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슈퍼카 제조국‘이라고 하면, 흔히 람보르기니와 페라리의 고향인 이탈리아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슈퍼카 제조사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일부 제조사들의 슈퍼카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능가하는 동력성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슈퍼카 제조사들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2015년 1월, 유명 자동차 버라이어티 쇼인 <탑기어 코리아>에서는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이라는 긴 이름의 차량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 차량은 GS그룹의 창업자인 고 허만정 회장의 증손자이자,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허자홍씨가 디자인과 설계를 맡은 자동차로도 유명하다. 허자홍씨가 기획한 이 자동차의 제작은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멀티매틱’이 맡았다.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은 2012 굿우드 페스티벌을 통해 데뷔했다. 이 자동차의 디자인은 클래식한 멋과 진보적인 감각을 동시에 담아냈다.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의 헤드라이트는 1960년대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를 누볐던 포드 GT40의 것을 연상케 하며, 측면의 실루엣은 1971년식 르망 레이스카인 포르쉐 917의 라인을 닮아있다. 외장 컬러는 앤틱한 느낌의 소프트 베이지와 화이트 컬러가 투톤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반면, 리어램프와 보조제동등에는 LED를 적용해 현대적인 감각을 부각시켰다.
르망 레이스 카의 감성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비록 편의성을 위해 버튼식으로 제작하기는 했으나, 시동 버튼을 스티어링 휠의 좌측에 부착했으며, 각종 버튼들에는 레드 컬러의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했다. 또한, 오일 압력과 연료량 등 자동차의 정보를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원형 클러스터에 담아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시트 및 필러, 도어 트림과 같은 내장재도 소프트 베이지 컬러를 적용했다.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은 최고 출력 845hp, 최대 토크 102.3kg·m의 V8 5.4리터 슈퍼차저 엔진과 6단 수동 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후륜 구동 레이아웃은 MR(미드십 후륜구동)로 구현했다. 섀시에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를 적용한 덕분에 건조 중량(각종 오일 및 냉각수 등을 제외한 무게)은 1,450kg에 불과하다. 이를 기반으로 정지 상태에서 60mph(96km/h)까지 3.1초 만에 도달하며, 100mph(161km/h)까지는 7.5초가 소요된다. 최고 속력은 370km/h에 달한다. 당시 발표된 가격은 약 16억 원대였다.
덴마크에는 전기차 제조사인 에코 무브를 제외하면 양산차 제조사가 없다. 그러나 오히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슈퍼카 제조사는 존재한다. 2004년에 설립된 젠보(Zenvo)가 주인공이다. 젠보는 2009년에 자사의 첫 번째 자동차인 ST1의 양산에 돌입했고, 2017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ST1의 후속인 TS1을 선보였다.
TS1의 전면 디자인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좌·우측의 헤드라이트 및 안개등까지 총 5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각 구획에 모두 메시 타입 패턴을 모티브로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헤드라이트 전체 유닛 커버가 없어, 3개의 원형 LED 램프와 6개의 DRL이 노출되어있다. 또한, 보닛의 길이와 리어 오버행이 짧아 스포츠카다운 외관을 갖추고 있다. 뒷부분에는 양쪽에 각각 2개의 원형 리어램프가 위치하며, 대형 리어 디퓨저와 스포일러를 장착했다.
인테리어 부분에서는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인테리어 트림과 외관의 메시 타입 패턴이 눈에 띈다. 특히 CFRP의 적용 비율이 다른 고성능 차량들과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A필러와 루프는 알칸타라로 감쌌다.
젠보 TS1의 엔진은 V8 5.8리터 트윈 슈퍼차저 시스템으로 최고 출력 1163hp, 최대 토크 112.2kg·m를 발휘하며, 7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하여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이는 부가티 베이론과 맞먹는 동력사양이며 후륜 구동 방식이다. 공차중량은 1,710kg으로 가벼운 편은 아니나, 출력이 높은 덕분에 무게당 마력비가 1.35kg/hp에 불과하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0→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2.8초면 충분하며, 최고 속력은 375km/h에 달한다.
