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의 자동차 도시!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

꼭 면허가 있거나 자동차를 소유해야만 자동차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들만의 기업 가치를 담은 체험 공간을 설립하는 것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인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체험 공간, 문화 공간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공간을 자랑하기도 한다.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가 대표적이다.

아우토슈타트, 그 역사의 시작

디젤게이트 여파가 아직 완전히 정리된 것이 아님에도 폭스바겐의 기업 가치와 점유율은 여전히세계 최고이다. 2차세계대전 중 히틀러 정권의 필요와 포르쉐 박사의 연구열이 맞아떨어져 탄생한 비틀(Beetle) 이래, 1,000만 대 이상의 판매 기종인 골프, 폴로 등 수많은 차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럭셔리 브랜드부터 세아트와 같은 대중적 브랜드까지 소유하고 있다. 또한 포르쉐, 아우디와 인적 및 지분 관계로 단단히 결속되어 있다.

아우토슈타트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Wolfsburg)는 폭스바겐의 본거지이다. 독일어로 자동차를 뜻하는 아우토(Auto)와 도시를 뜻하는 슈타트(Stadt)의 합성어인 아우토슈타트(Autostadt)의 개념은 1994년 처음 고안되었다. 본래 자동차 출고장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던 이 부지를 테마파크로 구상한 것은 당시의 CEO이자 폭스바겐·포르쉐 오토그룹의 절대권력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ech)였다. 자동차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출고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아우토슈타트의 건립에는 4 3,500만유로(한화 약 5,700)이 투자되었다. 이 중에는 400명에 달하는 건축가 초빙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투자에 힘입어 2000 6월에 개장한 아우토슈타트는 2017 222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는 등 매년 역대 최다 방문객 기록을 경신 중이다.

브랜드별 체험공간부터 출고까지, 빈틈없는 재미

사람, 자동차, 그들을 움직이는 것이란 슬로건 아래 아우토슈타트는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브랜드가 소통하는 장소로 발전해왔다. 자동차의 역사가 전시된 박물관, 체험관, 그리고 자사의 자동차가 출고되기까지의 과정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 공간이 축구장 35개에 달하는 25만㎡의 부지에 늘어서 있다.

아우토슈타트의 시작과 중심인 콘체른벨트

아우토슈타트는 무료 시설이 아니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입장 후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피아자이다. 피아자(Piazza)는 광장을 뜻하며, 이곳에는 지구를 본뜬 직경 12미터, 무게 4.5톤의 철골 구조물인 엑소스피어(Exosphere)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엑소스피어 아래에는 지구본을 모티브로 한 월드 프로세서(World Processor)가 있다. 정치, 사회, 금융, 군사, 기술 등 동시대 세계의 현안을 보여준다는 주제로 제작된 이 구조물들은 아우토슈타트 방문객들에게 깊은 첫인상을 안겨준다.


오감만족의 자동차 도시!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
직경 12미터의 철골 구조물로 이루어진 지구 형태의 엑소스피어

피아자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는 곳이 바로 그룹포럼이다. 독일어로 콘체른포럼이라고 불리는 이 장소는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디자인 개념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 아우토베르크(Autowerk)는 자동차의 생산과정을 보여 주는 공간으로, 금형부터 마지막 품질마감까지의 주요 순간을 폭스바겐 산하 각 브랜드의 차종을 통해 선보인다

저명 건축가들의 손길로 빚어진 폭스바겐 파빌리온

아우토슈타트의 파빌리온은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들의 전시관이다. 가운데 호수를 중심으로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북쪽, 남쪽엔 스코다, 세아트, 람보르기니, 프리미엄 클럽 하우스가 있다. 아우디, 포르쉐, 세아트, 스코다, 람보르기니 등의 다양한 브랜드들과 고유의 철학을 반영한 파빌리온은 브랜드 각각의 개성을 보여준다. 특히 저명 건축 스튜디오의 역량이 집약되어 마치 거대한 건축 전시 장소와 같은 인상을 준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포르쉐 파빌리온은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매끈한 석고로 만들어진 외벽과 부드러운 곡선의 지붕은 그 독특한 모양만큼 시선을 끈다. 또한 호스를 향해 부드럽게 떨어지는 지붕의 라인은 포르쉐 911의 시그니처와 같은 리어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포르쉐 파빌리온을 설계한 건축가는, 세계적 건축 스튜디오인 헨을 이끌고 있는 군터 헨이다. 참고로 그의 부친은 뮌헨에 있는 세계적 전구 기업인 오스람의 본사 건물을 설계한 월터 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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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
세계적 건축가 군터 헨이 디자인한 포르쉐 파빌리온

