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GT, 더욱 다양한 고성능 라인업에 대한 예고

한 제조사의 슈퍼카는 그 자체로도 빛나지만, 뒤이어 나올 고성능 기종이나 첨단 테크놀로지의 예고라는 측면에서 더욱 가치 있다. 특히 모터스포츠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둔 기종일수록 그러하다. 내구레이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 준 포드의 GT, 다운사이징과 경량화라는 평범한(?) 기조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미래 퍼포먼스카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포드는 향후 개선될 이 퍼포먼스가 쿠페 타입의 스포츠카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성능 기종의 대중화를 위해 부심하고 있는 타 제조사들의 전략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 2013년부터 새로운 포드 GT의 개발에 착수했다. 기술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겸 최고 책임자인 라즈 네어(Raj Nair)의 전언에 따르면, 개발 당시 포드의 목표는 미래지향적 엔진 기술과 에어로다이내믹의 구현,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경량화를 구현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내구성과 퍼포먼스를 시험하는 모터스포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포드 GT는 지난 2017 1월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서 펼쳐진 24시간 내구레이스 르망 클래스에서의 우승을 통해 이러한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그들은 WEC(월드 내구레이스챔피언십)과 르망 등 유럽에서 펼쳐지는 내구레이스에도 도전장을 냈다.

포드 GT의 목표는 에어로다이내믹, 파워트레인, 소재 경량화, 내구성능과 스마트화 등으로 분화되지만 이러한 세부 목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포드 GT가 공기 저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디자인을 갖춘 것은, 크기를 줄인 3.5리터 V6 에코부스트 엔진 덕분이기도 하다. 포드는 이 엔진을 설계함에 있어, V6의 형태를 갖추면서도 크기를 줄였다. 또한 터보차저의 위치를 낮추는 한편, 인터쿨러를 후륜 쪽으로 배치함으로써, 측면 단면적의 높이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서킷에서 0.01초의 시간이라도 단축하기 위해서는 코너에서의 선회 성능이 관건이다. GT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647hp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터보차저 엔진은 감속 시 엔진 회전수가 줄어들고 터보 하우징 속으로 흐르는 배기가스의 유속이 느려지면 아무리 최고 출력이 높다 하더라도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포드는 선회 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더라도 스로틀 밸브를 개방해 터보차저를 구동할 수 있는 배기가스 유속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 기술은 추후 F-150 등 자사뿐만 아니라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성능 픽업 트럭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고성능 자동차의 퍼포먼스에 있어 결정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트랜스미션의 기민함이다. 실제 많은 드라이버들이 코너의 진입 시 감속과 탈출 시 가속을 시프트패들로 진행하는 만큼 변속 속도는 랩타임 단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GT에 장착된 7 DCT는 데이토나 스피드웨이에서의 성과로 그 순발력을 증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워트레인도 결국 섀시의 경량화가 없다면 그 가치를 다하지 못한다. 섀시 경량화는 결국 소재 싸움이다. 그러나 그간 경량화 소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카본파이버는 단가가 높은 것이 단점이었다. 포드는 지난 2월에 공개한 컴페티션 시리즈를 통해 카본 파이버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면서도 주요 부분에서 경량화를 이루어내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자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인 퍼스펙스 사의 아크릴 소재, 코닝 사의 경량화된 유리 등을 적용해 경량화를 이루어냈다. 특히 코닝 사의 경우 2016년부터 포드와 복합 소재 경량 자동차 (Multi-Material Lightweight Vehicle, MMLV) 제작을 위한 협력을 맺어 주요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카본 파이버의 의존도는 줄이되 핵심적인 부분에 적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 포드 GT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플라잉 버트레스(루프에서 리어 펜더까지 이어지는 구조물)레스처럼, 선회시나 급가속, 제동 시 많은 부하가 걸리는 부분, , 그리고 실내 인스트루먼트 부분의 트림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카본 파이버의 강성을 통한 내구성 증대 효과를 얻으면서도 비용 증가는 최소화했다. 카본 파이버는 비싸지만 퍼포먼스카에서는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따라서 포드는 향후 탄소 섬유 재질의 부품을 대량 생산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터스포츠에서 큰 성과를 거둔 고성능 퍼포먼스카는 각 자동차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주요 차량들을 기술 수준을 몇 단계씩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고성능 차종을 보유한 주요 제조사들은 이러한 차량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고성능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고성능 차종 대중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포드의 GT도 마찬가지다. GT의 고성능에 끌리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적게 잡아도 한화로 5억 원대에 달하는 이 자동차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다. 결국 GT, 이 자동차가 보여 준 첨단 기술이 적용된 보다 대중적 퍼포먼스카의 예고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 미래는 많은 고성능 자동차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