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시작된 SUV 열풍은 고성능화를 통해 더욱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다. 주요 고성능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고성능 SUV까지 쏟아내는 판국이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시판 중이거나, 출시 가능성이 높은 슈퍼 SUV들을 소개한다.
슈퍼카 제조사의 슈퍼 SUV 끝판왕, 람보르기니 우루스
우루스는 슈퍼 SUV의 끝판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전면부의 날렵한 헤드램프, Y자형 LED DRL과 리어램프는 람보르기니의 피가 섞여 있음을 암시하고, 과격한 펜더와 쿼드팁 머플러, 최대 23인치의 휠, 피렐리의 피제로 코르사 타이어,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는 평범한 SUV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실내도 람보르기니답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커버로 덮여 있는 스타트 버튼, 코르사 주행모드, 가운데에 큼지막한 변속 단수가 위치한 클러스터, 동승석 대시보드에 써있는 ‘Lamborghini’ 레터링 등은 아벤타도르의 실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람보르기니의 시그니처적 요소들이다. 물론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우디 Q8의 흔적을 완벽히 지우지는 못했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과 일부 레버, 듀얼 모니터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우루스는 알칸타라와 카본 인테리어 등을 통해 차별화를 주고 있다.
가속성능은 최고 출력 707hp를 발휘하는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트랙호크처럼 직진성능 중심의 ‘괴물’을 제외하고는 단연 1등이다. V8 4.0리터(3,996cc)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650hp(6,000rpm), 최대 토크 86.7kg·m(2,250~4,500rpm)를 발휘한다. 체격이 전장 5,112㎜, 전폭 2,016㎜, 전고 1,638㎜, 휠베이스 3,003㎜, 공차중량 2,200kg으로 SUV 중에서도 육중한 편에 속하지만,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6초, 200km/h까지 12.8초 만에 도달한다. 2.2톤의 무게에 650hp의 엔진이 더해진 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강력하다. 100km/h로 주행 중 완전히 정지하는 데 필요한 거리는 33.7m에 불과하다. 이러한 물리현상이 가능한 데는 프론트-10 피스톤/직경 440㎜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 리어–싱글 피스톤/직경 370㎜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한편, 람보르기니는 지난 2018년 11월 국내에 우루스를 공개한 바 있으며, 지난 2019년 4월 22일 환경부의 배출가스와 소음 인증 절차를 무사히 통과했다.
슈퍼 SUV의 원조, 포르쉐 카이엔 터보
지난 2002년 카이엔이 출시되었을 때만해도, 포르쉐의 행보와 카이엔의 존재는 포르쉐 마니아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SUV 붐과 럭셔리 SUV의 부재, 포르쉐라는 브랜드 가치 덕분에 카이엔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카이엔은 페이스리프트와 세대교체를 거치며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어나갔다. 그 중 카이엔 터보S는 스포츠카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며 고성능 SUV의 원조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까지 판매되고 있던 카이엔 터보S는 2세대 기종이었다. 2세대 카이엔 터보S는 전장 4,855㎜, 전폭 1,939㎜, 전고 1,702㎜, 휠베이스 2,895㎜, 공차중량 2,310kg의 차체를 가졌다. 여기에 V8 4.8리터(4,806cc)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562hp(6,000rpm), 최대 토크 81.6kg·m(2,500~4,000rpm)를 발휘했다. 이를 기반으로 정지상태에서 0→100km/h까지 4.1초, 최고 속력은 284km/h였다.
하지만 3세대 카이엔이 등장하면서 슈퍼 SUV의 원조인 터보 S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대신 진화한 3세대 카이엔 터보가 2세대 카이엔 터보 S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해졌다. 3세대 카이엔 터보는 V8 4.0(3,996cc) 트윈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542hp(5,750~6,000rpm), 최대 토크 78.5kg·m(2,000~4,500rpm)를 발휘한다. 스포츠크로노패키지 적용 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은 3.9초로, 2세대 카이엔 터보 S보다도 빠르다. 최고 속력도 286km/h로 상승했다. 만약 3세대 카이엔의 터보 S 버전이 출시된다면, 슈퍼 SUV 왕좌 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다만 현재 국내에는 3세대 카이엔의 기본형만 판매되고 있으며, 카이엔 터보의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카이엔 터보의 완벽한 대안,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
사실 지난 수년간 2억 원대 슈퍼 SUV 시장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의 독무대였다. 물론 BMW의 X5M과 X6M, 메르세데스 AMG의 GLE 63 및 63S,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이 시판 중이지만, 포르쉐의 네임밸류에는 미치지 못했다.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인 마세라티가 브랜드 최초로 SUV를 출시하면서 카이엔의 적수가 탄생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상위 트림의 최고 출력이 424hp에 불과했기 때문에 카이엔 터보의 동력성능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마세라티는 V8 엔진의 탑재를 단행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콰트로포르테 GTS의 V8 3.8리터(3,799cc) 트윈 터보 엔진을 개선해 최고 출력을 542hp로 끌어올린 르반떼 GTS다. 특히 마세라티의 V8 트윈 터보 엔진은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제작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덕분에 2018년 7월 굿우드 스피드 오브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이 자동차는 당시부터도 고성능차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V8 3.8리터 트윈 터보 엔진의 한계를 한 단계 더 이끌어냈다. 최고 출력은 582hp(6,250rpm), 최대 토크는 74.9kg·m(2,500~5,000rpm)까지 상승했다. 르반떼 역시 전장 5,020㎜, 전폭 1,980㎜, 전고 1,700㎜, 휠베이스 3,004㎜, 공차중량 2,300kg의 거구임에도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9초, 최고 304km/h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현재 3세대 카이엔 터보의 최고 출력이 542hp임을 감안하면, 추후 3세대 카이엔 터보 S까지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다. 르반떼 트로페오의 국내 판매 가격은 2억 2,700만원이다.
V8 슈퍼차저 심장을 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메르세데스 벤츠에게 AMG, BMW에게 M, 아우디에게 RS에 있다면 재규어 및 랜드로버에게는 SVO가 있다. 지난 2014년 출범한 SVO는 V8 5.0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기반으로 F타입 SVR,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레인지로버 벨라 SV오토바이오그래피 등을 선보였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출력을 뿜어내는 SUV가 바로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이다. 물론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포르쉐보다 네임밸류는 다소 뒤처지지만, 성능만큼은 이들과 견줄 정도다. 이 차량의 기본 베이스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이지만, 여러 부분에서 SVO만의 차별화를 두고 있다. 프론트 부분에서는 거대한 공기흡입구가 더해진 프론트 범퍼와 카본 보닛이 적용됐고, 거대한 21인치 휠이 펜더를 꽉 채웠다. 후면에는 리어 디퓨저와 함께 쿼드팁 머플러가 자리한다. 전장은 4,882㎜, 전폭은 1,983㎜, 전고는 1,803㎜, 휠베이스는 2,923㎜다.
F타입 SVR에도 적용된 V8 5.0리터(5,000cc) 슈퍼차저 엔진은 최고 출력 567hp(6,000~6,500rpm), 최대 토크 71.4kg·m(3,500~5,000rp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2,445kg에 달하지만,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최고 속력은 283km/h다.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8,8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