자동차의 역사를 담은 자이트하우스 뮤지엄

파빌리온에서 폭스바겐의 다양한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자이트하우스에선 세계의 자동차 브랜드들과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자이트(Zeit)란 독일어로 시간, 역사 등을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매번 다양한 콘셉트로 클래식 카와 50여개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를 다룬다. 최근의 콘셉트는 현대 미술 작품과 클래식 자동차의 만남으로, 예술과 자동차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각적 접근법을 선보이고 있다.

자이트하우스 뮤지엄의 외관(왼쪽)과 뮤지엄 내 폭스바겐의 주요 차종들(오른쪽)

자동차 기사에서 많이 보던 곳인데? 기네스에 등재된 ‘카타워’

폭스바겐의 자동차를 구입하고 신차를 수령하기 위해 직접 아우토슈타트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편리한 탁송 서비스를 마다하고 고객들이 이곳까지 방문하는 이유는 이곳에서의 출고 과정 자체가 즐거움인 까닭이다. 특히 자신이 구매한 자동차가 속이 보이는 카타워 안에 보관되어 출고를 기다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카타워 한 동에는 총 400대의 자동차가 수용 가능한데다, 2개의 타워에 800여대의 출고차량을 보관할 수 있다.

카타워의 출고 시스템은 완전 자동화와 로봇 시스템을 통해 안전한 출차를 보장한다. 카타워의 중심에 있는 레일에 달린 로봇팔이 고객의 신차를 빠르고 안전하게 타워에서 출차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최첨단 시스템 덕분에 아우토슈타트의 카타워는 2014년 월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주차 시스템으로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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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
폭스바겐의 카타워. 여러 매체의 자동차 기사에서 종종 인용되는 사진이다

카타워에서 출차된 자동차는 고객센터로 이송된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따끈따끈한 신차를 볼 수 있다. 또한 고객센터의 직원으로부터 신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차량을 움직여 볼 수도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다양한 프로그램

아우토슈타트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가족중심의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아우토슈타트 내에는 가족들을 위한 활동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특히 콘체른포럼에서의 체험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자동차의 구조를 직접 확인하고 디자인 작업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해보는 시스템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동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도록 도와준다.

아우토슈타트의 문화공간을 하루만에 모두 즐기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 아우토슈타트 내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5성급의 리츠 칼튼(Ritz-Carlton) 호텔이 있다. 특히 신차 구매고객에게는 리츠 칼튼 호텔 1일 숙박권이 제공된다.

만일 신차를 아우토슈타트에서 수령한다면 아우스파르트(Ausfahrt)라는 기능 체험 공간에서 직원들의 설명과 함께 기본적인 성능테스트가 가능하다. 아우스파르트는 출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외에도 폭스바겐의 대표 SUV인 투아렉을 이용해 다양한 코스를 경험해 보는 올 터레인 트랙’(All Terrain Track)코스는 워터 해저드, 계단, 시소, 브릿지등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코스를 제공함으로써 폭스바겐 차량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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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
아우스파르트 전경

아우토슈타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단순히 차량 판매뿐이 아닌, 자동차와 브랜드 그리고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꿈꾸었다. 그리고 아우토슈타트는 이러한 질문에 내놓은 훌륭한 답변이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꾸준한 발전을 선보이는 아우토슈타트는 앞으로도 자동차 문화를 이끄는 첨단의 체험 공간으로 인기를 누릴 것이다. 독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방문 리스트에 넣어도 후회 없을 명소이기도 하다. 참고로 인근 공항은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의 하노버 공항이다. 인천공항에서 하노버공항까지의 비행 시간은 1회 경유 시 약 13~14시간 정도이다.


김완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