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의 마지막 럭셔리 쿠페? 부활한 BMW 8시리즈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전설 속으로 떠났던 8시리즈가 돌아온다. BMW는 2017년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이탈리아 세르노비오에 위치한 빌라 데스테에서 열리는 클래식 카 경연대회 ‘콩코르소 델레간차’에서 8시리즈의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자세한 제원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공개된 외관과 이미지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8시리즈는 팝업 헤드라이트와 당시 람보르기니 등과 같은 넓고 평평한 보닛, 4.0리터 V8, 5.0, 5.4, 5.6리터 V12 등 다양한 고성능 엔진의 라인업으로 BMW 스포츠카 역사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과시한 자동차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자동차에 M760Li에 장착된 것과 같은 6.6리터(6,592cc) V12 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러한 8시리즈 고유의 존재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010년대의 마지막 럭셔리 쿠페?
부활한 BMW 8시리즈
M850컨버터블

BMW 디자인을 총괄하는 애드리언 반 호이동크 부사장 역시, 과거 8시리즈가 동시대 기술을 선도하는 엔진의 공격적인 성능과 아름다운 디자인, 럭셔리의 가치가 어우러진 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8 시리즈가 깨끗하고 심플한 면 처리를 보여 주면서도 럭셔리 쿠페다운 근육질적인 면모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26일 공개된 8시리즈 콘셉트카의 측면을 보면 FR 레이아웃 쿠페의 전형답게 보닛이 길게 뻗는 비례감을 볼 수 있다. 측면을 보면 깊이 팬 면처리가 눈에 띄는데 이는 전면 좌우 끝부분의 공기 흡입구와 전륜 펜더 쪽의 에어덕트를 지나온 공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갈 수 있는 길이 된다. 이는 최근 다른 제조사의 스포츠카들이 후륜 펜더에 에어덕트를 설치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에어로다내믹 구현 기법이다. 이러한 면은 이 콘셉트카 등장 이전까지 8시리즈의 계승자로 알려진 i8마저 압도한다.

날카로운 눈매를 자랑하는 헤드라이트 역시 8시리즈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베젤의 구조는 최근 BMW의 디자인인 트윈 서큘러(2개의 육각형)를 따르고 있다. 헤드라이트 사이에 자리잡은 키드니 그릴은, 창살 의 상단 1/3 부분이 전방으로 살짝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자동차 전체가 앞으로 달려나가는 인상을 구현하는 데 기현하고 있다. 그리고 보닛 양 측면에 표현된 각 2개씩의 캐릭터라인은, 에어로다이내믹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역시 이미지적으로 질주감을 선사하고 있다.

후면은 기존 8시리즈의 전통보다는 미래적 가치가 비중 있게 반영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날카로운 리어 램프를 중심으로, 트렁크 리드의 선, 한쪽으로 기운 사다리꼴 모양의 양쪽 배기구 등 기하학적 요소가 강인한 인상을 자아낸다. 특히 리어램프의 선을 중심으로 한 입체적 면 처리는 일견 렉서스의 LC500을 떠올리게 한다. 리어 램프 아래쪽의 에어덕트는 후륜 타이어 및 브레이크의 냉각 및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의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을 통해 공개된 인테리어는 기존 BMW의 어떤 차량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을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장치나 버튼을 과감히 없애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성능을 고도화하여 운전자가 차량 조작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강렬한 레드 컬러와 차가운 금속 재질이 대비를 이루는 기어레버로부터 시작해, 여유롭고 넓게 펼쳐진 카본 파이버 소재의 패널을 따라 올라가면, 전면 에어 인테이크를 닮은 송풍구와 시원한 화면의 디스플레이가 보인다. 센터페시아를 감싸고 있는 가죽 소재의 트림은 붉은 스티치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시선을 클러스터 쪽으로 옮기면 패널화되어 있는 클러스터가 보인다. 클러스터는 기존 속도계나 회전계의 역할 외에 자동차가 능동적으로 해석한 정보들을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적극적 소통의 장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

스티어링휠은 아래 위가 모두 D컷으로 구현된 형태다. 이는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를 위한 필수 요소다. 스티어링 컬럼부터 휠의 상단부까지 스웨이드나 알칸타라로 보이는 소재가 적용되었다. 이는 조향이나 조작 시 밀착감을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엔진 시동 버튼과 비슷한 레드 컬러의 시프트패들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8시리즈는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전설, 혹은 꿈처럼 여겨져 온 자동차다. 국내 소유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BMW는 8시리즈를 2018년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8시리즈가 생산되었던 1990년대와 달라진 한국 시장의 위상을 생각하면, 새로운 8시리즈는 공식 출시와 함께 한국 거리에서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