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현대자동차의 2세대 벨로스터가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벨로스터는 국내에 합리적인 가격의 펀카 시장을 개척한 기종이지만, 퍼포먼스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2세대 벨로스터의 개발에 있어 디자인이나 퍼포먼스에서 모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해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그 성과를 제원표상의 수치로 분석해봤다.
퍼포먼스와 디자인의 업그레이드,
전폭 +10㎜ ∙ 전장 +20㎜
최근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인 ‘로우 앤 와이드’ 스타일링은 스포츠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는 공력 성능의 제고를 통해 선회 성능과 연비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설계라 할 수 있다. 2세대 벨로스터는 1세대와 동일하게 전고를 1,400㎜로 유지하되 전폭을 10㎜ 늘린 1,800㎜로 구현했다. 특히 범퍼 하단부의 폭이 넓어졌는데, 이는 지난 1월 북미오토쇼에서 공개된 벨로스터 N의 에어로파츠 디자인을 살펴보면 고성능화를 위한 포석임을 알 수 있다.
1세대 벨로스터는 전장 4,220㎜, 전폭 1,790㎜, 전고 1,400㎜의 크기를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18인치 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륜 및 후륜의 윤거도 각각 1,547㎜→1,549㎜, 1,560㎜→1,563㎜로 변화를 보인다. 전폭의 수치 변화는 디자인을 통해 강조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육안으로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나 윤거의 변화는 미세한 차이로도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1세대 벨로스터 1.6 자연흡기 vs 2세대 벨로스터 1.4 터보
1세대 벨로스터 1.6리터 터보 vs 2세대 벨로스터 1.6리터 터보
휠베이스는 2,650㎜로 그대로지만 전장은 1세대 대비 20㎜ 증가한 4,240㎜다. 보다 날카로운 선회 성능을 얻기 위해 오버행을 줄이는 추세라는 점을 생각하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벨로스터는 길어진 전장을 통해 두 가지의 효과를 구현하고 했다. 우선 상대적으로 길어진 측면의 비례감 덕분에 쿠페와 같은 윤곽선을 구현하며, 이로 인해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또한,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하는 한편, 섀시 통합제어장치의 정교화 등으로 전장 증가로 인한 불리함을 보완했다. 결국 퍼포먼스와 디자인의 조화인 셈이다.
30kg 감량의 효과,
1.6 터보 DCT의 연비와 퍼포먼스
경량화 역시 최근 자동차 설계의 주요 트렌드다. 신차의 성능 공개 시 자주 활용되는 데이터인 서킷 랩타임을 줄이는 데 있어서도 첨단 장비의 적용보다 경량화를 우선시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가벼울수록 원심력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선회 성능의 제고를 위해서는 경량화가 필수과제다.
경량화가 눈에 띄는 것은 벨로스터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1.6리터(1,591cc) 터보 엔진과 7단 DCT를 결합한 파워트레인이다. 18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1세대 대비 30kg를 감량한 1,300kg의 공차중량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펀카’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반떼 스포츠보다 80kg나 가벼운 수치다.
특히 실린더로 유입되는 압축기의 압력을 조절하는 웨이스트 게이트의 조절 장치를 비롯해, 기존토션 빔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고 무거운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이러한 경량화를 통해 이뤄낸 것은 역시 돋보이는 연비다. 복합연비는 12.6km/L(도심 : 11.3km/L, 고속도로 : 14.5km/L)인데, 이는 기존 7단 DCT와 결합된 1.6리터 터보의 연비 대비 약 2~3% 개선된 연비다.
이러한 감량 효과는 1.6리터 터보 엔진의 동력 성능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 204ps(6,000rpm)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는 점은 기존과 동일하나, 27kg·m의 최대 토크가 분출되는 시점이 1,750~4,500rpm에서 1,500~4,500rpm으로 앞당겨졌다. 따라서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우수한 가속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터보 엔진 중 최초로 오버부스트 기능을 적용해, 순간 최대 토크가 28kg·m까지 상승하기도 한다.
참고로 6단 수동변속기의 경우, 더욱 가벼운 공차중량을 자랑한다. 18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중량은 1,270kg에 불과하다. 복합 연비는 12.6km/L(도심 : 11.4km/L, 고속도로 : 14.3km/L)로, 7단 DCT와 비슷하다. 만약 현대기아차 기반의 아마추어 레이스인 KSF에 투입된다면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기대해볼 만하다.
펀 드라이빙의 벽을 허문 1.4 터보 DCT
2세대 벨로스터는 1세대 벨로스터에 비해 향상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하고, ‘펀 투 드라이브’를 지향하고 있다. 이 가치를 보다 널리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과 동시에 진입 장벽이 낮은 엔트리 트림의 역할이 필요하다. 2세대 벨로스터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1.4리터 터보 엔진과 7단 DCT 파워트레인이다.
1.4리터(1,363cc) 터보 엔진은 1세대의 엔트리 트림이었던 1.6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한다. 배기량은 낮지만 최고 출력은 140ps(6,000rpm)로 동일하다. 최대 토크는 17kg·m(4,850rpm)이었던 이전 보다 약 45% 개선된 24.7kg·m(1,500~3,200rpm)에 달한다. 또한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시점도 앞당겨 효율성도 높였다. 1.4리터 터보 엔진과 7단 DCT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은 13.1km/L(도심 11.9km/L, 고속 14.8km/L)의 복합 연비를 구현한다. 이는 1.6리터 자연흡기와 6단 DCT의 조합으로 구현된 12.7km/L(도심 11.5km/L, 고속 14.4km/L)의 복합연비를 능가하는 수치다.
기존 현대차에 1.4리터 터보 엔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i30의 엔트리 등급에도 1.4리터 터보 엔진과 7단 DCT의 조합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벨로스터보다 상대적으로 공차 중량이 무거운 i30에서는 가격적인 면에서의 입문 차량 성격이 강했다면, 벨로스터에서는 가벼운 공차중량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펀카를 지향한다는 점이 다르다.
국내에서 ‘펀카’ 시장의 입지는 그리 넓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기종의 존재는, 해당 제조사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방편이자, 젊은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물론 자동차에 있어 수치만이 성능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운전자가 일정 이상의 퍼포먼스를 직접 구현해보는 데 있어 중요한 가이드가 된다. 1세대 벨로스터를 소유했다가 2세대로의 ‘기변’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혹은 1세대 구매를 포기했다가 2세대에 도전하려는 유저들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등급에서 두 세대의 차량이 가진 수치적 제원을 어느 정도 가이드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