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트럭 운전자들은 통상 13시간을 차에서 보내며 하루 평균 350km를 달린다고 한다. 이것만 생각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드넓은 북미 대륙이나 국경을 넘어다니는 EU의 트럭 운전자들은 더욱 고독하다. 일주일 동안 혼자 운행해다 보니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트럭은 우수한 주행 성능과 견인력 등은 물론 장시간 운전에도 불편함이 없을 만한 운전자 중심의 가치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각 나라마다 트럭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트럭은 무엇일까?
‘옵티머스 프라임’을 인수한
프레이트라이너(Freightliner)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국내에서 보기 힘든 보닛이 돌출된 일명 세미 트럭이 나온다. 보닛이 돌출되어 있는 세미 트럭은 컨벤셔널 방식이라고 부르며 세미 트럭이라는 명칭은 세미 트레일러 트럭을 줄임말이다. 이처럼 세미 트럭이 다른 국가들과 달리 보닛이 돌출된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트럭까지 포함하는 유럽과 달리 북미에서는 트레일러 길이만 규제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산악지형이 많은 유럽과 달리 북미 대륙에는 평지가 많아 회전반경을 굳이 좁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북미 세미 트럭시장은 프레이트라이너, 켄워스, 피터빌트 등 미국 제조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럭 제조사가 바로 프레이트라이너다. 프레이트라이너의 트럭은 연간 19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세미 트럭 시장을 40%나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북미 트럭제조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42년 설립된 프레이트라이너는 1967년 웨스턴 스타 트럭을 인수했는데, 웨스턴 스타는 다름아닌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티브인 웨스턴 스타 4900을 제작하는 제조사다. 그러나 재정 악화로 1981년 독일의 다임러 AG가 인수했고 북미 최대 트럭 제조사로 거듭났다. 현재 판매 중인 프레이트라이너 트럭 중 가장 큰 뉴 케스케디아는 15리터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이 들어가며 최고출력은 605hp, 최대토크는 283.4kg·m다. 18단 수동변속기 및 12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보기 드문 일본의 대형 트럭 제조사,
히노(HINO)
소형차의 왕국 일본은 세계적인 대형 트럭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섬으로 되어 있는 지형 특성 때문에 일본 내에서 대형 트럭이 흔하지는 않다. 그런 일본 내에서 대형 트럭 시장은 히노와, 이스즈가 각각 40%, 30%로 두개의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이 중 히노는 45년 연속 일본 대형 트럭 판매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 2018년 JD 파워가 실시한 일본 대형트럭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 하기도 했다.
특히 히노에서 대형 트럭을 담당하고 있는 히노 프로피아(700 시리즈)의 1세대는 우리나라와 인연에 있다. 1995년 기아자동차에서 라이센스 생산하며 기아 그랜토라는 이름으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기아 그랜토는 다소 실망스러운 내구성과 IMF가 겹치면서 결국 출시한지 5년만인 2000년에 단종된 반면 원조인 히노 프로피아는 아직 판매 중이며 현재 3세대까지 나왔다.
현행 3세대 히노 프로피아는 2016년 유로6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 최고출력 405hp에 최대토크 200kg·m의 13리터 직렬 6기통 엔진 대신 380hp, 180kg·m의 9리터 6기통 디젤 엔진 탑재했다. 변속기는 독일 ZF사의 16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유럽 강호를 이긴 대(對)유럽 전략 트럭,
포드(FORD)
유럽은 수많은 나라가 모여 있는 거대한 대륙이어서 북미 대륙만큼 트럭으로 물류를 운반하는 일이 많다. 또한 유럽에서는 매년 가을에 독일 하노버에서 국제 상용차 전시회(Int’l Motor Show Commercial Vehicles)가 열리고 있어 유럽산 트럭 발전에 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국제 상용차 전시회에서는 그 해에 가장 우수한 트럭을 선정해 올해의 트럭 상을 시상하는데 올해로 42회째인 역사와 전통 있는 시상식이다. 유럽에서 판매 중인 트럭을 중심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매번 유럽 제조사의 트럭이 선정되었으나 2019년 올해 트럭상은 포드의 유럽형 트럭인 포드 F-맥스가 선정됐다. 이는 1982년 ‘포드 카고’ 이후 두번째로 올해의 트럭에 선정된 포드의 트럭이다.
해당 기사가 나왔을 당시 비유럽권 트럭 제조사가 선정되었다고 이슈가 됐지만 사실상 포드 유럽 법인은 포드 북미와 별개로 운영되어 있어 유럽 제조사나 다름없다. 유럽 트럭의 자존심인 스카니아와 볼보 트럭을 큰 표 차이로 이긴 포드 F-맥스는 최고출력 493hp, 최대토크 254.9kg·m의 12.7리터 에코토크 엔진이 들어간다. 또한 ZF사의 12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동급 경쟁 트럭 대비 약 7% 높은 연료효율을 자랑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트럭 제조사,
현대자동차(HYUNDAI)
국내 트럭 시장을 살펴보면 2018년 기준으로 국산 트럭이 67%, 수입 트럭은 33%로 국산 트럭 비율이 높다. 하지만 수입 트럭 제조사의 다양한 할인, 할부 프로그램 혜택 등으로 수입차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기 있는 수입 대형 트럭 제조사들을 살펴보면 볼보, 만, 벤츠, 스카니아 등 주로 유럽 제조사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 엑시언트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현대 엑시언트는 트라고의 후속 트럭으로 스카니아와 기술협약을 맺고 개발된 현대의 기함급 트럭이다. 지난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됐으며 국산 대형 트럭 최초로 운전석 에어백을 장착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대형 트럭에서는 보기 드문 텔레메틱스 서비스 블루링크를 적용해 편의성도 강화했다. 또한 GPS 및 3D 정밀지도를 연동하여 도로 상황에 따라 최적 주행모드로 자동 전환되는 스마트 모드와 연비를 극대화 해주는 에코 모드 그리고 엔진의 힘을 최대 출력 조건으로 유지하는 모드 퍼포먼스 모드 총 세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9년 1월에는 페이스리프트 기종인 엑시언트 프로를 출시했다. 현대 트럭 최상위를 맡고 있는 엑시언트 프로는 현대 파워텍에서 제작한 L 엔진과 ZF사의 12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12.7리터 직렬 6기통 L 엔진은 최고출력 533hp, 최대토크 265kg·m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럭을 알아보았다. 사실 남자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 트럭을 갖고 놀며, 대형 트럭 운전에 대한 로망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자도 이번 콘텐츠를 작성하면서 대형 트럭에 대한 로망이 되살아 났다. 그런 의미에서 차량을 운행하다 대형 트럭을 보게 된다면 한번쯤 양보를 해주는 것은 어떨까?
글
정휘성 기자