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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나 허머 H2, G클래스 4×4, 포드 F시리즈 등과 마주쳐본 운전자라면,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는 위압감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들조차 압도하는 스케일의 자동차들이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장갑차를 방불케 하는 초대형 자동차들 중 대표적 차종들을 소개한다.

콘퀘스트 나이트 XV, 소녀 감성을 지닌 마초

2008년에 설립한 캐나다 국적의 제조사 콘퀘스트(Conquest)는 수제 호화 SUV만을 제작한다. 콘퀘스트의 제조 공장 면적은 차량 6~7대를 겨우 놓을 만큼 협소하다. 하지만 특수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만큼 자동차 공학과 제조, 디자인, 외장 등에 투입되는 인력만큼은 전문 기술진으로 구성했다. 이들이 나이트 XV 한 대를 제작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은 약 4,000시간(166 10시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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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분노의 질주에서 드웨인 존슨이 탑승했던 구르카 기종을 연상하게 한다

전장 6,000mm, 전폭 2,438mm, 전고 2,540mm, 휠베이스 3,683mm, 공차중량 5,896kg, 총 중량 8,846kg의 체구를 가진 나이트 XV, 그 외형부터가 자동차보다는 장갑차에 가깝다. 차체는 철판을 이중으로 덧댄 듯한 묵직하고 강인한 느낌을 준다. 또한 차고가 높아 사이드 스텝 없이는 탑승하기 어렵다. 프론트 범퍼 역시 차체와 동일한 완전한 철제로 제작했다. 나이트 XV는 미국에서 인증 받은 탄소섬유 강화 철판을 적용하며, 유리 역시 최대 64mm의 두께를 갖는 방탄유리다. 여기에 컬러도 오직 블랙 한 색상으로 위압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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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매력을 갖춘 실내. 공조장치 조절버튼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무자비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4인승 또는 6인승으로 구성된 실내는 호화로운 리무진을 방불케 한다. 이 중 4인승의 실내는 영국의 유명 카펫 제조사인 윌튼의 울 카펫과 스코틀랜드의 고급 가죽 제조사인 앤드류 뮤어헤드의 가죽시트를 적용한다. 퀼트 패턴의 스티치는 수제 가죽제품과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트림 등은 베이지 컬러의 가죽을, 천장에는 알칸타라 재질을 적용했다. 6인승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4명이 서로 마주보는 구조다. 실내의 시트와 센터페시아, 도어트림 등 곳곳에는 검정과 회색 컬러를 적용해, 4인승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4인승과 6인승 모두 노트북, 블루투스 장비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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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 H2는 결코 작은 차가 아니다. H2는 전장 5,171mm, 전폭 2,062mm, 전고 2,012mm의 덩치를 가졌다

심장은 포드의 가솔린 및 디젤 엔진을 장착한다. 우선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326hp, 최대 토크 63.9kg.m를 발휘하는 V10 6.8리터 자연흡기 방식이다. 디젤 엔진은 V8 6.7리터 터보 디젤 방식으로 최고 출력 300hp, 최대 토크 91.2kg.m를 발휘한다. 두 엔진 모두 5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이룬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335/80 R20을 사용한다. 연료탱크는 238리터이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용량을 늘릴 수 있다. 2014년식 나이트 XV의 가격은 80만 달러(한화 약 9880만 원)에 달한다.

패러마운트 머로더, 합법적인 공도용 장갑차

지난 1994년에 설립된 패러마운트 그룹은 6종류의 장갑차와 10종류의 군용 선박, 8종류의 항공기를 제조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표 군수업체다. 통상 군수업체의 물품은 안보와 보안 상의 이유로 일반인이 구매하기는 어렵지만, 머로더(Marauder, 정식명칭은 머로더 아머드 비히클)는 예외적으로 민간인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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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상단의 기관총은 판매하지 않는다. 옵션에서도 빠져있다

약탈자라는 의미의 머로더는 전장이 6,440mm, 전폭이 2,660mm, 전고가 2,745mm, 나이트 XV와 샤먼보다 차체가 크다. 컬러는 무광 브리티쉬 그린이나 무광 블랙이며, 차체는 이중 철판으로 제작된다. 이를 통해 TNT 8kg 이상의 폭발력을 견딜 수 있다. 특히 지뢰와 같이 자동차의 하부에서 터지는 각종 폭발물에 대비해, 하체부분은 무려 TNT 14kg의 폭발력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그만큼 승차인원에 대한 보호 능력이 뛰어나 전투용만이 아니라 구급차와 인력 수송용, 전투용 등 활용 범위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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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차를 떠올리게 하는 실내

BBC <탑기어>에도 등장한 머로더는 이러한 외관에 어울리지 않게, 공도를 달려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의외의 면모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머로더가 군용차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최근의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화된 기능 버튼이나 인터페이스대신, 기계식 버튼 및 토글 스위치가 눈에 띈다. 승차인원은 1열에 2, 그 뒤에는 최대 8명까지 탈 수 있다.

