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엔진은 탁월한 최대 토크에 기반한 주행의 재미와 견인력, 획기적인 연비를 구현해 왔다. 그러나 배기가스 내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지며 다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질소산화물에 대해서는 요소수 기반의 선택적 환원촉매방식(이하 ‘SCR’)을 통해 대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이러한 디젤 엔진의 자존심인 SCR 시스템의 주연은 다름아닌 요소수다.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 엔진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며 이제는 비교적 친근해진 요소수,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엇을 넣는 주입구인고?
한국 시장에서 SCR 장치는 2014년 9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수입차를 중심으로는 SCR 장치를 적용한 디젤 엔진 자동차의 사례가 조금씩 알려졌다. 2012년 당시 출시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M 클래스의 ML 250 블루텍을 비롯한 주요 유럽 제조사의 자동차들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유로6 대응을 앞두고 공차 중량의 증가와 설계의 복잡성 등을 이유로 SCR 시스템을 기피한 제조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질소산화물 무해화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이었던 LNT(촉매 흡장 후 연소) 방식은 백금 촉매의 비용 및 기대 이하의 무해화 효과로 도태되었다. 여기에 PSA 그룹 등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SCR 장치를 장착하고도 연비 등에서 큰 손해가 없는 신차를 내놓고 있다.
2016년 무렵부터 선보인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디젤 엔진 신차들도 유로6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요소수 기반의 SCR 장치를 적용하게 되면서 점점 인지도를 확장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산 대형 승용차 라인업에까지 SCR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SCR이 나름대로 안정 궤도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질소산화물,
왜 잡아야 하나
질소산화물은 아산화질소(N2O), 일산화질소(NO), 이산화질소(NO2) 등을 아우르는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을 가리킨다. 특히 일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가 공해 피해에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천식과 피부질환 및 안질환을 일으키는데, 1970년대 일본 요코하마 공업단지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이 이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유명하다. 또한 질소산화물은 물이나 대기 중의 먼지 성분 등과 결합하기 쉽다. 따라서 미세먼지 피해 정도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사실, 질소와 산소는 상온과 일반적인 기압 상태에서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온 고압 조건인 엔진의 연소실에서는 쉽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1:14~1:16.5에 이르는 압축비를 통해 압축 착화하는 디젤 엔진은, 구조적으로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연비를 높이기 위한 과급도 질소산화물 발생량을 증가시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SCR은 통상 배기 레이아웃에서 탈질소산화물(DeNOx) 촉매를 통해 한 번 걸러낸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이 요소수는 열에 의해 증발하며 암모니아 기체로 바뀌어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질소와 산소를 각각 무해한 질소(N2)와 물로 무해화한다.
대세가 된 SCR과 요소수
물론 SCR 이전에도 질소산화물 무해화 기술은 존재했다. 바로 EGR(Emission Gas Recirculation,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이다. 이는 배기가스 일부를 식힌 다음 연소실로 보내, 배기가스 내의 이산화탄소와 질소, 수분(H2O) 등을 활용해 산소와 질소의 반응을 사전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EGR 반응으로 인한 이물질의 축적은 태생적인 한계였다. 따라서 대형 트럭 제조사들은 최근 1~2년 사이, EGR 대신 차세대 엔진에 SCR을 적용해 선보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생소해했지만, 현재 국내에 출시되는 주요 디젤 엔진 차종들이 모두 SCR 방식으로 유로6 규제를 충족시키면서 요소수는 훨씬 친숙해졌다. 물론 여기에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국내 화학 기업들의 요소수 생산 능력이 뒷받침된 덕분도 있다. 예컨대 국내 요소수 시장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요소수인 유록스가 대표적이다. 유록스는 52년간 비료 및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요소를 제조해 온 롯데 정밀화학의 자동차 전용 요소수 브랜드이다. 롯데 정밀화학의 전신은 1960년대 한국 중공업을 이끌었던 최고 비료 기업인만큼, 기술적 입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소수의 품질,
아무 제품이나 괜찮을까?
운전자 입장에서 SCR 시스템의 대세화가 다행인 점은 요소수의 비용이 크게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주행거리 5~6,000km마다 한 번씩 충전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10리터짜리 한 통의 가격이 약 10,000~11,000원이므로 1년에 1만 2,000km를 주행한다고 해도 2만원 수준이다.
사실 요소수는 그 제조법이 간단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론상으로는 농도 32.5%, 어는 점 -11℃만맞추면 된다. 그러나 정밀하게 설계된 SCR 장치는 관리 면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물의 상태라든가, 원료가 되는 요소의 상태 불량으로 인한 착염 등은 SCR 장치 고장의 원인이 된다. 실제 트럭처럼 요소수의 사용량이 많은 경우, 품질이 좋지 못한 요소수를 사용했을 때 착염 정도가 심해져 SCR 장치를 교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비용이 6~7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몇 만 원 정도를 아끼려다가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요소수의 법적 품질 규제치 중 철(Fe), 구리(Cu) 등의 요소수내 불순물 금속이온의 총함량은 3.8ppm 이하여야 하며, 독일 자동차공업협회가 지정하는 애드블루(Ad-Blue)가 국제적인 품질 인증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내 제조사 중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있는 제조사들은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는 요소수를 생산하고 있다.
그 중 유록스는 물과 원료에서부터 엄격한 품질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 역시 전자장비 오작동 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극초순수(H2O 상태)를 사용하며 요소의 품질 역시 일본산의 안정적이고 균질한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용기 주입 과정에서 들어갈 수 있는 이물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롯데정밀화학 공장 내에서 PET 병을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대형 트럭 운전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유록스의 포장 상태에 대한 신뢰로, 주유소에 설치된 주입기 대신 무거운 포장 용기 상태의 유록스만을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디젤 엔진은 갈수록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효과적인 무해화 기술을 적용한 유로6 기준의 디젤 엔진자동차가 노후한 가솔린 엔진보다 깨끗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실제로 디젤 엔진 자동차는 동급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적은 편이다. 정교한 SCR 시스템과 균일하고 정제된 품질의 요소수를 사용한다면 디젤 엔진의 시계는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