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져 있던 가치, 4세대 싼타페 2.0 2WD

이전 싼타페에서도 유저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엔진은 2.2리터 디젤이었다. 물론 세금은 조금 더 비싸지만, 연비가 상대적으로 약간 더 높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4륜 구동을 선택할 경우 무거운 차체를 견인하는데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2.0리터 디젤 엔진의 존재감은 가려진 측면이 있다. 물론 판매량은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 외의 가치가 주목받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시승을 통해 경험해 본 싼타페의 2.0리터 전륜구동 기종은, 4세대로의 진화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향상된 연비

디젤 엔진은, 현재 상태로만 보면 오염물질 배출 저감과 동력 성능 강화라는 목표 사이에서 기술적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운사이징 과급 엔진은 연비 향상과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했지만, 질소산화물이라는 또 다른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물론 요소수를 활용해 이를 무해화하는 SCR(선택환원촉매) 장치가 상당 수준까지 발전했으나 한계는 있다. 온갖차가 시승해 본 싼타페의 2.0리터(1,995cc) 엔진 역시 마찬가지다. 183hp(186ps, 4,000rpm), 최대 토크 41kgm(1,750~2,750rpm)으로 동력 성능 자체도 이전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점에서 복합 연비를 지난 세대의 동일 파워트레인, 동일 휠 사이즈 차량과 같은 수준인 13.8km/h 수준으로 묶었다. 공차 중량이 전 세대의 같은 사양의 차량 대비 무거워진 1,835kg임에도 이 정도의 연비를 구현한다는 것은 기술적 진보다. 시내 연비가 12.7km/L로 지난 세대보다 0.5km/L 향상됐다. 특히 토크 밴드의 변화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할 때 파워트레인의 협조제어 소프트웨어 세팅이 더욱 정교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제원상에서는 고속 주행 시 연비가 16.5km/L였던 지난 세대 대비 약 1.1km/L 하락했다.

그러나 제원상으로 공인된 복합연비는 일상 주행보다 가혹한 기준으로 측정된다. 이제는 현대자동차의 대부분 차종들도 실제 연비가 복합연비를 넘어선다. 시승 시 정체 시간을 비켜나간 시간대의 주요 고속도로나 간선도로에서 순간 연비는 20km/L를 넘나들었다. 스마트, 컴포트, 에코, 스포츠 4개의 모드 중 에코를 주로 활용하면 순간순간의 연비는 더 우수해진다. 물론 에코 모드는 스로틀 전개와 연료 분사량 제어를 경제성 중심으로 하는 까닭에 추월 가속 등의 재미는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변속 타이밍이 조금 빠른 덕분에, 고속 주행 시 일정 속도 이상에만 올라서면 상대적으로 고단의 기어를 사용하게 되므로, 연비는 제원에서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더 향상될 수 있다.

다이내믹한 성향도 강조한 8단 변속기

앞서 잠시 살펴보았듯, 이 자동차의 연비는 8단 변속기와의 결합과, 파워트레인 전체의 협조제어 소프트웨어가 정교하게 세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연비뿐만 아니라 변속기의 차이로 인한 주행 감각에 대한 단서라 할 수 있다.
 
8단 변속기의 기어비 폭은 1~4단이 넓고 4~5, 7~8단이 좁다. 6단에서 1:1의 기어비를 보이는데, 6단에서 7단으로 갈 때의 폭은 5단에서 6단으로 갈 때의 폭과 비슷하다. 에코나 컴포트 모드를 활용한 일상적인 주행에서 가속 시의 변속 시점은 1,800rpm미만에서 진행되며, 6단에서 7단으로 갈 때는 2,000rpm을 조금 넘는다.

구분
단수
후진
종감속
1
2
3
4
5
6
7
8
DM
4.651
2.831
1.842
1.386
1.000
0.772
 
 
3.393
3.195
TM
4.808
2.901
1.864
1.424
1.219
1.000
0.799
0.648
3.425
3.320

싼타페는 엔진 등급별로 변속기의 기어비가 약간씩 다르다. 위는 3세대 싼타페와 현재 싼타페의 기어비 비교다. 전체 기어비 폭도 넓어졌지만, 가속에서 큰 역할을 하는 저단 기어비 자체가 넓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1의 기어비를 이루는 6단 이전인 4단과 6단의 기어비 폭이 6단 변속기에서의 3단과 5단 폭보다 넓다. 그 사이에 홀수 단이 들어가 있어 가속 시 부하를 살짝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다이내믹한 주행을 고려한 면이 보인다. 이는 세계적인 다단화 변속기 제작 트렌드라 할 수 있으며, 제원 상 고속주행 시의 연비가 6단 변속기를 장착한 이전 세대 대비 낮게 나오는 것도 이러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스포츠모드에서는 각 단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엔진회전수도 높아져, 3,000rpm에서 레드 존에 들어가기 직전인 4,200rpm 정도를 오가며, 5단에서 이미 120km/h에 달한다. 6단만으로도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160km/h를 넘게 된다. 이 이상의 가속은 안전 상의 이유로 쉽지 않았으나, 해외 매체들의 시승 자료를 참고했을 때, 이미 7단에서 190km/h 이상의 속력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륜 구동 차량은 사실 레이아웃면에서 4세대의 첨단적 측면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 2.0리터 디젤 엔진에도 현대자동차의 전자제어식 4륜 구동 시스템인 HTRAC이 적용된 차량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기어비 특성 등을 통해 살펴본 8단 변속기의 다이내믹한 특성은 오히려 공차중량이 가벼운 전륜 구동 차량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HTRAC 적용 기종의 공차중량은 1,900kg에 달한다. 물론 고속 주행 시 마찰력의 효율적 제어로 인한 안정성은 HTRAC를 적용한 차종이 높겠지만, 순발력 있는 가속은 전륜 구동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탄탄한 하체 근력과
개선된 선회 안정성

