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2023년은 혼다의 ‘골든 사이클’, 인기 차종 대거 풀체인지

혼다가 주력 차종들의 풀체인지 모델을 속속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CR-V 6세대는 9월부터 미국 생산이 시작됐고, 파일럿 역시 트레일스포트(Trailsport)’라는 스페셜 트림을 미국 내 레블 랠리에서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에는 11세대의 어코드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특히 어코드와 CR-V는 2023년 상반기 한국 시장 도입 가능성도 높습니다. 어느 정도 잡혔다지만 언제 요동칠지 모르는 유가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므로 두 차종 모두 들어온다면 하이브리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각 세그먼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들을 중심으로 한 2023년 혼다의 신차 라인업을 간략히 프리뷰해봤습니다. 

 

6세대 CR-V 하이브리드
효율과 재미 더할 4세대 2모터 시스템

동급 차종 중 글로벌 시장에서 최다 누적 판매량을 기록 중인 SUV이자, 시빅, 어코드와 함께 북미에서 변하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는 CR-V. 2019년부터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적용을 통해 더욱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동급 차종에서 인테리어가 약간 올드하다는 평이 있지만 물리 버튼을 잘 살려 오히려 조작이 직관적이라는 점을 선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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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만 보면 차체 크기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휠베이스는 40㎜ 증가한 2,700㎜, 전장도 33㎜ 늘어난 4,693㎜ 수준입니다. 전폭은 11㎜ 늘어난 1,866㎜입니다. 심지어 전고는 4륜 구동 차종의 경우 현행보다 1㎜ 낮아진 1,689㎜입니다. 오로지 디자인과 비례감을 통해서만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데 충실했습니다. 컴팩트 사이즈 SUV를 미드 사이즈 턱 밑에 가도록 키우기보다 각 차급별로 존재감을 확실히 주는 게 낫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대신 그런만큼 공차 중량 증가도 최소화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올 확률이 높은 최상위 트림 스포츠 투어링은 현행 CR-V 하이브리드의 국내 시판 모델보다 70kg 무거운 1,780kg입니다.

연비는 미국환경청(EPA) 기준으로 15.7km/L(도심 17, 고속 14.5km/L)입니다. 연비 역시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국내 인증 시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시판 현행 모델은 복합 연비가 14.5km/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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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모터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의 4세대 적용으로, 주행 질감과 퍼포먼스 면에서는 변화가 있습니다.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은 기존 215ps에서 206.8ps(204hp)로 조금 낮아졌지만 2모터의 출력 발휘 범위가 기존 6,000rpm에서 8,000rpm으로 높아졌습니다. 혼다의 i-MMD 기존 버전도 고속 영역에서 모터 역할 범위가 다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대비 넓은 편이지만 그러한 면모를 더욱 강화해 효율과 재미를 제고하겠다는 계산입니다.

또한 새로운 i-MMD 시스템은 기존 하나였던 록-업 클러치(lock-up clutch)를 저속과 고속 영역으로 분리했습니다. 특히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최대 토크가 소폭 증가한 19kg·m로 이러한 조건을 활용해 저속에서의 발진 및 오프로더다운 견인력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도심 등 서행 구간에서 빠르게 최대 토크를 올린 후 모터에 의한 주행 및 관성 주행으로 넘어가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도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 한편 고속에서도 꾸준히 밀도 있는 토크를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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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국내 성공 여부는 가격이겠죠. 최상위 트림인 하이브리드 스포츠 투어링이 3만 9,845달러로 비싼 편이라곤 할 수 없는데, 현재 달러가 너무 올라버린 게 문제입니다. 이 환율을 적용하면 5,600만 원이 됩니다. 물론 이는 다른 브랜드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11세대 어코드
단정·깔끔·중후

10세대 어코드는 1,450㎜의 낮은 전고와 날카로운 디자인으로 0.29Cd의 항력계수를 자랑합니다. 오너들은 실연비 인증하기 바쁜데, 타 보지 않은 사람들은 거짓말이라고 할 정도의 연비가 나옵니다. 저도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할 때는 도심이든 간선도로든 복합 25km/h 미만으로 떨어뜨려본 기억이 드뭅니다.

