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준으로 볼보 SUV 라인업의 막내인 XC40이 국내 시장에 공식 데뷔했다. 볼보코리아 측은 6월 26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라호텔에서 성대한 런칭 이벤트를 진행하며 최근 수 년 사이의 선전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볼보의 SUV 라인업 중 XC60이 2018 북미 올해의 차, XC40이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 자동차의 주요 특징 및 런칭 이벤트 현장 분위기 그리고 국내 시장에서 겨루어야 할 ‘적수’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본다.
평범한 막내임을 거부하는
외관 디자인
볼보는 XC40의 생산을 위해 소형차 전용 모듈 플랫폼인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최초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세그먼트 자체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구현했다. 그런 만큼 디자인 면에서도 60 및 90 클러스터와는 다른 독보적인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미 지난 해 하반기 XC60의 출시 당시, 볼보의 디자인을 총괄했던 이정현 디자이너도 “같은 장르에서 크기만 다르게 하는 패밀리 룩은 지양한다”고 밝힌 바 있었다.
우선 측면에는 A필러 하단부터 시작해 C필러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하나로 간결하게 처리했다. 또한 극단적으로 짧은 전후 오버행과 펜더가 스포티한 인상을 구현한다. XC40의 전장은 4,425㎜로 일반적인 콤팩트 SUV 수준이지만 휠베이스는 2,702㎜에 달한다. 이는 풀체인지 이전의 싼타페보다도 2㎜ 긴 수준이다. 여기에 대담한 펜더와 도어 하단부의 볼륨감은 전체적으로 이 자동차를 옹골찬 근육질로 보이게 한다.
전면 디자인에서는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주간주행등의 바깥쪽 디자인을 Y자에 가깝도록 예리하게 구현했다. 또한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언 마크가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로 보다 터프한 인상을 강조한다. 이는 상위 기종인 XC60, XC90과는 차별되는 독특한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XC40은 모멘텀, 인스크립션, R 디자인 등 3개의 트림으로 나뉘는데 외관 디자인 역시 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우선 디자인적 변주를 가미한 R 디자인은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미러캡 및 사이드 윈도, 루프레일 등에 고광택의 블랙 소재를 사용해 강인하고도 세련된 분위기를 구현했다. 현장 무대에서 브랜드 앰버서더인 배우 정해인이 함께 포즈를 취한 트림도 R 디자인이다.
최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은 인스크립션 그릴과 브라이트 데코 사이드 윈도 그리고 밝은 색상의 고광택 루프레일을 적용했다. 그리고 C 필러에 ‘인스크립션’이라는 영문 표기를 구현해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특히 메탈릭 컬러 도료의 반사와 어우러져 최상위 트림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듀얼 인티그레이티드(통합형) 배기 파이프는 R 디자인과 공통으로 적용된다.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
볼보코리아는 국내에 데뷔하는 XC40를 가리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미니멀리스트라는 마케팅 문구를 내세웠다. 이는 자동차의 사이즈와 성격, 디자인 등 모든 면을 아우르는 문구라 할 수 있다. 볼보는 XC40에 60및 90클러스터에 적용된 최신 안전 및 편의 기술을 대거 채택해 프리미엄 SUV로서의 가치도 구현하고자 했다.
긴 휠베이스로 인한 넉넉한 레그룸, 폴딩을 통해 최대 1,336리터까지 구현 가능한 적재 공간은 XC40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또한 캐빈 공간의 경우 시각적 정돈성을 높이는 디자인 요소가 적용되어 공간은 더욱 넓어 보인다. 1열의 경우 전자식 기어레버를 채택하고, 스피커 위치 역시 도어가 아닌 엔진룸과 캐빈 공간 사이에 두어 각 부분에 충분한 수납 공간을 구현했다. 이렇게 절약한 공간을 통해, 센터 콘솔에는 한국 유저들이 특히 선호하는 무선 충전 패드를 적용했다. 또한 글로브 박스에 접이식 고리를 설치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이 수납 공간에 적재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및 팬시 상품을 두어 눈길을 끌었다.
기어레버의 경우 최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에 2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스웨덴 명품 유리 제조사 오레포스의 크리스탈 글래스로 제작된 기어 레버가 적용되었다. 또한 인스크립션의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우퍼, 서브 우퍼 포함 총 13개의 하만 카돈 스피커가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전 트림 모두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으로 마감된 금속 트림을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이는 XC60 및 XC90과도 차별화되는 시도다.
편의 및 안전 기능과 최근 자동차에 있어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주행보조 시스템(ADAS) 역시 전 트림에 고루 적용되어 있다. 충돌 회피 지원 기능,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긴급 제동 시스템 시티 세이프, 도로 이탈 사고 시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는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반자율주행 기능 파일럿 어시스트 Ⅱ 등이 적용된 인텔리 세이프가 전 트림에 적용된다. 또한 주차 보조 시스템인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도 모멘텀, R 디자인, 인스크립션 모든 트림에 적용된다.
XC40의 동력 성능
그리고 경쟁자들
XC40에 장착된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은 2.0리터(1,969cc)의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시스템이다. 엔진은 최고 출력 187hp(190ps, 4,700rpm), 최대 토크 30.6kg∙m(1,400~4,000rp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구동방식은 전 트림 모두 4륜 구동이다. 복합 연비는 10.3km/L(도심 9.2, 고속 12.2) 수준을 보인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4링크로, 새로운 플랫폼인 CMA를 통해 기존과 차별화된 주행 감각을 구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면모를 보이면서 볼보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 및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XC60와 XC90의 성공도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XC40이 마냥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렵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비교적 경쟁자가 적었던 콤팩트 SUV 분야는 지금 군웅할거 시대를 맞이했다.
우선 이 분야 최강자였던 티구안이 더 커진 덩치로 돌아왔다. 휠베이스는 볼보보다 약 40㎜ 짧지만 전장이 전체적으로 더 긴 렉서스 NX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전장 4,440㎜, 휠베이스 2,700㎜로 체급이 거의 비슷하고, 전륜 구동과 4륜 구동을 두어 선택의 폭을 넓힌 메르세데스 벤츠 GLA는 거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다. 경쟁자 리스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BMW의 X2를 비롯해 체급은 조금 다르지만 현대자동차의 투싼페이스리프트까지 국내 출시 예정 차종들도 만만치 않다.
결국 볼보 XC40의 승부수는 XC60과 XC90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 수입 SUV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디자인적 차별성, 안전이라는 브랜드의 전통을 얼마나 잘 전달하고, 또 이를 통해 유저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 시장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승부는 또 다른 문제다. 브랜드 가치의 유지와 관련해 판매 물량을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점도, 희소성과 대기에 대한 피로가 만나는 임계점이 있을 것이다. 볼보는 이제 더 이상 ‘살 사람은 사는’ 브랜드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XC40의 출시를 축하하는 한편 이로 인한 콤팩트 SUV 시장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하반기 자동차 시장의 흥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글
한명륜 기자
사진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