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에디션, 한국을 향한 자동차 제조사의 애정표현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들은 한정 수량으로 특별한 에디션을 생산·판매하기도 한다. 이 한정 에디션은 튜너를 홍보하거나 유명인에 대한 헌정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차량이 많이 팔리는 특정 시장에 대한 헌정 마케팅의 일환인 경우도 있다.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에서 선보이는 코리아 에디션도 이와 같은 일환으로 탄생하며, 모티브이자 겨냥하는 소비자층은 한국인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코리아 에디션을 적용한 자동차들에 대해 알아본다.

전세계에서도 특별한 한국의 자동차 시장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전세계에서 특별한 축에 속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과 전세계에서 베스트 셀링카의 반열에 오른 차종들도 유독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서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66년에 데뷔한 후 글로벌 시장에서 약 4,000만 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토요타의 코롤라는, 지난 2011 4월에 한국 시장에 선보였으나, 출시 첫 달인 4월에는 15, 5월에는 30대를 판매하며 굴욕을 맛보았다. 이후 토요타는 코롤라를 3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코리아 에디션, 한국을 향한 자동차 제조사의 애정표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실패한 10세대 코롤라

그런가 하면, 한국인의 선호 성향과 한국 자동차 시장을 재빨리 파악한 제조사의 기종들은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한다. 이러한 제조사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제조사부터 럭셔리를 지향하는 제조사를 가리지 않는다. 한 예로 지난 5,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국내 인구수의 2.5배에 달하는 일본에서보다 높은 판매량을 달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 역시 한국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은 바 있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코리아 에디션, 한국을 향한 자동차 제조사의 애정표현
메르세데스 벤츠는 국내에 A45 AMG 코리아 에디션을 선보인 바 있다
럭셔리카에 녹여낸 한국의 미

2011년 서울모터쇼에서 BMW‘BMW 7시리즈 코리아 아트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 에디션의 핵심은 인테리어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1 손대현 장인의 나전칠기(조개 껍질을 이용한 목칠공예의 장식기법)를 적용했다. 손대현 장인은 해당 에디션을 위해 최고급 자개를 직접 선별했으며, BMW측과 협업해 신소재에 옻칠과 나전을 함께 접목시키는 과정도 진행했다. 고가의 가구에 적용되는 나전칠기 기법은 7시리즈 코리아 아트 에디션의 도어트림과 조수석 대시보드에 장착되었으며, 독일의 기술력과 한국의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해냈다. 7시리즈 코리아 아트 에디션은 단 한대만 제작되었으며, 공개 경매를 통해 약 1 8,000만 원의 가격에 판매되었다.

벤틀리는 고가의 럭셔리카 제조사임에도 국내 판매량이 높은 제조사다. 벤틀리는 지난 2012년에 한국에서 78.8%의 성장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전시장이 전세계에서 플라잉스퍼를 가장 많이 판매한 단일 전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까닭에 지난 2015 10월에는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개인 맞춤 프로그램인 뮬리너 출시를 계획했다. 그리고 뮬리너의 출시 기념 및 홍보를 위해 플라잉스퍼 코리아 에디션을 준비했다. 당시 벤틀리의 총괄 디자이너였던 이상엽 디자이너와 남성 매거진 GQ가 함께 선보인 이 플라잉스퍼에는 뮬리너의 각종 호화 옵션을 적용하고, 뒷좌석 가죽 쿠션과 도어 플레이트에 뮬리너 GQ 디자인 바이 이상엽 에디션을 새겨 넣었다. 플라잉스퍼 코리아 에디션은 2대만 생산했으며, 가격은 블랙 컬러가 약 3 4,000만 원, 화이트 컬러가 약 3 3,000만 원에 달했다.

롤스로이스도 2017 5월에 자사의 개인 맞춤 프로그램인 비스포크 에디션의 출시를 기념해, 각각 태극기와 부산에서 영감을 얻은 서울 에디션부산 에디션을 선보였다. 고스트 기종을 기반으로 제작된 두 스페셜 에디션의 공개 행사는 한국 속의 영국이라고도 불리는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진행되었다. 우선, 서울 에디션은 화이트 컬러의 외관에 레드 및 블루 컬러의 스트라이프를 사이드의 캐릭터 라인에 적용하여 모티프를 형상화했다. 또한 C필러에는 남산타워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더했다. 한편, 부산 에디션은 부산 바다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와 첨단 빌딩들을 모티브로 한 실버 컬러의 조화로 이루어졌다. 또한 C필러에는 도시구획을 형상화한 사각형의 패턴을 구현했다. 이 두 에디션은 각각 해당 지명에 맞게, 서울 에디션은 서울 청담동의 전시장에, 부산 에디션은 부산 해운대 전시장에 배치해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자세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약 6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리아 패키지, 한국인 취향의 옵션 모음

별도의 에디션은 아니지만,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옵션들을 모아 놓고, 이를 적용했을 때 자연히 한국형 사양이 되는 전략을 구사하는 제조사도 있다. 이러한 옵션에는 국내 자동차 유저들이 선호하는 가죽시트와 2열 열선시트, 통풍시트,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사이드미러 폴딩 기능은 물론, 각 제조사의 시그니처가 되는 테크놀로지까지 포함된다.
 