어코드도 골수 팬들이 있는 차입니다. 하지만 9세대 이전 어코드를 타셨던 분들 중, 10세대 어코드의 디자인이 너무 샤프한 나머지 품위가 부족해보인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9세대 어코드는 확실히 묵직함이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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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만 공개된 11세대 어코드는 10세대의 단정함과 깔끔함에 9세대까지 느낄 수 있었던 중후함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시빅의 헤드램프 디자인을 확장한 것이긴 하지만 10세대 어코드 특유의 칼 같은 선보다  차분하고 수평성을 중심으로한 윤곽 그러면서도 알맞은 볼륨감이 돋보입니다. 특히 리어 램프에는 무조건 일체형을 갖다 넣고 보는 최근의 디자인과 달리 엠블럼 주위에서 한 번 끊어주는 절제미가 적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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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실내에서는 12.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패널이 돋보입니다. 사실 현행 혼다 즉 10세대 어코드와 5세대 CR-V의 경우 비슷한 차급임에도 인테리어의 통일감이 없고 버튼 위치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브랜딩이 진심인 혼다인데 이런 점은 조금 아쉬웠죠. 그러나 6세대 CR-V의 인테리어를 기준으로 노출된 11세대 어코드의 인테리어 이미지를 보니 확실히 현재보다는 브랜딩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통일감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동 상태를 보여 주는 파워플로우 그래픽에 입체감이 더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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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이미 하이브리드의 지속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CR-V 하이브리드의 4세대 i-MMD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아무래도 공차 중량이 가벼운만큼 연비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율 좋아진 거인
4세대 파일럿

6세대 CR-V와 마찬가지로 파일럿 역시 보닛 비율과 프론트 윈드실드 각 등 디자인적 요소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전면 그릴 역시 CR-V와 비슷한 형태인데 이를 확장해 브랜드 내에서의 통일감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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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만을 위한 랠리인 레블 랠리에 투입된 혼다 파일럿 트레일스포트

혼다는 북미에서 여성들만 참가하는 랠리인 ‘레블 랠리(Rebelle Rally)’에 혼다 생산시설의 담당자와 R&D 센터의 연구원을 함께 내보내고 있습니다. 연구자와 엔지니어의 경험을 중시하는 혼다의 경영철학이자 혼다 소이치로의 정신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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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의 파일럿은 디자인 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행 모델의 경우 전면 디자인은 심플하고 승용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후미 디자인의 처리가 다소 애매했습니다. 확 눈에 띄거나 기억에 남지 않았죠. 그러나 이번 파일럿의 디자인은 앞뒤 모두 탄탄한 긴장감을 자랑합니다. 전면에는 볼륨감 있는 6각형의 그릴과 헤드라인 아래쪽, 범퍼부의 입체 표현, 후미에는 수평형의 블랙 틴티드 글래스 및 그 위로 지나가는 ‘PILOT’ 레터링, 그 아래의 볼륨 표현 등이 모두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선은 들뜨지 않고 방향성을 이루며 판형의 절곡면은 정확합니다. 기하학적인 역동성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일까요? 특히 전며과 후면에서 봤을 때, 측면부 볼륨이 다소 강해 ‘가분수’같은 면모도 있었던 현재의 파일럿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아직은 파워트레인 면에서 새로운 정보는 없습니다. V6 3.5리터 i-VTEC 엔진이 지속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4륜 구동을 전제로 하되, 변속기는 현재 오딧세이와 동일한 10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9단 자동변속기도 부드러웠지만, 오딧세이에는 적용된 LSF(Low Speed Following, 저속 추종 시스템)를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20km/h  이하에서의 자동감응식 정속주행+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기능으로 정체 구간에서도 브레이크 조작이 거의 필요 없는 기능이죠. 기존 파일럿은 30km/h 이하에서는 자동감응식 정속 주행 시스템이 꺼졌으며, 재작동을 30km/h 이상의 가속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엔진과 변속기의 감각이 부드럽다 보니 장거리 주행이나 밀릴 때도 크게 피로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간사함이라는 게, 편리함을 안 이상 포기할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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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출시는 아니지만 GM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을 사용한 BEV SUV인 프롤로그도 2023년 내 주요 모터쇼 중 한 곳을 통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1월보다는 하반기의 모터쇼를 통해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큐라의 프리시전처럼 8월의 몬테레이 카위크를 통해 선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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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혼다는 2021년 인터브랜드 선정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 랭킹에서 전년도 대비 5계단 미끄러진 25위에 머물렀습니다.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는 토요타가 가장 높은 순위인 7위이며, 혼다 바로 위의 자동차 브랜드는 14위의 테슬라입니다. 혼다 바로 아래의 자동차 브랜드는 35위의 현대이며, 전체 순위에서 혼다 바로 위는 J.P. 모건, 바로 아래가 유튜브입니다. 자동차 브랜드로 최하위는 98위의 랜드로버입니다만, 이 순위 자체가 말 그대로 베스트 100이니까, 여기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죠.

혼다는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변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미베 토시히로 CEO는 ‘혼다다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첨단의 기업들과 손잡고 미래를 향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LG 에너지솔루션, 소니 등과의 협업을 통한 100년 지속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혼다의 살아 있는 유산들인 CR-V와 어코드, 파일럿이 혼다의 브랜드력을 다시 20위 위로 밀어올려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글 /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