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0일부터 페블비치 골프 클럽에서 클래식카들의 향연인 <페블비치 콩쿠르델리강스>가 열린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경연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사의 라운지를 통해 특별한 두 대의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근대적 자동차의 효시이자 자사 로드스터 전통의 시작을 알리는 1903년의 심플렉스 40hp 기종과, 20세기 럭셔리 로드스터의 상징인 300SL의 리스토어 차량이 그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운지는 숙박시설인 ‘더 로지(The Lodge at Pebble Beach)’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할 예정이므로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근현대 자동차 발전의 증인, 1903년 심플렉스 40PS
메르세데스 심플렉스는 1902년부터 1909년까지 다임러에서 생산된 20세기 초의 대표적인 럭셔리카로 알려져 있다. 이 자동차의 엔진은 최고 출력 40hp 와 60hp의 두 가지 사양으로, 오는 콩쿠르 델리강스에서 선보일 심플렉스는 6,785cc 배기량의 40hp(1,050rpm)의 직렬 4기통 엔진을 장착한 기종으로, 당시로서는 최고 시속 103.4km/h를 구현할 수 있는 고성능의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원래 35hp의 동력성능을 지닌 1901년의 심플렉스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35hp 기종은 1901년도 프랑스 니스에서 진행된 레이스 위크에서 우승했고, 이듬해인 1902년에는 역시 니스와 라 튀르비를 잇는 힐클라임 레이스에서도 우승을 거두었다. 이는 다임러모터그룹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측은 20세기 초 이 자동차가 한 역할이 현재의 전기차 콘셉트카 EQ와 같은 것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심플렉스는 또한 외형 면에서도 마차의 연장선이었던 초창기 자동차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엔진의 구동력에 최적화된 형태 차체를 구현했다. 2인승으로 설계된 이 차량은 현대적 자동차의 시초이자 로드스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콩쿠르 델리강스의 메르세데스 벤츠 라운지에 전시될 이 차량 역시 부품의 꾸준한 관리가 이루어져 온 차량으로, 주행도 가능하다.
력셔리 로드스터의 시작, 300SL 로드스터
메르세데스 벤츠의 로드스터 및 쿠페의 역사는 미국의 부호들에 의해 이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이끌어 온 상징적인 인물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사업가인 막시밀리안(맥스) 호프먼(1904. 12. 12~1981. 8. 9)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자동차 수입상으로서, 미국의 부호들이 주축이 된 미국 시장과 첨단 기술을 가진 유럽 자동차 제조사의 가교가 된 인물이었다.
그는 특히 190 SL 로드스터와 300 SL(W198) 로드스터의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초반, 뉴욕 파크애비뉴에 자신의 샵을 열고 유럽 자동차를 판매하는 수완을 발휘한 그는 1953년 다임러 오토그룹의 이사회에 초청받기에 이른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의 신흥 부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300 SL 레이스카와 같은 고성능 럭셔리 쿠페를 다량 구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서 호프먼은 걸윙 도어는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물론 이 역시 부호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용주의적 성격의 미국 부호들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기에는 쿠페나 로드스터 타입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렸다. 다임러 오토그룹은 그의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였고, 1957년에는 쿠페와 로드스터 버전의 300 SL을 선보이게 된다.
300SL 로드스터의 제원성능은 2000년대 초반의 동급 자연흡기 엔진 장착 차량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3.0리터(2,996cc) 배기량의 직렬 6기통 엔진은 215hp(5,800rpm)의 최고 출력을 발휘했으며 28kg∙m(4,6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했다. 공차중량은 1,330kg에 불과했으며, 따라서 0→100km/h의 가속 시간이 10초에 불과하고, 최고 속력은 242km/h에 달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현대적 고성능 로드스터의 문을 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이번 콩쿠르 델리강스의 자사 라운지에서 전시하는 300 SL 로드스터 차량은 무려 3년간의 리스토어링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차의 상태에 가장 가까운 부품을 확보하고, 신차와 같은 상태를 구현하면서도 구동에 무리가 없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관람객의 시계를 1957년으로 돌릴 준비를 마쳤다.
통상 콩쿠르 델리강스의 경연에 출품되는 자동차들은 경매를 목적으로 하므로, 일반적인 가격보다 비싼 편이다. 그래서 셀러브리티들이 주된 낙찰자로 이름을 올리곤 한다. 만약 일반 관람객이나, 콩쿠르 델리강스를 방문하지 않고도 메르세데스 벤츠의 클래식카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클래식카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올타임 스타즈’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