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기 때문이다. 격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면, 그것은 그 차를 원하는 유저들의 니즈가 힘이 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의 SUV 모하비는 비슷한 체급에서도 천연기념물처럼 희소해진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SUV다. 그러나 보호받아야 할 유약함이 아니라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육식동물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살아남은 모하비의 생명력에 대해 살펴본다.
독보적인 영역의 국산 바디 온 프레임 SUV
모하비는 전장 4,930㎜, 휠베이스 2,895㎜, 전폭 1,915㎜의 대형 SUV다. 팰리세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국산 승용 SUV 중에서는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했다. 물론 팰리세이드에 비해서도 그 사이즈가 작은편은 아니다. 휠베이스는 불과 5㎜ 짧을 뿐이며, 전장도 45㎜의 차이를 보일 뿐이다.
여기에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SUV로 한정하면 국산차로서는 최대의 사이즈를 자랑한다. 바디 온 프레임과 모노코크의 장점을 결합한 포드 익스플로러의 전장(4,902㎜) 및 휠베이스(2,890㎜)보다도 길다.
파워트레인 레이아웃 역시 국산차로서는 드문 세로배치 엔진의 후륜 기반 4륜 구동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구동륜과 조향륜의 하중 분산은 상대적으로 조향 성능의 구현에 유리하다. 장르적 특성상 주 수요자들은 산길 등 선회 구간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 링크 방식으로, 조향 안정성과 험로 주파력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다.
현재 장착되고 있는 엔진은 최고 출력 256hp(260ps, 3,800rpm), 최대 토크 57.1kg∙m(1,500~3,000rpm)의 p3.0리터(2,959cc)의 S2 디젤 엔진이 적용된다. 강화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는 엔진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다. 모하비는 2016년 2월, 8년만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모하비부터 유로6를 충족해 왔다.
변속기는 8단이다. 모하비에는 이미 2011년형부터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어 오고 있던 만큼 파워트레인의 조화는 안정적이다. 공차중량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국산 SUV 중 동력성능과 무게의 비율 면에서 경쟁 차종인 쌍용 G4 렉스턴보다 우위에 있다. 물론 각 차종의 고유한 특성이 있으므로 절대적 우열을 논할 수는 없지만 견인력 면에서는 동력 성능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이 덕분에 4륜 구동 기준으로 렉스턴보다 공차중량이 100kg 이상 무거움에도 복합 연비 차이는 0.5km/L 정도인 9.6km/L이다.
2018년 10월 출시된 2019년형 모하비부터는 중간 트림인 VIP 트림부터 상시 4륜 구동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선택하면 다이얼식으로 조작하는 험로 주파형 4륜 하이∙로우 기어도 함께 적용된다.
사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형성되고는 있지만 그 SUV들은 상당수가 승용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주요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사가 보유한 스포츠카의 DNA를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통 오프로더의 길을 지향하는 브랜드는 랜드로버나 지프 정도인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바디 온 프레임 차량으로서 모하비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확실한 수요층에 부응하는
인테리어 및 편의기능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실내외 디자인이나 편의기능 면에서 ‘더 젊게’를 외친다. 그러나 한편으로 헤리티지를 가진 고부가가치 차종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를 선택하는 이들의 연령층은 50대에 육박한다. 최고급 트림인 프레지던트의 기본가격이 4,815만 원이니 국산차 중에서는 고급차로 분류되는 까닭도 있다.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중장년층들이 낚시를 포함해 비용이 많이 드는 아웃도어 레저용 차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형부터는 기아자동차의 주요 세단에 적용되는 고급 편의사양들도 확충되었다. 특히 운전석의 경우, 운전석 메모리 시스템과 전동식 틸트 및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 운전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프레지던트 트림에는 기본으로, VIP 트림에서는 49만 원의 선택 사양으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퀼팅 기법의 나파 가죽 시트가 적용되었다. 퀼팅 기법의 장점은 가죽 겉면에 볼륨감을 구현해, 이것이 닿는 신체 부분의 안락감과 통기성을 우수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감성적 만족도에 기여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드 그레인이 두드러진 스티어링 휠과 센터콘솔의 인테리어 요소 역시 주 수요층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모하비는 지난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연평균 9,200대 이상의 꾸준한 판매고를 기록해 왔다. 특히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2016년 이후에는 꾸준히 1만 2,000대 이상을 판매했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 맞는 ADAS(운전자 보조 기능)도 적용했다.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선택하면 전방충돌경고, 차로 이탈 경고 및 하이빔 보조 기능 등의 기능이 적용된다. 플래그십 세단인 2세대 K9처럼 최첨단의 드라이브 와이즈 사양은 아니지만, 주요 주행 환경을 고려한 합리적인 안전 시스템 세팅으로 볼 수 있다.
모하비는 한국 완성차 제조사와 애프터마켓 산업 간의 긴밀한 가교가 되는 차량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물론 완성차 제조사는 차량의 적정 성능을 테스트해 내놓지만, 운전자의 주 사용 영역, 특히 험로 주행 등에 관해서는 운행 중에도 보완할 점이 생기는 까닭이다. 특히 서스펜션이나 차체 하부 그리고 다양한 험로 주행 조건에 부합하는 애프터마켓 제품들은 모하비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들이다. 유저들이 애프터마켓을 통해 장착하는 사양들은 완성차 제조사가 다음 차종을 개발하는 데 있어 참고 사항이 된다. 예컨대 모하비의 기본 트림에 장착되고 있는 고성능 댐퍼도 유저들의 요구가 반영된 사양이라 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자동차 신기술은 발달하지만 상당수의 자동차가 획일화되어간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까다로워지는 규제와,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추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트렌드 변화다. 그런 트렌드 속에서도 소수의 확실한 개성을 갖고 그 자리를 지키는 자동차가 있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의 입장에서나 자동차 문화의 다양화를 위해도 반가운 일이다. 바디 온 프레임의 몇 남지 않은 강력한 경쟁 속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지켜갈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