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자 드림카다. 그러나 세단이나 SUV와 같은 일반적인 장르의 기종보다 자동차 가격과 보험료가 비싸, 쉽사리 접근할 수 없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목마름을 해결하고자, 적은 배기량과 작은 차체로도 뛰어난 동력 성능과 안정성을 구현하는 소형 스포츠카 개발을 진행해 왔다. 특히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러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기종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일본의 주요 제조사들이 자랑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포츠카 4대를 소개한다.
혼다는 일찍이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기술력을 적용한 소형 스포츠카를 개발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특히 알파벳 ‘S’와 숫자가 결합된 이름의 자사 경형 및 소형 스포츠카들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있어서도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S’는 스포츠카를 의미하며 명칭 뒤의 숫자는 배기량을 의미한다. 지난 1962년에 등장한 혼다 최초의 4륜차인 S360(360cc)도 2도어의 로드스터였다. 그리고 이를 이은 S500, S600이 혼다 경형 및 소형 승용차의 전통을 만들었다. 혼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1999년에 출시한 S2000은 그 꽃이라 할 수 있다.
S660은 이러한 혼다 경형 및 소형 스포츠카 전통의 2010년대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S660의 심장은 64hp(6,000rpm)의 최고 출력과 10.6kg∙m(2,6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658cc의 직렬 3기통,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엔진 배치는 미드십을 택해, 전후 무게 배분과 균형감각을 높였다 변속기는 6단 매뉴얼과 CVT로 나뉜다. 한국에 정식 수입된 기종이 아님에도, 젊은층이나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전문 직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S660의 디자인 콘셉트는 에너저틱 불릿(Energetic Bullet)으로, 전장 3,395㎜, 전폭 1,475㎜, 전고 1,180㎜의 작은 차체지만, 역동성이 강조되어있다. 우선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크롬라인을 적용하였으며 헤드라이트는 날카롭다. 이는 혼다의 패밀리 룩이기도 하지만, 어코드와 같은 세단보다 날카로움이 강조되어있다. 브레이크의 냉각과 에어로다이내믹 성능 향상을 위한 전륜의 에어덕트가 사선 방향으로 위를 향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또한 후면의 머플러는 싱글이지만, 차체의 가운데에 배치해, 주행 시 차체 하부의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높여 지면 접지력을 높였다. 또한 짧은 오버행과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듀얼 링크로 구성된 서스펜션 시스템의 조화 및 선회 시 구동력의 조절을 통해 조향 감각을 개선하는 ‘어자일 핸들링 시스템’ 등을 적용해 높은 선회 성능을 구현한다.
컨버터블이라는 점과 다양한 경차 혜택이라는 점도 이 자동차가 지닌 ‘펀카’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S660의 차체 크기와 배기량은 한국의 경차 기준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통행료와 혼잡통행료, 공영주차장 이용요금 50%감면, 취득세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일본의 차량 진단 모듈인 JOBD 인증 문제로 인해, 잠재적으로는 직수입도 막혀 있는 상태다. 그러나 S660을 구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면, 중고차 구입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의외로 S660의 매물은 중고 시장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편이며, 가격은 3,000만 원 초반 대(주행거리 1만km내외 기준)이다. 일본에서는 튜닝카의 베이스로도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도 이 차량을 튜닝 베이스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포털 사이트의 자동차 게시판에서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유저의 반응이 가장 많은 차량 중 하나가 바로 마쯔다 MX-5이다. 지난 2000년 마쯔다 MX-5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2인승 경량 로드스터라는 기네스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특히 1989년 시카고 모터쇼에서 첫 공개 후, 11년 만에 53만대라는 판매고를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는 2015년에 출시한 4세대 MX-5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2016년에는 누적판매 100만대를 달성하기도 했다.
4세대 MX-5의 작고 날카로운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로 이뤄진 프론트 마스크, 자물쇠 모양의 리어램프는 마쯔다의 패밀리 룩을 따르고 있다. 4세대 MX-5는 1세대에 비해 전장이 36㎜ 짧아진 대신 전폭은 59㎜나 늘어나 외관 면에서 롱노즈 숏데크의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도록 변화했다. 여기에 트윈머플러를 장착함으로써 후미의 모습도 제법 박력이 넘친다.
마쯔다 MX-5 역시 경량 및 소형 로드스터를 지향한다. 비록 혼다 S660보다는 전장이 500mm가량 긴 편이나, 보닛과 트렁크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덕분에 수동변속기 기준 공차중량은 1,057kg로, 일반적인 경차보다 약간 더 무거운 수준이다. 또한, 엔진의 위치를 최대한 뒤쪽으로 배치해 전후 무게 배분도 고르게 구현했다.