1980년대 중반, 라 사르트 서킷에서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가 열렸다. 당시 10대 소년 관람객이었던 로버트 코븐(Robert Cobben)은 큰 감명을 받아, 르망 레이스카의 정신을 계승한 공도용 차량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약 30년간 기술력과 자본을 축적했고, 마침내 2012년, 벤서라는 자동차 제조사를 설립해 꿈을 이뤘다.
사르트는 설립자의 꿈이 투영된 첫 번째 자동차인 만큼 외관과 실내에는 1980년대 르망 레이스카를 재해석한 흔적이 남아 있다. 차체 실루엣이 좋은 예다. 사르트는 보닛이 짧고 곡률이 높으나, 리어 부분은 트렁크에서 리어 범퍼까지 칼로 자른 것처럼 수직적이다. 이는 고속 주행 시 후륜의 마찰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설계다. 여기에 전동식 스포일러가 장착되어, 속도에 따라 오르내린다.
실내에서도 르망 레이스카에 대한 오마주가 엿보인다. 우선 CFRP로 장식한 센터페시아에는 11개의 원형 버튼이 적용되었다. 이 버튼들은 일반적인 차량의 조작버튼이라기보다 레이스카용 버튼에 가깝다. 계기반은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대형 LCD 모니터가 대체한다. 지상고를 극도로 낮춘 만큼 센터 터널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운전석을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다. 여기에 블랙 컬러의 가죽과 CFRP, 알칸타라 등 고가의 내장재를 활용했다.
사르트는 최고 출력 622hp, 최대 토크 85.5kg·m를 발휘하는 GM의 6.3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차체 중앙에 탑재했다. 이 엔진은 미국의 유명 튜너인 헤네시가 튜닝을 맡았다. 여기에 6단 수동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사르트는 바디 패널을 CFRP로 제작한 덕분에 무게가 1,390kg에 불과하며 0→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도 3.6초면 충분하다. 최고 속력은 338km/h에 달한다. 가격은 부가세 및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25만 파운드(한화 약 3억 6천만 원)다.
폴란드에는 아리네라(Arrinera)라고 불리는 슈퍼카 제조사가 있다. 설립시기는 2008년 9월로 십년이 채 지나지 않아, 아직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공개한 디자인과 일부 스펙은 기존의 슈퍼카 제조사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들의 유일한 자동차이자 대표작의 명칭은 후사랴(Hussarya)33이다. 뛰어난 기동력과 전투력을 지녀, 중세 폴란드 전력의 중심축이었던 후사르 기병의 영예를 기리고자 지은 이름이다. 후사랴 33의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지만, 일부 외관이 페라리를 연상케 한다. 헤드라이트는 다이아몬드 형태이며, 리어 부분에는 양쪽에 2개의 원형 테일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엔진 배치는 미드십이며, CFRP 재질의 엔진룸 커버로 덮여있다. 후사랴의 섀시는 폴란드 항공기에 쓰이는 영국산 강철로 제작했으며, 소재공학 분야에서 유럽의 명문으로 꼽히는 바르샤바 공과대학 연구팀과 협업해 에어로 다이내믹을 완성했다.
D컷 스티어링 휠은 가죽과 CFRP로 제작되었다. 시트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자세를 안정시켜주는 능력이 우수한 알칸타라로 마감했으며, 도어스텝에는 CFRP를 적용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은 대형 모니터로 대체해, 공조장치와 멀티미디어 시스템 등을 설정할 수 있다. 특이한 점으로는 DRL과 차폭등(자동차의 폭을 인지할 수 있도록 설치한 등화류), 미등, 하향등, 안개등을 기어레버 좌측에 위치한 버튼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사랴는 최고 출력 650hp, 최대 토크 82.6kg·m의 V8 6.2리터 LS시리즈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GM의 것으로, 카마로 ZL1과 콜벳 Z06(C7)에 장착한 바 있다. 여기에 6단 수동 변속기를 장착해 파워트레인을 이뤘다. 또한, 무게가 1,250kg에 불과해 0→100km/h까지 3.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가격은 약 17만 달러(한화 약 1억 9,000만 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