어쩌면 미니의 서스펜션은 2세대에 와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 것일 수도 있다.

미니이자 BMW다! 힘있는 디젤 엔진 기반의 파워트레인

국내에 출시되는 컨트리맨의 라인업 4종은 모두 2.0리터(1,995cc)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이루어진 파워트레인을 장착 기종으로만 선보인다. 이는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다. 직렬 3기통의 1.5리터(1,499cc), 직렬4기통의 2.0리터(1,998cc) 2종류의 가솔린 엔진이 있지만, 과감히 디젤에 집중한 것이다. 단위 주행거리당 비용 면에서 디젤 엔진의 경제성이 높기에 아직 디젤 엔진이 한국 시장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선택이다.

국내 출시 컨트리맨 4종은 150hp(4,000rpm)의 최고 출력과 33.7kgm(1,750~2,500rpm)의 최대 토크를 구현하는 쿠퍼D 3개 트림과 190hp의 최고 출력 및 40.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엔진회전수는 동일)하는 쿠퍼 SD 1개 트림으로 구성되었다. 변속기는 모두 8단으로 동일하다. 전 세대 대비 저단에서의 기어비가 커지고(1:5.0441:5.250), 최종 감속비가 작아진(1:3.6831:2.955) 것이 눈에 띈다. 섀시의 체격은 험로주파형의 SUV를 지향했는데, 변속기는 박력있는 가속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셈이다. 제원대로라면 험로는 험로대로, 고속은 고속대로 화끈하게 주파하는 만능 자동차를 꿈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낮은 가격의 쿠퍼 D를 제외하고는 모두 4륜 구동인 올4(All 4)를 채택했다. 0100km/h까지 가장 빠른 가속력을 보이는 것은 역시 190hp4륜 구동 방식을 택한 쿠퍼 SD7.4초만에 가속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는 BMW X12.0리터(1,998cc) 가솔린 기종인 20i와 동일하다. 또한 같은 사양의 디젤 엔진을 장착한 20d x 드라이브보다 0.2초 정도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연료소모량은 X1 20d x드라이브보다 조금 나쁜 편으로, 13.1km/L의 복합연비(도심 11.9km/L, 고속 14.9km/L)를 보인다. 그러나 극강의 연비를 바라는 이들은 애초에 컨트리맨의 팬이 아니므로, 늘 그래왔듯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편리한 패션카의 자격

BMW가 공식 자료로 제공하는 이미지를 통해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실내 인터페이스다. 특히 직관적인 아이콘이 미니 특유의 원형적 조형 요소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난 터치스크린과 인터페시아는 전장 분야의 강자인 BMW의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터치 스크린 주변의 통풍구 윤곽은 보다 사각형에 가깝게 변화한 2세대 컨트리맨의 헤드라이트 윤곽선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보다 힘찬 SUV로 다시 태어난 미니 컨트리맨의 감성을 운전자의 삶 속 깊이 옮겨놓는다.

1세대와 디테일마다 차이를 보이는 2세대 컨트리맨의 실내 인터페이스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여느 SUV처럼, 후미 아래 발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이지오프너기능이 추가되었다. 특히 테일게이트의 리프팅과 지지를 담당하는 댐퍼가 한눈에 보기에도 안정감 있고 튼실해 보이는 것은 발전이다. SUV에서는 의외로 고장이 잦은 부분이지만, 의외로 쉽게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챙긴 진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1세대 컨트리맨의 테일게이트 지지 댐퍼(왼쪽)과 2세대 컨트리맨의 테일게이트 지지 댐퍼(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