그러나 전륜 구동 방식은 오히려 선회나 조향, 주행 시 노면 정보의 전달 등의 항목에서, 새로운 싼타페의 섀시가 가진 기본기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레이아웃이었다. HTRAC이 싼타페의 주행감각에 있어 일종의 화장이라면 전륜 구동은 민낯인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4세대 싼타페를 통해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원하는 운전자도 고려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편의 및 안전 기능은 다양한 인테리어 트림이나 부가적 안전 장비로 구현하되, 섀시는 보다 드라이빙의 본질에 적합하게 손봤다는 것이다.

우선, 주행 시 노면으로부터 좌석으로 전달되는 감각은 매우 선명한 편이었다. 싼타페의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에 기본적으로 다중충격 저감 댐퍼가 적용된다. 이 댐퍼는 높이가 낮고 빈도가 높은 요철과 큰 요철, 짧은 반경의 선회와 원심력이 크게 작용하는 구배 구간에서 각각 다르게 감쇠력을 조절하는 댐퍼다. 동승자에게도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제조사의 입장이지만, 실제 동급의 타사 SUV와 비교했을 때 결코 안락감만을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시트 자체가 편안한 편이라 피로감을 느낄 수는 없었으나, 노면에 대해 다소 딱딱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만큼 선회 시 롤링은 적었다. 짧은 급커브 구간보다 고속도로 진출입구와 같은 긴 구배구간에서 주는 외륜 쪽의 지지력은 신뢰감을 주었다. 이는 섀시 자체가 가진 구부러짐이나 비틀림에 대한 강성도 있지만 현대자동차가 자사의 통합 섀시 제어시스템(VSM) 등에서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면이다.

이런 섀시 제어의 특성을 바탕으로 조향 성능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특히 싼타페에는 랙 구동형 파워 스티어링시스템인 R-MDPS가 적용되어 있다. 확실히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이 묵직하고 이질감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산허리에 난 와인딩 도로처럼 짧은 선회 구간이 반복될 때나 고속 주행 시 차선을 바꿀 때는 기대했던 만큼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물론 이는 전륜 구동 차량이라는 점, 그리고 휠베이스가 전 세대 대비 길어진 2,765㎜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은 일상적인 주행에 불편을 끼지는 점은 아니겠지만, 보다 다이내믹한 와인딩을 즐기고 싶다면 HTRAC이 적용된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엔트리급에서도 돋보이는
인테리어의 상향 평준화

2.0리터 디젤 엔진 전륜 구동은 싼타페의 파워트레인 라인업 중 엔트리급이라 할 수 있다. 세금 부담도 적고 가벼운 공차 중량으로 인해 연비도 우수해 경제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인테리어 면에서는 상향평준화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시승으로 만난 차는 2.0터 엔진 등급 중에서도 중간급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에 해당한다. 이 차는 외관상 봤을 때 바로 윗등급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에 적용된 크롬 도금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지 않되, 그 하위 트림인 프리미엄에 없는 크롬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 블랙 유광 필러 가니쉬 등이 적용되어 있다.
 
가죽 시트의 착좌감은 우수한 편이다. 특히 퀼팅으로 처리된 목덜미 부위의 볼륨감은 지지력과 안락감을 동시에 전한다. 나파 가죽처럼 촉감이 부드러운 것은 아니지만 자세를 견고하게 고정시켜주는 감각은 훌륭하다. 넓은 시야와 여유로운 곡선이 돋보이는 크래쉬 패드 역시 인조가죽으로 처리되어 있다. 특히 크래쉬패드에 구현된 스티치와 도어 쪽 송풍구의 꼭지점이 만나는 부분은 시각적인 재미도 부여한다.

두터운 필러로 인한 사각지대 발생을 고려해 좌우측 A필러 끝부분에 보조창도 있다. 앞쪽에서 보는 후미 윈드실드의 시야도 나쁘지 않다. 다만 1세대 대비 후미 측 지상고가 다소 높고 전장 자체가 길기 때문에 후측방 사각이 크다.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를 통한 안전 시스템이 통합된 현대 스마트센스 Ⅰ은 그런 면에서 선택이라기보다 필수에 가까운 사양이라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싼타페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