머로더의 공차 중량은 약 6,000kg이다. 여기에 최대 허용 적재 중량인 4,000kg를 더하면, 총중량은 10,000 kg, 즉 최대 10톤에 달한다. 이 엄청난 무게를 견인하는 엔진은 최고 출력 300hp(2,500rpm), 최대 토크 112.2kg.m(1,200~1,800rpm)를 뿜어내는 커민스 사의 직렬 6기통 6.7리터 및 최고 출력 240hp(2,300rpm), 최대 토크 94.3kg.m(1,200~1,800rpm)를 발휘하는 독일 만(MAN) 사 의 직렬 6기통 6.9리터의 두 종류 디젤 터보 엔진이다. 구동 방식으로는 4×4 또는 6×6을 선택할 수 있다. 장갑차이지만 머로더는 궤도 대신 휠과 타이어를 장착한 덕분에 최고 100~120km/h의 속력으로 항속할 수 있다. 가격은 약 48만 달러(한화 약 55,000만 원)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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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필자들에게는 익숙한 버튼들
AV토로스 샤먼, G클래스 6X6를 능가하는 8X8

AV토로스(애브토로스)는 오프로드 차량과 오프로드용 저압 타이어를 제작하는 러시아 국적의 제조사다. 이들이 제작한 차량들은 모두 무지막지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크다. 이중 샤먼(‘Шаман’, 영어로는 ‘Shaman’이라 표기한다) 2013년에 발표한 최신형 기종으로, BBC <탑기어>에서 일반 도로와 저수지를 종횡무진 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샤먼은 전장이 6,300mm, 전폭이 2,500mm, 전고가 2,700mm에 달한다. 각 측면과 뒤쪽에 노출된 도어의 경첩은 군용차와 비슷한 모양새다. 컬러는 주황색과 흰색, 검정색 등 선택 폭이 다양하나, 모두 무광이다. 후면에는 프로펠러를 장착해, 도강 시 최대 7km/h의 속력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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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도강능력은 웬만한 군용차를 뛰어넘는다

샤먼의 운전석은 맥라렌 F1처럼 중앙에 위치해, 운전석이라기보다 조종석에 가깝다. 운전석의 좌측에는 각 바퀴를 조종할 수 있는 버튼들이 있으며, 중앙에는 회전계와 속도계, 냉각수 온도게이지 등이 있다. 우측에는 등화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변속기 레버가 있다. 뒷좌석은 8개의 개별 시트, 또는 지하철처럼 마주보고 앉는 길다란 벤치형 시트를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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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에서 드러나는 샤먼의 성격

샤먼은 8×8이라는 구동 방식을 택하고 있다. 8개의 바퀴는 전륜 4, 후륜 4개로 나뉘는데, 전륜과 후륜을 동시에 조향해 회전 반경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모든 바퀴를 동일한 방향으로 조향하는 것도 가능하다. 샤먼은 최고 출력 146hp(3,500rpm), 최대 토크 35.7kg.m(1,400~2,800rpm)를 발휘하는 이탈리아의 상용차 제조사 이베코의 직렬 4기통 3.0리터 터보 디젤 엔진과 ZF 6단 수동 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이룬다. 4,000kg에 달하는 공차중량과 8X8이라는 구동 방식을 보면 동력 성능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샤먼의 최고 속력은 80km/h에 달할 정도로 준수한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4km/L 정도다. 대신 연료 탱크가 260L에 달해, 가득 주유 시 이론 상으로는 1,040km를 항속할 수 있다. 샤먼의 가격은 140,000달러(한화 약 1 6천만 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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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니버스와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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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싶을 때는 벤치형 시트를 선택하면 된다

이처럼 세상에는 일반적인 세그먼트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자동차들이 있다. 이러한 자동차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소수 중에서도 소수를 위한 자동차라는 점과, 해당 차량을 둘러싼 특수한 환경이 작용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주류 제조사의 자동차들이라도 태어난 데는 모두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국내에서는 이러한 자동차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