포르쉐는 이와 같은 코리아 패키지를 선택 사양으로 운용해왔다. 포르쉐의 코리아 패키지는 대부분의 라인업에 적용할 수 있었지만, 차량의 등급에 따라 다소 상이했다. 한 예로, 카레라 기본형의 코리아 패키지에는 자동변속기와 열선 시트, 컵홀더, 내비게이션 등 기본적인 옵션이 적용되나, 터보 혹은 터보S에는 포르쉐의 DCT PDK와 주차보조시스템, 크로노팩 등 가격이 높은 사양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통상 출시 소식을 전하면서 고지하는 가격은 차량의 기본가격인데 비해, 코리아 패키지를 적용할 경우 수천만 원이 비싸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옵션질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포르쉐는 코리아 패키지를 기본 사양에 추가하고 가격을 합리화하여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재규어도 선택 사양에서 코리아 패키지를 운영하는 제조사 중 한곳이다. 재규어의 코리아 패키지가 적용되는 차종은 F타입으로, 10여종의 선택 사양이 묶음으로 구성되어있다. 우선 편의사양으로는 사이드미러 폴딩 기능과 거울이 포함된 선바이저, 열선 스티어링 휠, 열선 및 메모리시트, 카 매트가 있으며, 안전사양으로는 어댑티브 제논 헤드램프와 코너링 램프, LED 주간주행등, 전방주차보조시스템, 후방카메라 등이 있다. 이러한 옵션들은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적용 사실 자체로 판촉효과가 있다.

국내 캠핑족을 위한 특별한 에디션

이러한 코리아 에디션 또는 코리아 패키지는 승용 자동차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2010년들어 캠핑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을 겨냥해 캠핑카 제조업체들이 코리아 에디션을 선보인 것이 그 사례다. 미국의 유명 캠핑 트레일러 제조사인 에어스트림은 1931년에 설립되어 깊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미국의 헐리우드 배우들의 캠핑카로 많은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에어스트림은 지난 2013 서울 모터쇼에서 국내에 처음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스포츠 시리즈와 플라잉 클라우드, 인터내셔널 시그니처, 랜드 요트 등 8개의 라인업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스포츠 시리즈와 플라잉 클라우드, 인터내셔널 서레너티(serenity), 인터내셔널 유러피언 기종에 코리아 패키지가 선택 사양으로 제공된다. 코리아 패키지는 유럽식 13핀 커넥터와 유럽식 카세트 토일렛(고정식 변기)을 장착하며, 모든 전자제품의 규격이 220V로 변경된다. 또한, 한국형 시그널 LED 램프와 한국 영역대 주파수 HDTV 안테나, 핸드브레이크 옵션을 한 데 묶어 큰 호응을 얻었다.

영국의 캠핑 트레일러 제조업체이자 트레일러의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트립버디도 지난 2014년에 코리아 에디션을 선보인 바 있다. 사실 트립버디가 공개한 코리아 에디션은 한국을 상징하는 레드 컬러 이외에는 별다른 점이 없다. 참고로 트립버디는 캐빈을 기준으로 4100mm의 전장과 2,031mm의 전폭, 2,435mm의 전고, 1,150kg의 공차중량을 갖고 있는 까닭에, 국내에서는 별도의 트레일러 면허가 있어야만 운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특별한 에디션과 사양에 대한 수요는 특정 시장에 녹아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한다. 코리아 에디션 혹은 코리아 패키지 역시 한국인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옵션들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판매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트림 및 사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물을 선보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판촉 전략으로서도 성공적으로 평가 받는다. 또한 코리아 에디션 및 패키지 적용 사양은, 해당 에디션이 적용된 자동차의 구매 고객이 아니더라도 특별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또 다른 기종의 판매 신장을 이끄는 전략이 되기도 한다.


이정호 기자



코리아 에디션, 한국을 향한 자동차 제조사의 애정표현
팔로우하시고 댓글로 인증해주시면 추첨을 통해 입장권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