MX-5는 직렬 4기통 2.0리터(1,998cc)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 출력 155hp(6,000rpm), 최대 토크 20.4kg·m(4,600rpm)를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수동변속기나 시프트패들이 장착된 6단 자동변속기를 제공한다. 출력은 같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중형차 수준이지만, 무게 당 마력비가 우수하므로 0→60mph(97km/h)까지 5.9초만에 도달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 링크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선택 사양들도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췄다. LSD와 브렘보의 브레이크 시스템, 빌스테인 서스펜션을 추가 사양으로 탑재할 수 있으며, MX-5역시 마쯔다가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까닭에, 여러 직수입 업체들이 일본과 독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에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소프트탑 기종을 4,389만 원, 하드탑 기종을 5,450만 원에 판매한 바 있으며, 중고로도 구매할 수 있다.
일본의 유명 자동차 애니메이션인 <이니셜 D>에서는 주인공인 후지와라 타쿠미는, 두부 가게의 아들이다. 두부 배달을 하며 가업을 돕는 그는 아키나 산(현실에서는 군마 현 하루나 산)의 와인딩 로드를 넘어 배달을 한다. 굳이 급격한 와인딩이 많기로 유명한 이 산을 넘어 두부 배달을 하는 이유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후지와라 타쿠미의 두부 배달 차량이 바로 토요타의 AE86이다. 원치 않게 배운 운전 기술이지만, 자연스럽게 절륜한 드리프트 주행법을 익힌 그가 우연히 스포츠카를 앞지른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아키나 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AE86의 후속 기종이 지난 2012년 8월에 출시되었다. 바로 토요타의 86이다. 스바루와 토요타가 공동 개발한 차량인만큼 스바루의 BRZ와는 쌍둥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조르제토 주지아로 풍의 간결한 직선 중심 패스트백이었던 AE 86에 비해,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의 쿠페로 태어났다. 86의 전장은 4,240㎜, 전폭은 1,775㎜, 전고는 1,320㎜이다.
프론트의 헤드라이트와 범퍼는 날카롭고 공격적이며, 뒷부분에는 스포일러와 듀얼 머플러, 디퓨저를 장착했다. 실내에도 이러한 성향이 반영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은 362㎜에 불과해 조종의 직관성을 높였다. 또한 버킷 시트의 사이드 볼스터는 선회 시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지지해줄 수 있도록 두툼하게 설계되었다. 계기반의 구성 요소는 특별히 스포츠카에 사용되는 게이지가 추가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차량과 다른 구성의 원형 클러스터 3개로 스포츠 머신과 같은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다. 우선 회전계가 가운데에 있으며, 속도계가 좌측, 그리고 상황에 따라 냉각수 온도계나 중력가속도, 랩타임 등으로 바꿀 수 있는 게이지는 우측에 있다.
토요타 86에는 최고 출력 203hp(7,000rpm), 최대 토크 20.9kg·m(6,400~6,600rpm)를 발휘하는 스바루의 수평대향 4기통 2.0리터(1,998cc)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되었다. 스바루의 수평대향 엔진은 무게중심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데, 여기에 1,280kg에 불과한 공차중량과 53:47의 전후 무게배분이 더해져 기민한 선회성능을 발휘한다. 6단 매뉴얼 변속기와 자동변속기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참고로 국내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대회에서는 86 수동변속기 기종을 활용한 클래스가 따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종이 4,320만 원, 자동변속기 기종이 4,860만 원이다.
닛산 페어레이디 Z시리즈의 역사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40Z는 수려한 외모와 우수한 성능,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자리잡았다. 이후 1978년에 280ZX, 1989년에는 300ZX, 2002년에 350Z 등 발전된 기종을 차례로 내놓았고, 2009년에는 370Z라는 새로운 스포츠카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닛산은 370Z의 출시 당시 ‘포르쉐는 벅찬 상대를 만났다’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40년 동안 갈고 닦아 온 Z시리즈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370Z와 350Z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유사하지만, 헤드라이트와 리어램프를 한층 날카롭게 다듬었다. 또한, 프론트 범퍼를 공격적으로 디자인하고, 리어범퍼에는 디퓨저를 추가했다. 여기에 낮게 깔린 리어 스포일러로 스포츠 지향의 감성에 방점을 찍었다.
인테리어에서는 회전계를 계기반 중앙에 두는 한편,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오일 온도와 전압, 시간등을 알려주는 3개의 원형 클러스터를 배치해 경주용 차량과 비슷한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닛산의 다른 기종과 달리 한 스티어링 휠 가운데 ‘Z’를 크게 부착하였으며, 센터페시아에의 버튼이나 다이얼 등의 디자인을 매우 심플하게 처리했다. 이는 질주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도 읽을 수 있다.
초대 Z시리즈가 그래왔던 것처럼, 370Z는 저렴한 가격 대비 우수한 동력 성능이 돋보인다. 오히려 경쟁 상대로 지목한 고성능 버전인 카이맨 S의 동력 성능보다 수치상으로 앞서는 부분도 있다. 370Z의 V6 3.7리터(3,696cc) 자연흡기 엔진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