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와 관련된 기술은 이미 다양한 영역에 들어와 있다. 프린터와 같은 사무용 기구부터 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적용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최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레이저 테크놀로지는 점차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레이저 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시초부터 원리까지, 레이저의 모든 것
스타워즈 같은 SF영화를 보면 레이저를 이용한 무기가 등장한다. 섬광에 고온의 열과 에너지가 집약되어야 가능한 이와 같은 장면은, 레이저의 어원을 알면 납득할 수 있다. 통상 한 단어인 것 같지만 레이저(LASER)는 복사의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약어이다.
레이저 기술의 이론적 시초로 알려진 것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유도방출 이론이다. 원자가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면 핵 주변 전자의 에너지가 높아지는 일명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된다. 이 들뜬 상태의 원자는 에너지가 강해 불완전한 상태가 되는데 안전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빛을 낸다. 이를 ‘자연 방출’이라 한다. 하지만 자연방출의 빛은 잘 퍼지고 멀리가지 못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 동일한 파장의 빛과 충돌하면 진행방향이 일정한 빛을 방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유도 방출이다. 간략히 설명하면 퍼지는 빛을 일정 방향으로 진행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리로 자연히 레이저는 일정 방향으로 직진하는 속성을 갖게 된다.
아이슈타인의 유도방출 이론에 기초하여 레이저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기술적 성과를 보인 이는 미국의 물리학자인 찰스 타운스이다. 그는 1939년 2차세계대전 당시 강력한 레이더의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파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마이크로파를 잘 흡수하고 파장에 따라 상호작용이 뛰어난 암모니아를 이용해 마이크로파 증폭 기능을 갖춘 메이저(MASER)을 개발했다. 레이저는 빛 에너지에 이 메이저의 증폭 기술을 활용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1960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시어도어 메이먼은 루비를 이용한 최초의 레이저를 개발한다.
레이저가 가진 특징으로는 단색성, 간섭성, 지향성이 있다. 단색인 이유는 파장이 단일한 까닭인데, 이 덕분에 특정 물체에만 반응한다. 암 치료에 레이저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성질 때문이다. 또한 간섭성이 매우 크다. 간섭성이 크다는 의미는 빛 속의 원자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지향성이란 빛이 퍼지지 않고 일정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빛보다 세기가 강하고 멀리 나아간다. 이러한 레이저는 자동차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등화류 그리고 ADAS(지능형 운전자보조 시스템)의 작동을 위한 센서 등 자동차의 다양한 방면에 적용되고 있다.
레이저 기술, 자동차의 눈을 밝히다
과거 마차의 호롱불을 시작으로 자동차의 앞길을 밝혀주는 등화류 장치는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LED의 다음 단계로 각광받는 분야가 바로 레이저 등화류이다. LED보다 뛰어난 광량과 조사거리를 가진 레이저 라이트는 이미 몇몇 자동차 제조사의 차종을 통해 상용화되었다.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적용한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로는 BMW를 꼽을 수 있다. BMW는 등화류 장치 개발에 있어 선구적인 모습을 보여 온 브랜드답게, 자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i8을 출시하며 세계 최초의 레이저 라이트를 선보였다.
BMW와 세계적인 조명 제조사인 오스람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레이저 라이트는 2011년 9월 i8의 콘셉트 카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레이저 다이오드에서 발산되는 빛은 특수렌즈의 반사판을 통해 투과되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레이저는 일반적인 광원보다 10배 더 밝다. 또한 최대 조사거리도 600미터에 달한다.
레이저 라이트의 뛰어난 성능은 차세대 등화류 장치로 주목 받았지만 아직 높은 제작 단가로 인해 고가 차종의 선택 사양으로만 적용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다양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가벼운 자동차를 완성하는 레이저 용접
자동차의 연비가 판매에 핵심요소로 떠오르며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차체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많은 연구 및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제조사의 특정 기종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대부분 섀시 제작에 알루미늄을 사용하는데, 이 알루미늄 용접에 사용되는 것이 레이저 용접이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2018년 3월 레이저 용접을 통해 알루미늄 자동차 도어를 생산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이때 사용되는 레이저 용접 기술은 레이저가 가진 가간섭성(파장이 같은 사인파의 집합 상태)과 지향성으로 집광능력이 우수하다. 이로 인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게 되고 그 열로 용접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높은 에너지 밀도는 알루미늄에 잘 흡수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용접 기술은 섀시 제작 시 스틸 대신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의 적용범위를 확장할 수 있게 한다. 알루미늄은 같은 부피의 스틸에 비해 1/3 수준의 가벼운 무게와 이를 통한 연비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이와 같은 경량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100㎏당 약 9g/㎞에 달한다.
자율 주행차의 오감, 라이더
최근 자율주행차 연구의 진척과 함께 가장 각광받는 것이 센서 기술이다. 특히 이 중심에는 라이더(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가 있다. 라이더는 레이저 레이더와도 같은 의미로, 현재 자율주행차 센서를 재정의할 기술로 꼽힌다. 라이더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전방충돌 방지 등 자율 주행 및 첨단 운전 보조 장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센서로 활용되고 있다.
레이더의 원리는 발산하는 전자기파 혹은 고주파가 물체에 부딪힌 후 돌아오는 시간에 따라 물체의 위치와 거리 등을 파악한다. 여기에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의 특성을 이용한 라이더는 주변 환경을 섬세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기존 전자기파 레이더에 비해 우수하다.
특히, 포드가 투자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아르고 AI는 라이더 개발 기업인 프린스턴 라이트웨이브를 인수하며 라이더 개발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드는 도시의 주요 교통 수단, 안전 시스템과 연계하는 스마트 시티에서도 라이더 기능을 중점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2016년 LA에서 진행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실험을 통해 라이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아이오닉에는 전방 3군데의 지점에 라이더 센서를 배치해 전방 사물과의 거리 지형 지물 분석 등을 구현했고, 이를 통해 해당 자율주행차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물론 라이더 기술 역시 한계는 있다. 지형지물 중 반사가 강한 물체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레이저와 전자파 기반 레이더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는 주택 다음으로 가치가 높은 재화다. 그만큼 한 시대의 기술과 자본이 집약되며, 그 시대의 첨단을 지향한다. 레이저는 자동차의 제작 방식뿐만 아니라, 다른 미래적 기술의 활용에도 큰 영향을 미쳐 왔다. 레이저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은 아직 모두 밝혀진 것이 아닌 만큼 자동차 테크놀로지에 있어서도 그만큼 미개척 영역이 남아 있다. 특히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터쇼 대신 북미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 등 IT 기술 전시회를 통해 신차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새로운 레이저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의 등장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글
김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