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퓨처? 그냥 짬뽕? 최초 공개된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디자인

10월 19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7세대 그랜저(GN7)의 공식 명칭을 ‘디 올 뉴 그랜저’로 확정하고 디자인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2016년 11월 6세대 그랜저 시판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세대 교체 모델이죠. 워낙 IG의 페이스리프트가 ‘풀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주다 보니 세대가 헛갈리지만 어쨌든 7세대입니다. 현대차는 디 올 뉴 그랜저가, 1986년 등장한 이후 한국 고급차를 상징이었던 만큼 그 위상을 담아 내는 동시에 한 차원 진화한 모습으로 재탄생된 만큼, 시장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랜저는 IG 페이스리프트에서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 논란이 꽤 컸습니다. 1세대 그랜저의 ‘각’을 최신 심리스 디자인과 수평성으로 해석하고 첨단 사양을 더하는 방식으로 헤리티지와 미래를 연결한다고 하지만 아쉬움이 남을 요소는 큽니다. 

스타리아와 제네시스 G90의 짬뽕?
외관 디자인

디 올 뉴 그랜저의 외장 디자인은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대전환을 표현하는 특별한 디자인 감성과 하이테크적인 디테일을 가미해 완성됐다고 현대차 측은 밝혔습니다. 단번에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간 커뮤니티 등에 공유됐던 예상도대로 일체화된 수평형의 등화류입니다. 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Seamless Horizon Lamp)는 밤과 아침을 가르는 새벽의 경계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고 합니다.  통합형 그릴의 강렬한 인상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자 미래지향성에 대한 그랜저의 방식이라고 현대차는 전합니다. 

측면에서는 헤드램프에서 리어 램프까지 매끈하게 수평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선과 프레임리스 도어,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이 이루는 깨끗한 단면이 돋보입니다. 단정하면서 부드럽고 유기적인 볼륨감으로 차체를 더 길고 웅장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혹자들은 ‘스타리아’의 승용차 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습니다. 

측면 비례 표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엔진 룸과 1열 운전석을 구분하는 카울 포인트의 후방 이동입니다. 플래그십답게 2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과정에서 C 필러가 뒤로 이동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이는 IG의 페이스리프트에서도 보였던 비례 표현인데 이를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는 이런 비율을 통해 1세대 그랜저의 향수를 첨단으로 구현해낸 것이라고 전합니다. 

전 세대 대비 20인치까지 커진 캘리그래피 휠은 고급세단의 핀(fin)타입 휠을 재해석한 모습입니다.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전한다는 게 현대차의 메시지인데 그보다는 고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에 가깝습니다. 회전할 때의 잔상이 멋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후미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90의 후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체형의 리어램프뿐만 아니라 완만한 굴곡의 트렁크 리드 라인, 거기서 좌우 후륜 휠 아치쪽으로 날카롭게 이어지는 사선 라인이 꼭 닮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평할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랜저’니까 인테리어는 인정!

디 올 뉴 그랜저의 인테리어에 대해, 현대차는 일상 속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부드럽고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전 세대를 통틀어, 그랜저의 인테리어는 적어도 디자인 면에서 크게 공격받을 만한 이유는 없습니다. 실내 공간 구현도 압도적이고 편의 기능 면에서도 단연 국가대표 세단이라 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면 응당 갖고 있어야 할 독창성이 다소 약한데 그것을 첨단 기능과 현란한 디스플레이로 메운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 자체의 완성도는 높습니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도어트림과 대시보드의 전면부를 가로지르며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앰비언트 무드램프는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마치 한옥 호텔의 간접 조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도어트림의 패턴 디테일에도 한국적인 느낌이 가미돼 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휠은 1세대 그랜저의 원 스포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조작계를 통합한 형태로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언뜻 레인지로버 계열과 비슷한 디자인이기도 한데, 이 역시 선호도는 조금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올드한 느낌이라 볼 수 도 있고 고급스러우며 레트로하다고 생각되는 요소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어노브가 스티어링휠로 옮겨간 것이 특징입니다. 

기어 노브를 없앤 센터 콘솔은 마치 전기차처럼 여유롭습니다. 여기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공조 계통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전 세대의 배치 구조를 따르되 더 확장된 크기와 기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 뉴 그랜저 인테리어 요소 중  가죽 소재와 리얼 우드, 알루미늄 트림의 조화는 큰 선호도 차이 없이 모두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트의 안락감과 분위기 면에서 그랜저는 동세대 전륜 구동 세단 중 최고를 지향해 왔고 이는 수입 세단에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기능적으로는 시동과 결제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지문 인증시스템, 뒷좌석에는 리클라이닝과 전동식 도어커튼을 적용했습니다. 향후 사전계약이나 출시 시기에 상세한 편의 사양이 추가적으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까지,
파워트레인 다양화

아무래도 파워트레인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못 받는 것이 현대차의 신차 라인업입니다. 세대 교체가 이루어져도 변화나 큰 개선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큽니다. 하지만 이번 그랜저는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대거 교체했습니다. 2.5리터 GDI 가솔린 엔진, 3.5리터 GDI 가솔린 엔진,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3.5리터 LPi 엔진 등 4개의 모델입니다. 현행 차종에서는 2.5리터 가솔린 엔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체됐습니다. 

자세한 출력 사양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아 K8에 장착된 엔진 라인업을 통해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3.5리터 가솔린 엔진은 300ps의 최고 출력과 36.6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합니다. 기존 3.3리터 엔진을 대체하는 것으로,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3.5리터 LPI 엔진은 240ps의 최고 출력과 32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합니다. 

기존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2.4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는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가 적용됩니다. 엔진 최고 출력은 180ps, 구동 모터 최고 출력은 44.2kW(60ps)이며 하이브리드 전용의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됩니다. 동력 성능과 연비 면에서는 월등해지겠지만, 다소 보수적인 그랜저 고객들이 이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한편 현대차는 기존 그랜저 모델을 계약하고 대기중인 고객 중 신형 그랜저 구입을 희망하는 고객에게 디 올 뉴 그랜저를 우선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차량 수급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이는 향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상판매 방식을 흉내낸 꼼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칫 다음 달 야심차게 론칭하는 디 올 뉴 그랜저에 흠집이 될 수도 있는 마케팅인데, 브랜드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저는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관심사는 11월 출시 시 초도 계약 고객 수 국내 신기록이 다시 세워질 것이냐 하는 점 정도일 것입니다. 최근 기록은 아이오닉 6가 9월 사전 계약 당시 기록한 3만 7,000대였습니다. 논란이 있어도 살 사람은 사는 차, 그게 그랜저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